현대바이오 "내성·부작용 없는 췌장암 치료제 개발중"
“무기고분자 약물 전달체를 활용해 부작용 없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고통 없이 항암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오상기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대표(사진)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엔 췌장암 치료제 ‘폴리탁셀’의 임상을 국내와 미국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의 전신은 2000년 설립된 모니터를 생산하는 정보기술(IT)기업 현대이미지퀘스트다. 2012년 바이오기업 씨앤팜이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바이오 사업을 병행하게 됐다. 신약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모니터 사업을 중단했다.

이 회사의 원천기술은 대한화학회장을 지낸 손연수 이화여대 교수 겸 기술고문이 20여 년간 개발한 무기고분자 약물 전달체다. 인, 질소 등 친수성(물과 섞이는 성질) 물질로 구성된 껍질로 소수성(물과 섞이지 않는 성질)을 띠는 화학항암제를 감싼 캡슐 모양의 약효 물질을 혈관에 주입하면 암 조직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항암제가 된다는 것이다. 캡슐화한 약물은 혈관을 돌다가 암세포에 들어간다. 오 대표는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조직이 성글어 입자가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상이면 암세포에만 침투할 수 있다”며 “폴리탁셀은 최대 10배 이상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쌓인다”고 했다.

폴리탁셀이 암세포와 접촉하면 암세포와의 PH(수소 농도 지표) 차에 의해 약물을 감싸고 있던 친수성 껍질이 깨지면서 약이 암세포에 작용하게 된다. 오 대표는 “혈관을 순환하는 동안에는 약물이 친수성 껍질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독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폴리탁셀의 부작용이 적은 또 다른 이유는 약물이 친수성 물질로 싸여 있어서다. 그는 “항암제는 소수성이라 혈액에 용해되지 않기 때문에 용매를 넣은 약물을 혈관에 투여하는데 그 결과 독성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성이 크게 줄어들어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약물 투여량 지표인 노엘이 매우 높아진다. 가장 많이 처방되는 도세탁셀은 노엘이 0에 가까워 극미량을 넣어도 독성이 발현된다. 그러나 폴리탁셀은 전임상에서 도세탁셀보다 노엘이 44배 높았다. 폴리탁셀은 반감기도 기존 항암제에 비해 5배 이상 길다. 체내에 오래 남아 있어도 정상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2017년 말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시험 승인 신청을 준비 중이다. 전임상에서 폴리탁셀은 암을 90% 줄여 55%에 그친 도세탁셀에 비해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독성에 따른 체중 변화 시험에서도 도세탁셀을 투여한 동물은 체중이 평균 80.9%로 감소했지만 폴리탁셀을 투여한 동물은 105.2%로 변화가 없었다. 오 대표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 승인을 받은 뒤 임상 1상을 완료하는 게 목표”라며 “희귀난치성 질환인 췌장암을 타깃으로 하면 패스트트랙이 적용돼 5년 내 췌장암 치료제를 허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