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요즘도 복장 규정이 있나요? 제가 어릴 때는 모든 학생이 같은 교복을 엄격하게 입고 검은색·흰색 양말만 신어야 했어요. 기장은 짧고요. 근래는 생활복이 허용돼 상대적으로 복장이 자유롭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고 들었죠. 모든 학생을 위한 조언이니까 짧은 기장의 검은색·흰색 양말을 추천하는데요. 대신 무늬가 있거나 귀여운 캐릭터가 작게 인쇄된 양말을 추천할게요. 이건 생활용품 전문점에서 구매한 검은색 줄무늬 양말이고요. 다른 하나는 이른바 '삽살개 프로젝트 펀딩'에 참여해 구매한 삽살개 캐릭터 흰색 양말이에요. 작은 차이지만 나만의 특색 있는 양말을 신은 거니까 기분이 훨씬 좋아지죠.
A. 맞아요. 중학생 때였죠. 저는 한 집단에서 사람들에게 똑같은 옷을 입히고 두발 등을 규제하는 걸 이해 못 하는 사람이에요. 교복 입는 것도 싫어했죠. 당시 취향을 반영해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양말이 최선이었죠. 마침 캐릭터 양말이 유행해 하나둘 사 모았어요. 500원, 1000원으로 제 마음대로 여러 종류 양말을 살 수 있었죠. 좋아하는 캐릭터 위주로 사 모으다가 줄무늬도 구매했죠. 그러다가 색깔별로 양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빨·주·노·초·파·남·보 이른바 '무지개색' 단색 양말을 섭렵했습니다. 좋아하는 게 생기면 다양하게 접하면서 자기 취향을 찾아가면 돼요.
A.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신어도 돼요. 제가 일하는 매장에서 구매한 시스루 양말은 외국 브랜드 제품이에요. 여러 천 조각을 이어 흥미로운 결과물이 된 양말이죠. 천 조각을 꼼꼼하게 꿰매 하나의 양말이 탄생한 거죠. 이런 양말을 신다가 춥다면요. 시스루 양말을 그냥 면양말에 겹쳐 신는 거예요. 여기 보면 제품 자체가 그런 물건도 있죠. 시스루 양말, 면양말을 합치면 '나만의 자체 제작 시스루 면양말'이 탄생하는 거예요. 재미있죠. 또, 덥다면 반짝거리는 이른바 '펄'이 들어간 양말을 추천해요. 해를 받으면 빛이 나서 시원해 보이죠. 화사한 기분을 주는 거예요. 자, 기억하세요. 재질이 다른 두 켤레 양말을 겹쳐 하나의 제품을 만들거나 반짝거려 돋보이는 양말을 신어 기분 전환을 하는 거죠.
A. 덧신을 싫어해요. 여기, 어머니 양말을 빌려 왔어요. 덧신을 이른바 '페이크 삭스(fake socks·가짜 양말)'라고 부르는데요. 양말의 기본적 기능만 가져다 쓰고 양말을 안 보이게 숨긴 거예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양말애호가로서 그런 건 별로라고 생각해요(웃음). 양말을 좋아서 신는 거고 그게 드러나야 멋인 건데 그걸 숨긴 거니까 싫어해요. 쉽게 벗겨지는 단점도 있잖아요.
A. 네. 제가 양말을 좋아한다는 걸 주변서 알고 양말 선물을 종종 합니다. 일단 세 개를 꼽을게요. 첫 번째 양말은 어머니가 크로아티아 여행 중 관광지에서 '눈에 띄었다'고 구매하신 푸른 양말이에요. 그 마음이 좋아요. 관광지에서 양말을 구매한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잖아요. 기념품이라면 열쇠고리·먹거리 등인데, 저를 생각하니까 이 양말이 눈에 들어온 거잖아요. 어머니의 애정이 들어가 좋죠. 두 번째는 제 책 독자가 파리 미술관에서 구매한 모네 양말이에요. 프랑스 파리에서 구매했는데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 서로 웃었지만 소중한 양말이죠. 세 번째는요. 캐나다에서 공부하던 친구가 돌아오면서 선물로 사다 준 양말이에요. 평소엔 아까워서 안 신고요. 크리스마스에 신으면 딱인 디자인이라 매년 크리스마스에만 신어요.
A. 지난 8월 마지막으로 확인한 게 158켤레였어요. 이후 몇 켤레 더 샀으니 늘어났겠죠(웃음). 양말이 많아서 하나를 주구장창 신지 않기 때문에 제 양말은 잘 해지지 않아요. 특히 아끼는 양말은 손빨래합니다. 매일 세수할 때 빨래도 같이 하는 거죠. 펄·시스루 양말 등은 꼭 손빨래해야 하죠. 행복한 시간은 아니에요(웃음). 양말을 정리하는 시간은 좋아하죠. 알록달록한 물건을 서랍장에 차곡차곡 넣는 거니까요. 빨래하는 저만의 기준이요(웃음). 2만원 이하 양말은 빨래합니다. 특히 면 제품은 세탁기에 돌려도 괜찮으니까요.
A. 강아지 옷을 만드는 브랜드에서 양말가게와 협업했어요. 강아지는 옷을 입고 보호자는 양말을 신게 했죠. 제 반려견은 옷을 좋아하지 않아 잘 입히진 못하고요(웃음). 대신 양말을 좋아하죠. 장난감으로 생각합니다. 보면 물어뜯으려고 하죠. 어찌 값비싼 양말을 기가 막히게 알아서 훔쳐 도망가는지 모르겠어요. 덕분에 제 양말에는 송곳니 흔적 두 개가 뻥 뚫린 것도 많죠. 제가 보기엔 귀여워서 그냥 그대로 신습니다.
A. 생각만 해도 좋은 것에 대해 쓰는 게 책의 콘셉트였어요. 제가 먼저 출판사에 '저는 양말을 쓰겠다'고 투고했죠. 지금은 그 덕분인지 양말 매장에서까지 일하고 있는데요. 글 쓰는 사람의 장점 아닐까요. 무엇이든 글감이 될 수 있다는 거요. 지금 일하는 매장에 손님들이 오면 저는 잘 개입하진 않는 편이에요. 제가 추천해도 결국 손님이 고르신 물건을 구매해 가시니까요. 양말을 보고 '귀엽다'고 행복해하시는 표정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요. 사람들이 즐겁게 양말을 고르는 걸 보면 속으로 흐뭇하게 웃죠. 파는 일요? 아휴, 그건 재미없죠(웃음).
A. 이건 니 삭스(knee socks)예요. 무릎 아래까지 오는 양말이죠. 저는 니삭스를 가을·겨울에 즐겨 신어요. 추운 날 스타킹을 신으면 올이 풀려 귀찮죠. 다시 사기도 애매하잖아요. 니삭스를 신으면 그럴 걱정은 없죠. 양말을 착용할 때 뚱뚱해 보이거나 다리가 짧아 보이는 등의 신체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신길 바라요. 이 얇은 재질의 양말이 스스로의 몸을 왜곡하면 얼마나 하겠어요. 마구 신었으면 좋겠어요. 화려한 게 부담스럽다면 양말과 신발 색을 통일하면 돼요. 많이 튀지 않게 신어도 좋죠. 저도 오늘 검은색 구두, 검은 양말을 신었잖아요. 여담으로 '덕질'하는 사람들은 물건을 소장해 진열해두는 걸 좋아하곤 하죠. 저는 좀 달라요. 구매한 양말은 무조건 신습니다. 양말은 신었을 때 가장 예쁘다! 그게 제 생각이에요. 또, 양말을 좋아하니까 양말을 신은 모습을 이른바 '삭스타그램(sockstagram=socks+instagram)'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공유합니다. '양말스타그램' 해시태그도요. 그런 게시물을 검색해 보는 것도 좋아하죠. 앞으로의 제 양말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놀러 오세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유지안(서울 언남초 4) 학생모델, 조온유(서울 대곡초 6) 학생기자
양말에 대한 취재로 『아무튼 양말』을 쓴 작가님을 만났어요. 양말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했는지 몰랐는데 특히 시스루 양말은 망사가 있어 예뻤습니다. 양말도 스타일·색상·가격 등 종류가 많아 옷을 사는 것처럼 다양하게 고를 수 있겠더라고요. 저는 오버니 삭스를 즐겨 신는데 작가님께서도 좋아한다고 하셔서 기뻤죠. 여러 종류 중 발가락 양말은 제가 운동할 때 신던 양말이었는데, 같은 양말도 색상과 디자인이 다르니 느낌이 새로웠죠. 관심 분야가 있어서 책도 내고 수집도 하는 게 부러웠어요.
저는 평소 발목 위로 살짝 올라오고 줄이 두 개 정도 있는 심플한 양말을 즐겨 신습니다. 긴 양말은 신고 싶어도 허벅지가 두꺼운 편이기 때문에 신지 못 하죠. 그래서일까요. 작가님의 길고 개성 있는 양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여름에 신기 좋다고 설명하신 망사 달린 양말이 가장 마음에 들었죠. 낡은 천을 붙여놓은 느낌도 들어서 재밌었어요. 작가님을 직접 만나니 빨리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제 개성대로 양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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