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을 강타한 모던록 밴드 `레드플러스`의 `그녀는...`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스쿨오브락-128] 앞서 '기다려 늑대'를 부른 줄리엣 편(바로가기)에서 왜 이 밴드가 1997년에 나왔는지를 설명한 바 있다.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 담긴 김경호 2집이 나온 이해는 음반 관계자들이 '록음악을 해도 돈을 벌 수 있구나'를 매우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던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지금부터 설명할 이 밴드도 1997년 갑자기 불어닥친 록 열풍 연장선상에서 설명할 수 있는 밴드다. 보컬 조성민을 축으로 활동했던 '레드플러스(Red+)’가 주인공이다.

이 밴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성민의 이력을 살펴봐야 한다. 조성민은 1990년대 가요계를 수놓았던 아티스트 '015B' 객원 보컬 출신이다. 가요계 거의 최초로 객원보컬 체제로 운영됐던 프로듀서 그룹이었던 015B는 1990년대 가요계에서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그룹 중 하나다. 가수 윤종신 김돈규 이장우 김태우를 비롯한 수많은 가수가 015B 소속으로 잊히지 않는 명곡을 불러냈다. 015B의 모든 음반이 다 명반이라 할 수 있지만 그들의 작품 중에 1994년 나온 다섯 번째 앨범 'Big 5'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만하다. 나미의 '슬픈 인연',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세련된 편곡으로 리메이크해 실으면서 가요계 과거와 현재를 이으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리메이크가 과거 선배 가수의 곡을 후배가 다시 불러내는 것이었다면 015B의 다섯 번째 앨범을 기점으로 리메이크란 선배가수가 남긴 음원을 기반으로 노래를 재창조하는 것으로 개념이 바뀌게 된다.

조성민은 015B가 가장 리메이크에 부담을 느꼈던 조용필의 '단발머리' 리메이크 버전을 불러 낸 가수다. 015B 입장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 곡을 맡긴 셈이 된다. 그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는 얘기다. 이후 1995년 솔로앨범을 내놓고 '고백'이라는 미디엄 템포 노래를 불렀지만 아주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그랬던 그가 1997년 모던록밴드인 '레드플러스'를 통해 '그녀는'이란 곡을 내놓자 상황이 달라졌다. 앞서 1997년의 록 신드롬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곡은 록 신드롬에 기대어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다. 오히려 '록 신드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작품에 가깝다. 이 노래가 나온 시점은 1997년 1월, 새해 벽두였다. 조성민은 본인 의지에 의해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모던록이라는 장르를 한국에 가져왔다. 보컬 조성민, 베이스 오필중, 기타 우장제, 드럼 이한성 라인업으로 록밴드 구색도 맞췄다다만 '그녀는'이란 곡은 밴드 멤버가 자체적으로 만든 곡은 아니었다).

한 여자의 남편이라고(니가 믿던 그 남자는)
모든 게 거짓이라고(난 너에게 말해버렸어)
골목에 쓰러져 있는 술에 취한 너를 안고서
너를 일으켜 줄 조금의 힘조차 내겐 없었어

그녀는 야이야이야 슬픔에 빠져 있어
그녀가 꿈꿔왔던 그런 게 아냐
우린 언제나 같이 함께 어울렸었지
나를 사랑할 땐 이미 넌 다른 사랑에 빠졌고
나를 조여오는 비극은 시작되었어

후략


이 노래에서 조성민은 절정의 가창력을 선보이지는 못하지만 모던록 보컬이 갖춰야 할 덕목인 말랑말랑한 음색으로 훌륭하게 곡을 불러내는 실력을 보였다. 비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의 창법은 동시대 많은 남성들에 의해 노래방 카피 대상이 되기도 했다. 비록 객원보컬이지만 015B의 단발머리로 한국 가요계 중심에 한번 서봤던 그가 어떤 계기로 모던록이란 장르를 들고왔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한국에 생소한 장르를 들고 나오는 모험정신을 발휘해 소정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다만 서정적인 멜로디가 결합된 '록발라드' 장르에 최적화된 한국 입맛 때문인지 레드플러스의 인기는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다. 1998년 나온 레드플러스 두 번째 앨범은 소리소문 없이 묻히고 말았다. 팀도 이후 해체의 길을 걷는다.

조성민은 이후 2001년 '서브웨이'라는 밴드로 대중 앞에 섰고 이후 '벨벳 글로브' '몽키사운드'란 팀으로 활동하며 꾸준한 행보를 걷는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음악을 하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밴드 형태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갈망이 있었기에 브릿팝, 모던록 장르가 생소했던 당시 모던록을 한국에 들여오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오버그라운드 무대를 두드릴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실험 정신과 관련한 에피소드는 '그녀는'이란 곡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전해진다. 그는 '그녀는'이란 제목 뒤에 '점 세 개(...)'를 붙여달란 요구를 방송사에 전달하곤 했다. '그녀는...'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운이 남을 수 있게 '점 세 개'를 함께 찍어야 진짜 의도한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1997년 나온 '그녀는...'은 지금 들어도 촌스럽거나 어색하지 않다. 다양한 무대에 서는 조성민의 모습을 기대해보고 싶다.

[홍장원 기자]

▶네이버 메인에서 '매일경제'를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매콤달콤' 구독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