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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연기금까지…너도나도 `코스닥 레버리지`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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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투자성향 벗어나 고위험 고수익 ETF 투자…은행, 코스닥150레버리지 한달간 2200억원 순매수
내달 코스닥활성화 대책, 연기금 투자늘릴지 주목
코스닥 조정장 올 경우 대량매도 따른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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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해 온 은행과 연기금이 최근 코스닥150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추종 지수 대비 2배 이상 수익 또는 손실을 보는 고수익·고위험 상품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은행은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를 22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순매수한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 규모(약 1710억원)를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 은행은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를 포함해 코스닥을 추종하는 ETF를 36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ETF는 추종하는 지수가 오를 때 수익이 나고 펀드와 달리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상승장이 예상되면 레버리지 ETF에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개인의 ETF 거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한 달 동안은 은행권의 투자 규모가 개인보다 컸던 셈이다.

최근엔 연기금까지 코스닥 레버리지 ETF 상품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위험성이 높은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을 거래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연기금은 지난 28일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를 22억4000만원어치, 29일에는 1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14일 3000만여 원을 순매수한 뒤 22일 3160만원을 순매도하는 등 '간 보기'를 하고 투자금을 대폭 늘린 셈이다. 조 단위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 입장에서는 미미한 액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처음으로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을 사고팔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앞서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TIGER) 코스닥150 레버리지'에 67억5000만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후 올해 1~2월 일곱 차례에 걸쳐 70억여 원이 순매도된 뒤 자취를 감췄다. 코덱스 코스닥150 레버리지는 연기금이 올 3~4월 85억7000만여 원을 순매수한 뒤 4월 말 모두 순매도됐다. 사실상 단기성 투자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음달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 이후에는 연기금도 본격적으로 코스닥 ETF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고수익·고위험을 동반하는 레버리지, 그것도 코스닥 레버리지에 투자하는 것은 아주 드문 사례지만 아직은 대규모로 투자할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적은 금액을 시범 투자했거나 다른 상품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헤지 성격으로 매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스닥 활성화 방안 등 정부 대책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투자 시스템과 기반을 마련하고 긍정적인 전망이 나올 경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코스닥150을 추종하는 ETF는 최근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코스닥이 13% 오른 데 비해 코덱스 코스닥150 레버리지는 수익률 38%를 올렸다. 한 달간 20% 이상 상승한 셀트리온과 40% 넘게 오른 신라젠 등이 편입돼 있기 때문에 상승률이 코스닥의 3배에 가까웠다. 박제우 키움투자자산운용 ETF팀장은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연기금이지만 시장의 일정한 추세를 가늠할 수 있다면 중·단기 자금 운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기금과 은행이 코스닥 ETF에 투자를 늘리면서 일시적인 대량 매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탁성 ETF 자금이 들어온 뒤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고 나면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코스닥이 일시적으로 조정받을 경우 손실을 감수하지 못하고 매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이 예정돼 있어 코스닥시장이 좋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개별 종목 분석이 어려우면 시장을 사는 방향이 맞지만 그렇다고 레버리지 ETF를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팀장도 "기관들은 신탁을 통해서 5%, 10% 등 특정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대량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신탁자금이 수익률을 달성하고 일시에 대량으로 빠져나갈 경우 코스닥이나 개별 종목 주가가 하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은행권은 추천 상품에 ETF를 대거 편입하는 등 고객의 신탁 자금으로 코스닥 ETF를 매수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의 ETF 신탁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은행은 주요 고객층이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지 않은데 고객들이 ETF 상품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호황기에 ETF 상품에 가입했다가 하락세로 접어들게 되면 매도 물량이 나오거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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