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 남성들의 역동적인 춤… 사랑의 몸부림은 맹렬했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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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18. 오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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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saturday's pick]

발레|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개막 공연.

#1. 1부가 끝난 뒤 휴식 시간, 로비로 나서는 남녀의 대화가 들렸다.

"오빠, 어땠어?"

"백조가 너무 건장한 거 아냐? 백조는 좀 여리여리해야 하는데, 근육이 너무 많아"까지 남자가 말했을 때 여자가 끼어들더니 한 음절씩 힘주어 말했다.

"그 맛에 보는 거지."

가녀린 발레리나들이 추는 우아와 섬세의 백조가 아니다. 등 근육이 성난 듯 솟은 근육질 남성들의 역동적 백조의 춤. 때로 맹렬하기까지 하다. 야성적이고 관능 넘치는 '그 맛'.

#2. 휴식 시간에 여자 화장실 앞 늘어선 긴 줄에 있던 여자 초등학생이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이거 재밌어? 웃통 벗은 남자들이 털(깃털)바지를 입고 계속 춤만 추잖아."

"너 다음부터 안 데려온다."

"아냐 아냐, 여자들이 입은 드레스도 예쁘고, 무대도 멋있어. 난 그것만 봐도 좋아."

1995년 영국에서 초연한 이래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매튜 본의 백조는 네 차례에 걸쳐 한국을 찾았다. 9년 만에 내한한 이번 공연에선 코믹하거나 가벼운 요소를 더했고, 무대는 더 힘이 넘친다.

#3. 1부 중반, 백조들이 등장하기 전 공연이 잠깐 느슨해졌다. 옆자리로 고개를 돌렸더니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눈을 감고 졸고 있었다. 2부 후반, 주인공 '백조'가 다른 백조 떼에게 공격을 받는 왕자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칠 때 그는 훌쩍이기 시작했다. 왕자가 '백조'의 품에 안겨 죽은 채 막이 내리자마자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사랑받고 싶어 하고, 사랑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을 그려내는 데 백조가 남자든, 여자든,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20일까지. 주말은 오후 2시30분, 7시30분.


사진展|나는 너를 중세의 미래한다1

프랑스 최고 문학상 공쿠르상(賞) 수상자 미셸 우엘베크(61)는 논쟁적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그의 사진은 더욱 논쟁적이다. 자신의 얼굴을 컴퓨터로 스캐닝한 뒤, 이를 반으로 자르거나 살을 녹여없애 해골처럼 드러냈다. 사진 연작 '마티에르' 6점을 전시에 초청한 기획자 야콥 파브리시우스는 "포스트 휴먼의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11월 17일까지 열리는 '나는 너를 중세의 미래한다1'은 기괴한 제목답게 디스토피아적 상상으로 그려낸 현대와 미래의 서사시다. 독일 게르하르트 노르드스트롬(1925~2019)부터 최윤(30)까지 국내외 작가 20인이 구현한 혼란과 블랙코미디가 눈길을 붙잡는다.


콘서트|창동 레게 페스타

'노선택과 소울소스'는 우리나라에서 레게 음악을 하는 몇 안 되는 밴드 중 하나다. 2015년 결성 당시부터 실력 있는 연주자들의 조합으로 '레게 드림팀'으로 불렸다. '레게'는 북미와 남미 가운데 위치한 섬 자메이카에서 1960년대 시작한 음악 장르. 북미에 정착한 흑인들의 블루스와 재즈를 자메이카가 자신들의 음악과 결합시켰다. '노선택과 소울소스'는 여기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더했다. 보컬 노선택을 포함한 여섯 명의 멤버는 레게, 사이키델릭과 재즈, 아프리칸 비트 위에 우리 전통 장단과 토속적 가사를 얹은 음악을 선보인다. 11일부터 이틀간 서울 도봉구 플랫폼창동 61에서 열리는 '창동 레게 페스타'에서 만날 수 있다.


클래식|베를린도이치심포니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가 23년 만에 서울을 찾는다. 클래식 수도(首都)인 독일 베를린에서 70년 넘는 시간 동안 로린 마젤, 리카르도 샤이,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등 유명 지휘자들의 조련을 받은 명가(名家)다. 13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떠오르는 음악감독 로빈 티치아티(36)의 지휘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한다.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열여섯 어린 나이에 BBC '올해의 영 아티스트'로 뽑혀 영국을 사로잡은 신데렐라 니콜라 베네데티(32)가 함께한다. 섬세한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유려한 선율, 호소력 짙은 감성, 폭발적 기교에 사로잡힐 기회다.


영화|제미니 맨

'믿고 보는 윌 스미스'라지만 이번엔 어째 아리송하다. 최근 개봉한 '제미니 맨'(감독 이안)은 어디서 본 듯한 B급 스파이 영화다.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 등 누군가에게는 인생 영화였을 작품을 만들어 온 거장 이안 감독 신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 전설적인 스파이 요원 헨리(윌 스미스)가 자신의 DNA를 추출해 탄생한 스무 살가량 어려 보이는 복제 인간(윌 스미스)에게 쫓기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엉성하고 허술하지만, 초당 120프레임·4K 해상도의 네거티브 3D 카메라로 촬영한 덕에 액션 장면만큼은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생생하고 박진감 넘친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오히려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



[변희원 기자 nastyb82@chosun.com] [정상혁 기자 time@chosun.com] [김수경 기자 cat@chosun.com] [김경은 기자 eun@chosun.com] [황지윤 기자 noy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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