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증 하나로 2대… 무법자 ‘킥라니’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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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03. 오전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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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교통수단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빠르고 편하다는 강점에 힘입어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성장세를 달린다. 하지만 이용자 안전과 수익 안정화 등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사용자 안전을 굳건히 담보하는 업체가 결국 승기를 잡게 될 전망이다. <머니S>가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봤다.【편집자주】

[도심의 무법자 ‘씽씽이’-중] ‘무면허’로 질주하다



최근 길거리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남, 여의도, 대학로 등 서울시내를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공유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용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련 안전사고가 급증하는데도 정작 규제할 수단은 전무하다.

평일 오후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한 시민이 개인용 전동킥보드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홍승우 기자

◆무면허 운행은 엄연한 불법

최근 공유시장이 발달하면서 전동킥보드 공유업체가 크게 늘었는데 안전을 위한 시스템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선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때 무인으로 이뤄지다보니 운전면허증 소지 여부, 안전장비 장착 등 이용조건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

평일 오후 강남역 일대에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연령층을 파악해보니 20~30대로 혼자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여럿이 와서 이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보통 2~3명이 1~2대를 이용한다. 이때 빌리는 사람만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같이 이용한 사람이 무면허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강남역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1대만 빌려서 이용 중인 커플에게 운전면허 취득 여부를 묻자 A씨(25·여)는 “남자친구가 면허증이 있어서 빌렸다”며 “아직 면허증을 따지 않았는데 자전거를 탈 줄 아니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공유 전동킥보드의 경우 간단하게나마 이용자의 운전면허 여부를 확인한다지만 개인적으로 전동킥보드를 구매하면 이러한 절차마저 생략된다.

포털사이트에 ‘전동킥보드’로 검색되는 대부분의 구매사이트에는 제품 성능만 설명해놓고 원동기 면허나 2종 소형면허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전동킥보드는 자동차관리법상 이륜자동차로 분류되며 최고정격출력 11㎾ 이하의 이륜차는 원동기 면허가, 11㎾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2종 소형면허가 각각 필요하다.

안전장비를 구비하는 것도 문제다. 도로교통법 제50조3항에 따르면 이륜자동차(전동킥보드 포함)와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운전자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인명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고 동승자에게도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전동킥보드 공유앱에는 이용하기 전 화면에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때 헬멧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라’는 경고문구가 뜨지만 헬멧이나 안전장비가 구비된 공유 전동킥보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용자 스스로 안전장비를 챙겨야 한다는 얘기다.

한 전동킥보드 공유업체 관계자는 “안전장비 대여 시스템 구축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주의사항으로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이용해달라는 문구를 내보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조속한 시일 안에 안전장비 대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전동킥보드를 소유한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동킥보드에 따로 보관할 수 없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안전장비 착용에 소홀한 게 현실이다. 전동킥보드를 소유한 박모씨(35)는 “가까운 거리를 갈 때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다 보니 안전장비를 굳이 착용하지 않는다”며 “전동킥보드에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신경쓰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평일 밤 성균관대입구 사거리에서 전동킥보드를 탄 사람이 헬멧을 쓰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홍승우 기자

◆‘킥라니’ 방지대책 필요

전동킥보드에 관련된 법안은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게 문제다. 최근 1년새 전동킥보드나 전동스케이트보드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이용자가 증가하며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고 불리는 개인형 이동수단(PM) 사고도 2배 가까이 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7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PM 사고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PM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으로 1.9배 상승했다. PM사고 사상자도 같은 기간 128명(사명 4명·부상 124명)에서 242명(사망 4명·부상 238명)으로 1.8배 늘었다.

김 의원은 “PM시장이 확대되고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PM 사고의 빈도와 인명피해 규모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 속도나 주행규정 등 PM 운행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하루 빨리 마련되고 신호·차량흐름 등 제대로 된 PM안전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효성 없는 법 테두리에서 전동킥보드와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도로의 무법자나 다름없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자나 길거리 행인들 모두 이에 대한 불편을 호소한다.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어느 날 주유를 마치고 도로로 진입하려고 하는데 전동킥보드가 갑자기 튀어나왔다”며 “서로 급하게 멈추다 보니 하마터면 부딪힐 뻔 했는데 전동킥보드를 탄 사람은 헬멧도 쓰지 않은 상태였다”고 토로했다.

해외에서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대해 이용연령 제한, 제동장치 장착 의무화, 헬멧 등 보호장구 착용 의무화 등을 통해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영국, 호주, 일본, 중국 등은 개인교통 수단의 도로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조명장치 설치를 의무화했고 설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야광조끼, 헬멧조명 등을 사용하도록 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원동기장치가 장착된 교통수단은 의무적으로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2호(2019년 10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승우 기자 hongkey8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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