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 강타 ‘초대형 태풍 하기비스’ 45명 사망·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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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13. 오후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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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 사망·15명 행방불명·177명 부상
이틀 새 1000㎜ ‘물폭탄’, 1년 강수량 30~40% 쏟아져
한때 1천만명 이상 피난 지시·권고
도쿄 한때 도시기능 마비
하천 범람 마을 잠겨…자위대가 헬기로 구조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설비 한때 누설 경보
도쿄전력 “빗물 때문에 울려”
방사성 물질 폐기물 담은 자루 떠내려가


13일 일본 나가노현 나가노시 지쿠마강 범람으로 둑(사진 위쪽)이 무너지면서 주변에 있던 집들이 흙탕물에 잠겨 있다. 나가노/교도 연합뉴스
초대형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를 차례로 관통하면서 강타해 최소 30명이 숨졌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후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관련 설비에서 누수 경보가 울렸으나, 후쿠시마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모두 빗물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오작동이란 설명이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13일 밤 9시 기준으로 30명이 숨지고, 15명이 행방불명됐다고 전했다. 부상자는 177명에 이른다. 이틀 새 1000㎜의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간토·도호쿠 지방을 중심으로 1년 강수량의 3분의 1가량이 한순간에 물폭탄으로 퍼부어 내렸다. 한때 42만가구가 정전됐고 1천만명 이상에게 피난 지시·권고가 내려졌다. 하기비스는 전날 저녁 시즈오카현 이즈반도에 상륙한 뒤 밤새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 간토 지방에 많은 비를 내리고 13일 태평양 쪽으로 빠져나갔다. 수십년 만에 한번 있는 강력한 태풍에 12일 일본 전역의 철도가 운행을 정지하거나 운행 횟수를 줄였다. 상점 대부분이 임시 휴업했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들도 문을 닫았다. 식료품점들에는 태풍에 대비하려고 사재기에 나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11일 저녁에는 빵·고기·달걀 같은 주요 식료품 판매대가 텅텅 비었다.

한때 수도권 등에서 1천만명가량이 피난 지시, 피난 권고를 받았다.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에선 25살 남성 공무원이 태풍 관련 긴급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숨졌다고 <엔에이치케이> 방송이 전했다. 12일 밤 근무지인 오다카구청에서 나간 지 10분 만에 “자동차가 물에 잠겨 움직일 수 없다”는 전화를 했으며 그 뒤 연락이 끊겼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 직원은 구청에서 1㎞ 떨어진 농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기비스는 바람도 강력했지만 하늘이 뚫린 듯 엄청난 비를 뿌려댔다.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가 하루 이틀 사이에 쏟아졌다. 가나가와현의 인기 온천 관광지인 하코네에는 13일 새벽까지 48시간 동안 1001㎜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즈시 이치야마에 760㎜, 사이타마현 지치부시 우라야마에도 687㎜의 비가 내렸다. 모두 일본기상청 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 기록이다. 일본 열도의 댐들은 물이 경계수위로 차오르면서 곳곳에서 긴급 방류에 나섰다. 21개 하천 둑 24곳이 큰비에 터지고 말았다. 마을까지 들어온 흙탕물에 상당수 집이 고립돼, 일본 자위대가 헬기를 이용해 구조활동에 나섰다. 일본 방위성은 태풍으로 14일 가나가와현 사가미만 해상에서 열 예정이던 해상자위대 관함식을 취소했다.

후쿠시마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원전 1~6호기 8곳에서 누설을 알리는 경보가 울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13일 오후 2호기 오염수 이송 배관에서 울린 누수 경보를 포함해 8개 경보는 모두 빗물 때문이라고 도쿄전력은 밝혔다. 태풍에 따른 물폭탄으로 경보기가 단지 오작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한편,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에서는 방사성 물질 제염 과정에서 나온 풀이나 나무 등 오염물질 폐기물을 담은 자루 일부가 하천으로 떠내려갔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폐기물 임시 보관장이 침수돼 일어난 일이다. 시는 보관 중이던 2700여자루 가운데 몇개나 떠내려갔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10자루는 회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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