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AFC 아시안컵/대한민국/우즈베키스탄전

2015년 AFC 아시안컵 대한민국 기록
1월 최종평가전조별리그A8강4강결승
사우디아라비아전오만전
쿠웨이트전
호주전
우즈베키스탄전이라크전결승전
2015년 AFC 아시안컵본선진출국 일람
경기일자2015/1/22
경기장소호주 멜버른
국 가대한민국우즈베키스탄
득 점20
득점자손흥민 (104', 119')-

1 경기 전 예상

8강 상대는 우즈벡이 되었다. 호주전의 승리로 기세가 오른 한국이었으나 그 대가로 구자철을 잃었다. 팔 안쪽 인대 파열로 결국 대회 아웃. 안 그래도 이청용이 부상으로 이탈한 데다 기성용과 단짝으로 경험이 많은 구자철 마저 이탈하게 되었으니 자칫 여기서 경고 누적이라도 나올 경우 플랜B 가동조차 불가능해질 위험이 커졌다. 박주호 : 어쩐지 작년 아시안 게임이 오버랩 되는 느낌이야.[1]
어쨌거나 남은 선수들로 토너먼트를 준비할 수 밖에 없다. 구자철 자리는 남태희나 이명주가 맡거나 손흥민이 쳐진 스트라이커로 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전방에서 조영철이나 호주 전 선발로 나왔던 이정협의 어깨가 무거워 질 것이다. 이근호의 경우 중앙 보직을 주려면 그에 맞춘 조합을 짜서 줘야 하고 현재는 측면 플레이가 낫다는 게 인증되었으니 그대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우즈벡은 사우디와 대혈투를 벌이면서 옐로카드가 꽤 많이 나왔다.

  • 선발 라인업 :

GK - 김진현
DF - 김창수, 곽태휘, 김영권, 김진수
MF - 기성용, 박주호, 남태희, 손흥민, 이근호
FW - 이정협

2 경기 후 평가

두리토스의 재림
결국은 체력싸움, 일정상 하루를 덜 쉬게 된 우즈벡이 더 빨리 퍼졌다
되살아난 허정무호의 기풍, 압도적이지 않아도 꾸역꾸역 이긴다.[2]
이제는 2-0 이다.

현역시절 아시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였던 카시모프가 이끄는 우즈벡과의 대결. 94년 아시안게임에서의 0-1 패배 이후 20년 이상 우즈벡에게 패한 적이 없는 한국이지만 아시아 축구 상향평준화의 대표주자로서 최강희호 시기 고전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원정에서 2-2로 비기고 홈에서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간신히 승리했다. 한국에 밀려 조3위로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긴 했지만 승점이 아니라 골득실에서 아깝게 밀렸던 팀이었다.
또한 클럽 레벨서 한국 팀과 거의 매년 만나면서 나름 한국 축구에 익숙한 선수들도 많았다. 애초에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국 명문 분요드코르의 감독도 겸했던지라 감독도 한국 축구 경험이 풍부하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원톱에는 조영철 대신 이정협, 2선에는 손흥민, 남태희, 이근호가 배치됐다. 기성용과 박주호가 계속 센터라인을 지켰고, 포백은 김진수, 김영권, 곽태휘, 김창수, 골문은 김진현이 지켰다.

우즈벡은 제파로프와 카파제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키고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2골을 터트리며 화제를 뿌렸던 라시도프를 아흐메도프와 함께 투톱으로 세웠다.

카시모프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드러낸 자신감이 허언은 아니었는지, 비교적 정답에 가까운 대책을 내놓았다. 이정협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내세워 수비수를 끌고 다니고 그 빈공간을 이근호, 손흥민, 남태희 등의 2선이 침투한다는 한국의 기본 공격전술에 대응해 우즈벡은 포백수비진을 박스중심의 중앙 수비로 집결시키고, 측면을 다소 허술하게 방치하였으나 그 빈틈을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수비참여를 하는 방식으로 그물을 쳐놓았다. 이 전술은 유효해 이정협은 수비수의 압박에 사실상 운신이 힘들 정도로 활동 폭이 좁아졌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손흥민, 이근호, 남태희 등 2선 공격진은 패스도 드리블도 모두 막혀버렸다. 우즈벡의 허술한 측면으로 한국의 풀백의 오버래핑등의 공격지원과 몇 차례의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롱패스등은 우즈벡 수비진의 제공권 장악능력과 사람의 숲에 막혀 보는 사람도 답답한 공격전개가 이어졌다. 오히려 점유율 축구를 하다 보니 수비진도 어느 정도 라인을 끌어올렸던 터라 간헐적인 우즈벡의 역습에 한국은 몇 번의 실점위기를 맞았으나 완전히 무너지는 장면은 없었고 곽태휘의 노련한 수비 리딩과 김진현의 그림 같은 선방으로 실점하진 않았다.

후반전 초반도 장면은 비슷했고 하프타임동안 지시를 받았는지 주로 기성용이 그리고 이따금 박주호도 몇 번의 위협적인 롱패스를 넣어주긴 했으나 한국 공격진의 볼터치가 썩 좋지 못하여 기회로 이끌어내진 못했고 간접 프리킥 장면에서는 선수끼리 겹치며 아까운 기회를 놓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작업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성용의 공격력을 이용하기 위해 위해 공격수 이정협을 빼고 수미 한국영을 투입하여 기성용의 위치를 공미로 바꾸었다.

이 전술은 바로 적중하여 포메이션을 바꾼 뒤 5분도 채 되지 않아 기성용은 미친 볼컨트롤과 창의적인 패스로 남태희에게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경기 중 최고의 찬스를 제공했지만 카페베네를 떠올리게 하는 남태희의 헛발질로 인해 결국 한국은 연장전에 돌입하게 된다. 중계를 하던 KBS와 SBS 중계진들도 도저히 쉴드를 칠 수 없는 실수였다.

연장전에 들어서면서 손흥민이 최전방에 들어섰고, 기성용은 왼쪽 윙 포워드에 위치하게 되었다.[3] 90분이 지나고 나서 결국 체력적 격차가 드러나 우즈베키스탄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김진수까지 가세해 결국 연장 전반 14분에 패널티 지역부터 강력한 압박을 걸어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공을 뺏어낸 뒤 김진수가 크로스를 올려 손흥민이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연장전에서 한골을 먹은 뒤 다급해졌는지 우즈벡은 강력한 공세를 펼쳤다.오른쪽 윙 자리에 투입된 장현수가 잠깐 헤매는 사이 이스칸더로브의 예리한 지휘 아래 우즈베키스탄은 총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우즈벡 역시 선수들의 체력이 받쳐주질 못했고 그 체력적 한계 때문에 수비와 미드필더, 공격진이 지나치게 벌어졌다. 결국 그 빈틈을 후반에 교체 되서 들어온 차두리가 2004년 독일 전을 떠올리게 하는 엄청난 폭주로 우즈벡 오른쪽을 전부 붕괴시키면서 70m 두리블을 한 뒤 뒤쫓아 온 손흥민에게 침착하게 컷백패스까지 날려주며 쐐기 골에 결정적인 기여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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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재 : 이런 선수가 왜 월드컵 때 해설을 하고 있었을까요?
박문성 : 어, 그러게요?

결국 4강 시드니행이 확정되었다.

이날 경기에선 양 팀 감독의 지략대결도 볼만했다. 카시포모프 감독은 터줏대감인 제파로프와 카파제를 아예 빼버리고 젊고 발 빠른 라시도프와 투르수노프를 앞세워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 한국의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특히 김진수가 버틴 왼쪽에서 진행된 라시도프의 공세가 집요하고 매서웠다. 왼쪽 풀백 데니소프도 윙을 연상케 하는 활동량을 선보이며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했다. 그래도 8강에는 경험 많고 기술 좋은 제파로프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을 한국으로선 허를 찔린 셈이었다. 이 때문에 전반 초반 측면수비가 공략당해 전반 16분 결정적인 일대일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비록 첫수를 빼앗겼지만 슈틸리케 감독 역시 빠르게 대응했다. 측면에 선 김창수와 김진수는 전진을 자제하고 한명이 공격에 가담하면 나머지 한명은 뒤에 남았다. 중앙의 박주호는 폭넓게 움직이며 우즈벡의 발 빠른 공격수들에 맞서는 수비진에 힘을 보탰고 기성용도 평소보다 수비적으로 내려앉았다. 때문에 한국의 공격전개는 평소보다 무뎌졌지만 우즈벡은 이때 주어진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중앙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할 오딜 아흐메도프가 전반에 다리를 절뚝이다 일부러 제외시켰던 카파제와 교체되어 나가면서 카시모프 감독의 전략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부턴 다시 한국이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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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이 필요 없는 남자[4]

슈틸리케 감독은 하루 덜 쉰 우즈벡의 체력이 방전된 후반 중반부터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먼저 김창수를 빼고 차두리를 넣어 좌우 풀백을 적극 전진시켜 측면공격을 강화하고, 기성용도 공미로 내세워 그의 킥력을 공격옵션에 추가했다.

김진수는 전반전부터 활발한 공격가담으로 몇 차레 찬스를 만들어내더니 연장전반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공을 뺏어낸 뒤 침착하게 손흥민의 선제골로 연결된 천금 같은 크로스를 올렸다

중원에선 박주호가 안정적인 수비와 빌드업을 보여주며 이제 것 수 없이 바껴왔던 '기성용의 파트너' 자리에서 제일 우위에 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차두리 대신 선발로 나섰던 김창수는 후반 체력이 떨어지자 잔 실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슈틸리케 감독은 바로 차두리를 투입했다. 다들 지쳐가는 후반에 교체돼 들어온 차두리는 특유의 강철체력과 돌파력을 과시하듯 마구 뛰어다니며 우즈벡의 공격 작업을 방해했다. 투입 후 완전히 현장 분위기에 녹아들어가지 못한 상태에서 이 경기 최대 위기였던 우즈베키스탄의 노마크 헤딩을 내주기도 했지만, 마지막에 손흥민의 연장 선제골 후 거의 전원 공격으로 인해 비어있던 우즈베키스탄 진영에 대한 역습 상황에서 특유의 오버래핑으로 우즈벡 수비진을 완전히 궤멸시키며 들어간 뒤 손흥민에게 패스해줘 경기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수비시 안정감 부족과 나이 탓에 매경기 풀 타임 기용은 의문부호가 붙으나, 상대팀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교체 카드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PL 박싱데이를 노예처럼 보낸 뒤 아시안컵에서도 전경기 풀타임을 뛰며 혹사논란까지 있었던 기성용은, 방전된 체력에도 불구하고 '클래스는 살아있다' 라는 말을 증명하듯 앞선 세경기와 마찬가지로 MVP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후반 마지막까지 공격이 풀리지 않자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영을 투입해 기성용의 수비부담을 줄여준 뒤 이정협을 아웃시켜 기성용에게 공격전개를 맡겼다. 익숙치 않은 포지션에도 그 자리의 어떤 선수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포지선 변경 직후 남태희에게 경기를 끝낼 수 있는 킬패스를 주는 장면은 가히 탄성을 자아냈다. 이후 연장전에는 곽태휘와 박주호의 후방 지원 아래 윙포워드로 포지션을 전환하여 제 몫이상을 해주었으며 대부분의 킬 패스가 기성용 발에서 나오는 등 든든한 한국국대 주장으로서의 모습과 더불어 EPL 주전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손흥민은 멀티 골을 기록했다고는 하나 전반, 후반의 경기력이 심각해 공격템포가 끊기고 무리한 드리블을 치다 실패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골을 넣지 못했다면 패배 일등공신이 될 뻔했지만 빼어난 골 결정력으로 멀티 골을 기록하면서 간신히 비난은 모면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공을 자주 빼앗긴 면에 대해서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선수가 보여줄 모습이 아니라고 아쉬워하면서 골 장면에 대해서는 손흥민의 위치 선정이 돋보였다고 언급했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평을 남도 남겼으며 아직 100%의 몸 상태가 아니라고 하니 4강전에서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보도록 하자. 그래도 전반전에 슈퍼세이브에 막힌 좋은 슈팅을 하나 기록했고 차두리와 김진수가 떠먹여줬다고는 하나 골을 넣어주어야 할 상황에서 골을 확실히 넣어주었던 면에서 다른 대표 팀 공격수들과 차별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진현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킥이 불안정했던 것과 클리어링 때 공을 자기 수비수에게 맞추어서 자기골대를 비껴간 것 빼고는 후반전에는 공격수와 1:1 상황에 처하게 될 위기에 몸을 아끼지 않고 돌격해 미리 끊어내는 저돌적인 모습까지 보이며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중 공격수와 부딪혀 팔꿈치에 타박상을 입었으나 큰 부상은 아니라고 한다.

이날 경기 후 SBS는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조관우의 을 배경음으로 깔아주는 기가 막힌 센스를 선보여서 시청자들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sbs 방영분 엔딩 곡 보러 가기(19분 33초부터).

이번 승리로 정말 오랜만에 A매치 5연승을 거두게 되었으며, 아시안컵 역시 포인트 가중치가 높은 대륙 간 대회인 만큼 70위 가까이까지 떨어졌던 피파랭킹의 상승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1. 진짜로 2014 아시안 게임에서 윤일록, 김신욱이 조별리그 2차전에서 부상당해서 대회의 남은 경기를 못 뛰고 아웃되었고, 김신욱은 아예 이번 아시안컵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2. 퍼거슨 시절 맨유나 허정무 시절 한국은 압도적으로 강한 팀은 절대로 아니었다. 하지만 지나보면 퍼거슨은 우승했고 허정무호는 아시아에선 무패가도를 달렸다. 흑역사인 중국 쇼크는 유럽파가 없는 상황에서 중앙 미드필더만 4명 기용하는 전술실험하다 나온 사태로 그 다음 경기에선 일본을 잡아내며 한국의 본 실력을 보여줬다.
  3. 원래 슈틸리케 감독은 남태희를 측면으로 돌리고 기성용에게 공미를 맡길 작정이었으나, 기성용 본인이 남태희의 중앙돌파 옵션을 살리기 위해 측면 이동을 자청했다고 한다.
  4. 슈틸리케 감독은 4개 국어를 할 수 있지만, 선수들 중에서 독일어를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으로 하는 차두리와 가장 의사소통이 잘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