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알고싶다 이철규 의문사 사건 ./sbs

[포쓰저널]  SBS '그것이알고싶다'가 30년 전 광주 한 저수지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조선대학교 학생 이철규(당시 25세)씨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을 파헤친다.

이철규씨는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9년 5월 3일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한다며 외출했다가 같은 달 10일 광주광역시 북구 청옥동 제4수원지 저수지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 참혹한 상태로 수원지 관리인에 의해 발견됐다. 

이씨는 사망 당시 조선대 교지 '민주조선' 편집위원장으로 교지에 북한을 동조하는 논문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공안합동수사부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씨의 사체에서 다량의 플랑크톤이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그의 사인을 익사라고 판단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그해 5월 30일 이철규씨가 야간에 불심검문을 받고 산속으로 도주하다 실족해 수원지에 빠져 익사한 것이라는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국회에 '이철규군 변사사건 진상조사특위'가 설치됐으나 검문당시 도주한 이씨를 경찰이 체포하지 못한 이유와 이를 은폐한 사실, 경찰이 이씨를 놓치고도 근무규정시간을 어겨가며 조기 철수한 이유 등  각종 의문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1989년 5월 3일, 이철규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은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그 날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방법을 동원했다고 전했다. 당시 집중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었던 부검에 대해 법의학적 분석을 진행했고, 7가지의 충돌 실험을 통해 의문점들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사건 당일 이씨 행적과 관련된 다수의 인물들을 만나본 결과 그알 제작진은 이씨가 5월 3일 사망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 두가지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한국 검찰이 이씨의 사인을 실족에 의한 익사라고 했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미국에서도 제기됐다.

이씨 시신이 발견된 이틀 뒤 미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이철규씨의 죽음과 관련된 공식논평을 발표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개탄스럽고 잔악한 행위이다. 살인자가 밝혀져 엄벌에 처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잔악한 행위' '살인자' 등을 언급하면서 이씨의 죽음이 공권력에 의한 '타살'이 아니냐는 의혹은 한층 커졌다.

검찰은 이씨가 제 4수원지의 절벽을 건너던 중 실족해 익사했다고 했고 시신이 참혹한 상태로 보였던 것은 시신이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있어 부패가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신의 상태는 그것만으로 납득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손목에는 무언가에 묶여 있던 자국이 있었고 다리에는 무언가에 찔리고 긁힌 상처들이 있었다. 

이씨가 빠졌다는 지점의 수심도 1.6m로 그다지 깊지 않았다. 이씨의 신장 176cm보다도 얕은 곳이었고 더구나 이씨는 평소 수영을 잘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이철규씨의 지인들은 그가 실족했다는 지점에 갈 이유도 없고, 수영을 잘했기에 수심이 낮은 곳에서 익사하지 않았을 거라 주장하며 그의 죽음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은 이철규씨가 사망한 시점이 검경 발표와 달리 5월3일이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조선대학교 선후배들은 이씨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광주 시내를 돌아다녔고, 그가 제4수원지 바로 옆 삼거리에서 택시 검문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검문 사실이 밝혀지자 경찰은 택시 강도 예방 차원의 단순 검문이었고 검문을 받다 도망간 사람이 이철규씨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당시 해명했다. 

하지만 이철규씨는 당시 수배령과 함께 검거자에겐 300만원의 현상금과 1계급 특진이 걸려있던 상황이었다.

현상금과 특진이 걸린 시국 수배범을 경찰이 검문하면서 신원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설명에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씨의 사체에는 수갑을 채운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당시 대책위는 이씨가 수사당국에 의해 연행된 후 피살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sbs '그것이알고싶다' '저수지에 잠긴 비밀 - 청년 이철규의 마지막'  19일(토) 밤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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