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면바지에 운동화, 샌들
직원들 출근 복장으로 자리 잡아
뒤늦게 합류한 현대차 변화 ‘화끈’
남성 열에 두셋은 반바지 패션
“복장 편해지니 분위기도 유연해져
소통 쉬워지고 업무 효율도 쑥”
젊은 ‘3·4세 경영’ 영향 해석도
지난 3월 현대차까지 합류하면서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자율복장제를 시행하게 됐다. 옷 차림의 변화는 확연했다. 조직 문화의 변화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딱 1년이 된 엘지에서는 따끈한 체감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엘지전자는 ‘노타이 정장’이 대표적인 비즈니스 캐주얼을 허용하다 지난해 9월부터 ‘청바지에 흰 티’로 상징되는 완전 캐주얼을 전면 도입했다. 엘지전자 한민수(31) 선임은 “처음엔 ‘진짜로 편하게 입어도 되나’, ‘괜히 나만 티를 입고 가는 것 아닌가’ 눈치를 봤는데 윗분들이 바로 청바지를 입고 오는 걸 보고 금방 적응하게 됐다”며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는 것만으로도 출근길이 좀더 가벼워졌고 사무실 분위기도 유연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엘지 계열사의 허아무개(36)씨는 “만날 정장 스타일만 보다가 각자 개성이 점점 드러나니까 자유로운 분위기가 생기고 회의를 하더라도 전보다 편하게 발언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의 ‘격공’(격하게 공감) 포인트 중 하나는 상사 대면에 미묘한 차이가 생겼다는 점이다. 엘지의 다른 직원은 “상사가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으니 전보다 딱딱함이 줄어든 느낌이 있다”며 “상사를 대할 때 더 친숙해진 면이 있다”고 했다. “와이셔츠를 다리지 않아도 되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엘지가 단계적 변화를 거쳤다면 현대차 본사는 지난 3월 말 그대로 ‘하루 아침에’ 바뀌었다. ‘어두운 양복에 넥타이’가 전형이었는데 완전한 캐주얼로 180도 바뀐 것이다. 4대 그룹 대표 기업 중 가장 늦게 합류했지만 5개월 사이 변화는 확실했다. 14일 퇴근 시간대 찾은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선 남성 열에 두셋 정도는 반바지 패션이었다. 한 30대 직원은 무릎 살짝 위 길이의 흰색 반바지에 클러치를 들고 퇴근 중이었고 베이지색 반바지에 에코백을 한 쪽 어깨에 메고 가는 남성도 눈에 띄었다.
현대차는 오는 9월부터 기존 6개 직급을 4개로 줄이고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거나 과장을 기점으로 2개 정도로 축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선 최근 1년 사이 엘지와 현대차에 생긴 이 같은 변화를 두고 구광모 엘지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등 비교적 젊은 ‘3·4세 경영’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이곳 직원들은 매일 출근하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앉을 자리를 새롭게 선택한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한 과장은 “처음에 다들 어색하니까 전처럼 담당 상무님 주위로 모여 앉는 경향이 있어서 이틀 연속 같은 층을 선택할 수 없게 바뀌었다”며 “다른 팀, 다른 계열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니까 ‘다르게 생각하기’가 자극된다”고 말했다.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사에서도 정장 스타일이 외려 눈에 띌 정도로 직원들의 옷차림이 자유롭다. 2016년 6월 여름철 반바지가 처음 허용된 뒤 2017년 5월엔 시기에 상관 없이 반바지를 착용할 수 있게 됐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반바지 입는 직원들’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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