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이창동 감독 “한국 첫 영화 ‘의리적 구토’ 근대 시민의식과 궤를 함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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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10. 오후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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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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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주년 포럼 이창동 감독 기조 발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련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포럼’에서 기조 발제자로 나선 이창동 감독. 심유림 인턴기자


1919년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나온 지 100년. 이를 기념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난 한세기를 돌아보는 풍성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11일까지 1박 2일 동안 진행되는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포럼’에서는 ‘균열과 생성’을 주제로 영화운동, 영화관람, 비평정신과 상상력 등 영역별로 한국영화사의 공백 지점을 촘촘히 들여다 본다.

10일 오전 기조 발제(‘시네마: 삶의 균열과 재생’)로 포럼 문을 연 이창동 감독은 1919년이 한국인에게 역사적 전환점의 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감독은 “범국민적인 3·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가 수립된 해에 우리나라 최초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건 의미심장하다”며 “한국 근대적 시민의식과 한국영화의 태동·성장이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련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포럼’에서 기조 발제자로 나선 이창동 감독. 심유림 인턴기자


‘의리적 구토’가 활동사진에 가깝다면, 관객과 삶의 문제를 소통하는 ‘시네마’로서 첫 영화는 1926년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이다. 이 감독은 “영화란 꿈꾸는 것처럼 무의식 속 무언가를 만나는 매체인데, ‘아리랑’은 당시 한국 민중의 무의식·욕망과 만난 영화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전으로 전해오는 ‘아리랑’의 줄거리는 미쳐버린 주인공이 여동생을 겁탈하려는 지주 하인을 낫을 휘둘러 죽이고 일본 순사에게 잡혀가는 내용이다. 이 감독은 “흥미로운 건 주인공이 미친 사람이란 점인데, 아마도 일제 검열을 피하기 위해 미친 사람의 행동으로 합리화했을 것”이라며 “이후 나온 ‘임자 잃은 나룻배’ ‘오발탄’ 등과 함께, 한국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관객의 욕망과 만나왔는지 보여주는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100년 역사상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로 ‘아리랑’을 꼽기도 했다. 이 감독은 “가장 당대 민중의 욕망을 잘 드러낸 영화”라며 “보지 못하고 사람들의 전언을 통한 상상 속의 영화이기 때문에 훼손될 일도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감독은 한국영화의 위기론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창의성이 살아 있다면, 영화산업의 지표가 떨어져도 위기가 아니다”며 “창의성의 위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계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2000년 전 관객들이 그리스 비극을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세상은 훨씬 복잡해졌지만 히어로물 영화에서 보듯 서사는 너무나 단순해졌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앞으로 어떤 영화로 관객과 소통할 것인가, 영화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럼 이틀째인 11일엔 한국 씨네-페미니즘의 역사와 쟁점, 봉준호 감독 영화로 살펴본 한국영화의 파국적 상상력, 북한영화를 통한 분단 경계 허물기 등 다채로운 주제로 강연과 토론·대담이 이어진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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