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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바보야, 문제는 ‘공정’이야
정부가 20대 남성지지율로 비상이다. 노무현 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20대 남성들이 축구나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느라 자기계발에 있어 여성에게 뒤처진다는 피상적인 분석까지 내놓으면서 20대 남성의 분노를 더 키웠다.

20ㆍ30세대의 지지이탈을 분석하려면 이들 세대의 목표의식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보통 현 정당구조를 보수와 진보, 또는 우파와 좌파 간의 경쟁으로 설명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은 각각 산업화와 민주화에 대한 자부심을 동력으로 하는 정당이다.

산업화는 60대 이상, 그리고 민주화는 현재의 40ㆍ50세대가 각각 그 성취의 대주주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는 영역이다. 전후 빈곤과 남북체제경쟁 속에서 ‘잘 살아보세’는 산업화 세대의 필연적 지향점이 되었고 생활수준의 향상 속에 정치 민주화에 대한 열망도 자연스럽게 민주화 세대의 집단적 동력으로 성장했다.

젊은이들이 거대양당 사이에서 지지정당을 찾기 어렵다고 갈팡질팡하는 것은 두 거대정당이 과거의 영광에 도취해 그 영광을 젊은 세대와 나눌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 기득권을 바탕으로 이 두 세대는 선거에서 서로 정권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힘을 과시하는 중이다.

20ㆍ30세대가 느끼는 박탈감은 자신을 어떤 세대로 규정할지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선 세대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어 꼭 이뤘으면 하는 사회적 목표가 무엇인지 대학생들과 자연스럽게 브레인스토밍 해보면 등록금 인하, 취업난 해결 등의 미시적 목표들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그러나 결국 20ㆍ30세대를 ‘등록금 인하 세대’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처럼, 세대를 관통하는 목표의식은 더 명징하게 표현 가능해야 한다.

이들이 가진 목표의식은 ‘공정사회’이다. 등록금이 인하되었으면 하는 생각은 교육의 기회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공정하게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의 일환이고, 취업비리와 낙하산 인사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이례적 분노는 일자리를 놓고 1:100이라도 좋으니 ‘1:빽’이 아닌 공정한 경쟁을 해볼 수 있는 정의로움을 바라는 것이다.

최근에 보이는 20ㆍ30세대 내 성 갈등도 공정함에 대한 20ㆍ30 남성의 인식과 20ㆍ30 여성의 인식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의 입문서 격이 되어버린 ‘82년생 김지영’이라는 문학에서 주인공은 사회에서 여성에게 발생 가능한 모든 불합리한 차별을 비현실적으로 홀로 다 체험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필자도 85년생이지만 그 소설의 내용처럼 첫 손님으로 여자손님을 안 태우는 택시기사와 여성이 아이를 카페에 데리고 가면 ‘맘충’ 소리를 듣는 경우 등은 정서적으로 와 닿지 않는 이야기다. 80년대생이 전혀 경험하지 못했고 보편화하지도 않은 상황들이지만 주 구독층인 90년대생들에게는 무비판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20대 남성은 누군가에게 ‘맘충’이라고 외쳐본 적도 없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성을 첫 손님으로 받지 않는 미신을 믿은 적도 없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그러한 소설 속의 자아를 통해 결집해 또 다른 절대적 약자인 20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또는 기득권에 묶고 페미니즘을 통해 상대적인 보호와 배려를 요구한다는 것에도 불공정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에 더해 최근 이수역 성희롱 사건처럼 여성이 절대약자이고 피해자라는 통념에 편승해 단순한 음주갈등을 “머리가 짧고 화장을 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공격”과 같은 식의 성 혐오로 엮으려고 한 사건은 매우 부적절했다. 목적의 달성을 위해 선동적 청와대 민원 등을 통해 수십만 명의 집단린치까지도 시도되었다. 이 정도로 약자로 전락한 젊은 남성들의 분노는 인지상정이다.

현 집권세력은 아전인수격으로 본인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자 촛불혁명을 이어가야 한다고 하지만, 애초에 젊은 층이 정유라와 최순실의 불공정함에 치켜든 촛불은 이제 공항에서 24세 청년에게 ‘갑질’한 국회의원, 청년창업자들의 고속도로 카페에서 벌어진 강매, 그리고 대통령 팬카페 지기를 공기업 이사로 낙하산 태워 보낸 이 정권의 불공정함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500원짜리 PC방에서 게임하는 것을 조소적으로 보지 마라. 선동적인 경제정책들로 어렵게 일하며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자리들을 무인키오스크로 바꾸도록 유도하고 물가를 폭등시켜 학생들이 친구들과 변변찮은 유희도 즐기지 못하게 만든 집권세력이 조롱하는 것은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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