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남홍 '솟는 해 알 품은 나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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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남홍이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개인전 출품 작품 앞에서 웃음을 머금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활활 타오르는 불을 잔뜩 머금은 듯한 붉은 산의 모습과 희망의 메시지를 듬뿍 전하려는 듯 푸른 색의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림의 아우라가 예사롭지 않다.

"'죽기 전 무엇이 가장 보고 싶을까'를 생각해보면 아마 자연풍경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아요. 제가 태어났고 자란 대구 건들바위와 봉산동 일대 일출과 저녁노을, 방천,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모두 제 그림의 주요 모티브가 됩니다. 더군다나 막내딸로 태어나 할머니의 사랑을 한없이 받은 저로서는 삶을 희망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심성도 함께 제 그림 작업의 원동력이 되었죠."

대구미술관은 대구미술의 세계화를 위해 지역작가를 조명'연구하는 전시의 일환으로 30여년 간 프랑스에서 활동한 여류작가 남홍(63)의 개인전 '솟는 해, 알 품은 나무'전을 열고 있다. 200호 이상의 대작을 중심으로 한 이번 전시에는 1980년대부터 근작까지 모두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작품의 크기에서 나오는 웅장한 기세와 화려한 붓놀림이 평면부조회화와 어울려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무한 발산하고 있다.

"짧은 삶을 생각할 때면 1초라고 아까운 시간이 아닐 수 없죠. 그림은 곧 내 삶 자체이며 그림을 그릴 때마다 나의 가슴은 한없이 뜁니다."

남홍 작가는 국내에서 불문학을 전공, 1982년 프랑스로 건너가 본래 패션을 전공하고 싶어 했다. 그러던 중 주위에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에 우연히 프랑스 살롱전에 작품을 냈다 덜컥 입선하면서 파리8대학 조형미술과에 진학해 본격적인 그림수업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는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산, 나무, 꽃, 하늘, 구름 등 자연을 소재 삼아 생명과 희망을 염원하는 작업을 했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창작하고 싶어서 일부러 붓칠을 두껍게 하거나 앵포르멜(추상표현주의) 경향의 추상회화에 몰두하면서 프랑스 화단으로부터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유학 초기엔 특히 종이 모서리를 태워 화면에 부착하는 콜라주 작업을 통해 정월 대보름 소원을 적은 종이를 태우며 자손들의 이름을 정성스레 부르던 할머니와의 추억도 작품에 녹아들었다.

대구미술관의 이번 전시 또한 이러한 남홍의 작업세계와 연장선상에 있다. 작가는 해, 나무, 산, 나비, 봄 등을 주제로 회화와 설치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에서 묘사되는 해는 힘찬 희망이자 행복한 오늘을 의미하고, 나비와 봄은 따뜻한 행복을 은유한다. '알 품은 나무'는 희망을 품은 나무의 은유로서 하늘을 향해 뻗은 가지들이 꼭 작가의 염원을 하늘로 전하는 것 같은 느낌에서 즐겨 그린다고 했다. 이러한 느낌이 화폭에서 되살아나면서 그녀의 그림은 대자연으로부터 받았던 평온하고 행복한 순간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특히 대표작일 수 있는 산은 먼저 세상과 이별한 언니를 묻고 돌아서는 길에 눈에 들어온 산을 본 순간 마치 언니가 그 산의 일부가 된 듯한 인상을 받았고 그 인상은 언니의 또 다른 안식처처럼 여겨지면서 그리기 시작한 오브제이다.

이 밖에 작가의 그림 속에 부착된 듯 드러난 V자 형태는 인간승리를 기원하면서 첨가한 소재로 국내외 평단으로부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최근 대구로 귀향해 작업실을 둔 남홍 작가는 "이제는 고향에서 창작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솟는 해, 알 품은 나무'전은 대구미술관 4, 5전시실에서 열리며 기간은 2020년 1월 5일(일)까지이다.

문의 053)803-7861

우문기 기자 pody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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