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밤섬에서 멸종위기종 잇단 발견, 한강 생태계 정상 회복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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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27. 오전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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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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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개구리·맹꽁이 유생, 삵 ‘흔적’ 확인

· 한강 하구선 ‘붉은발말똥게’ 포착

· 전문가 “한강 지천들 하천 기능 미흡”

· ‘수중보 철거·보호지역 확대’ 지적




한강 밤섬에서 멸종위기 양서류인 금개구리와 맹꽁이, 멸종위기 포유류인 삵의 흔적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강 하구 습지보호지역 내의 장항습지에서는 멸종위기인 붉은발말똥게가 다수 확인됐다. 한강 내 보호지역의 높은 생물다양성에 대한 반가운 소식들이 잇따라 들려오면서 이들 보호지역의 생물자원이 한강 전체로 퍼져 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수중보 철거와 보호지역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강 밤섬에서 발견된 금개구리 유생.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제공.


한강 밤섬 내 금개구리 서식지.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제공.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지난달 8일 실시된 밤섬 생태조사에서 금개구리, 맹꽁이, 삵 등 멸종위기 동물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금개구리 유생(올챙이)이 발견된 곳은 윗밤섬의 작은 호소 내부에 위치한 습지다. 연구진은 금개구리의 특징인 금색 줄 두 개가 선명한 금개구리의 유생(올챙이)을 발견했다. 기존에 서울 시내에서 금개구리가 확인된 곳은 강서구 논습지가 유일했다. 또 아랫밤섬의 물웅덩이에서는 맹꽁이의 집단 서식지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날 많은 개체의 맹꽁이 유생을 확인했다. 밤섬은 섬 중앙부를 관통하는 수로를 기준으로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나뉜다.

한강 밤섬에서 발견된 맹꽁이 유생.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제공.

이날 생태조사에서는 멸종위기 포유류인 삵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배설물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모양과 크기 등으로 볼 때 삵일 가능성이 높고, 밤섬의 고립된 환경을 감안하면 길고양이의 배설물일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고양이가 한강을 헤엄쳐 밤섬까지 가기는 어려우나 삵은 강을 헤엄쳐 건너는 것이 가능하다.

한강 밤섬의 금개구리, 맹꽁이 유생 및 삵 배설물 발견 지점. 밤섬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서강대교.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제공.

한강이 서해와 만나는 하구 부근 장항습지에서는 지난달 붉은발말똥게의 모습이 다수 확인됐다. 붉은발말똥게는 장항습지 전체에 많은 수가 분포하는 말똥게와는 달리 집게발과 몸이 진한 붉은빛을 띠며 장항습지를 대표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체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2006년 장항습지에서 처음 확인된 것을 포함해 두 차례밖에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2006년 붉은발말똥게를 처음 확인하고 이번에 다시 장항습지에서 발견한 (사)에코코리아는 다수의 갯골(갯벌 내의 고랑)에서 두세 마리씩의 붉은발말똥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에코코리아는 ‘장항습지 갯골어업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모니터링에서 붉은발말똥게가 갯골마다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갯골어업이란 행주대교 인근 지역 어민들이 갯골을 이용해 장어잡이를 하던 것을 말한다. 에코코리아는 어민들과 함께 지난 7월부터 장항습지 내부로 바닷물이 유통되도록 습지 내에 갯골을 판 바 있다.

한강 하구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붉은발말똥게. (사)에코코리아 제공.


한강 하구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붉은발말똥게. 붉은 색깔로 인해 주변의 일반 말똥게와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에코코리아 제공.


한강 하구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붉은발말똥게. 붉은 색깔로 인해 주변의 일반 말똥게와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에코코리아 제공.

그러나 람사르습지인 밤섬과 보호지역인 장항습지에서 멸종위기종이 잇따라 발견됐다고 해서 한강 전체의 생태계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한강에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하는 36개의 한강 지천은 다양한 생물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상태다. 람사르습지는 철새 등 특정 생물종의 생존을 위한 생태계 보전을 목적으로 삼는 람사르협약에 따라 지정된 보호지역을 말한다.

에코코리아 PGA연구소 한동욱 소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한강과 지천의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열린 생물다양성서울포럼에서 “한강의 지천 중 복개되지 않은 하천은 중랑천, 안양천, 탄천, 양재천 등 9개인데 이들 지천이 다양한 생물들을 잘 보육할 수 있는 상태일까라는 질문에는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초천, 오류천, 묵동천 등 다수의 한강 지천은 이미 건천화돼 하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 소장은 한강 하류에 설치돼 있는 김포대교 인근의 신곡수중보로 인해 수중보 위쪽과 아래쪽의 생태계가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점농어나 강준치, 밀자개, 동자개 등 어류가 수중보 아래쪽에는 다수 서식하고 있지만 수중보 위쪽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역시 수중보 아래쪽 지역인 장항습지에서도 50종에 달하는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23일 포럼에서 김명철 SOKN생태보전연구소 소장은 “한강 서울구간과 지천에서는 피라미와 붕어, 대륙송사리 등 제한된 어종과 깔따구, 실지렁이처럼 심각하게 오염된 물에서 서식하는 종들이 주로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 조류들 역시 신곡수중보 아래쪽에서만 먹이활동을 할 뿐 서울구간 쪽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인천 강화도 앞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약 3만마리의 갈매기들 역시 한강 서울구간에서는 아주 드물게 볼 수 있을 뿐이다. 겨울철 한강 하구에 머물다 가는 재두루미 역시 한강 서울구간에선 볼 수 없다.

한 소장은 “수중보가 없어지면 서울에서 갈매기와 재두루미가 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한강하구의 습지보호지역을 한강까지 확대하면 하구 지역의 다양한 생물이 김포, 고양을 넘어 서울로도 넘어오면서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이 공급될 것”이라며 “잠실수중보 위쪽의 풍부한 생물자원도 하류로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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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환경, 생태, 기후변화, 동물권, 과학 분야의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열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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