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평화지대로 향하는 비무장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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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06. 오후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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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에서 바라본 하늘은 맑고 평화로웠다. 그 하늘 바로 아래에는 분단된 현실을 보여주듯 철책선이 가로놓여 있었다. 한반도의 남과 북이 서로 마주 보며 대치한 지 벌써 70년이 지났다. 그러나 이제 철책선 대신 평화와 통일이 우리 앞에 서서히 다가서고 있는 분위기가 계속 연출되고 있다.

이 땅에 더 이상 전쟁이라는 비극이 없어지길 바라며 평화를 향한 대화의 물꼬가 트기 시작한 것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이어서 같은 해 4월 27일에 ‘판문점 선언’을 시작으로, 6월 14일부터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한반도 평화를 향한 대화와 소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JSA 안보교육관 앞 화단에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모아 나무를 심었다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 새벽(한국시각)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DMZ(비무장지대) 안에 국제평화지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세 가지 구체적인 원칙을 제시했다. 전쟁불용, 상호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원칙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게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이렇게 남북 간에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즉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하여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낼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5일 열린 제47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출처=KTV)


이에 앞서 필자는 지난 9월 17일 JSA(공동경비구역)에 다녀왔다. ‘9.19 남북군사합의’ 1주년 계기로 도라전망대, JSA 안보견학관, 판문점, T2 회담장 및 도보다리 등을 둘러봤다.

‘9.19 남북군사합의’의 주요 내용은 1) 상호 적대행위 중지 2) JSA 비무장화 3) 상호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4) 비무장지대 남북 공동 유해발굴 5) 한강하구 공동이용 군사적 보장 6) 남북 군 통신선 완전복구, 남북군사 공동위 구성, 운영 준비 등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 남북 공동 유해발굴의 성과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 남과 북, 유엔군과 중국군의 최대 격전지였던 ‘화살머리고지’에서 지금까지 한국군의 유해는 물론 미군과 중국군, 프랑스군과 영연방군으로 추정되는 유해까지 모두 177구의 유해가 발굴되었다고 밝혔다.

방문단 일행이 처음 도착한 곳은 서부전선 최북단에 자리 잡은 도라전망대였다. 전망대는 1987년 1월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 후 계속 운영해 오다 작년에 신축된 전망대로 이전했다. 고도 167미터로 개성시의 모습과 송악산을 선명히 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10월 22일에 오픈한 신축 도라전망대의 전경. 구 전망대보다 북쪽 경계선과 약 11미터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통일 관광지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의 현실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국제평화지대가 된다면 단순히 관광지라는 개념을 넘어 평화와 관련한 주제 및 연구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멀리 개성시를 비롯해 송악산, 개성공단, 장단역과 가까이 위치한 선전마을인 기정동과 대성동 마을을 볼 수 있었다. 대성동과 기정동 마을은 1953년 정전협정 시 판문점 인근에 각각 주민이 사는 마을 하나씩 조성하자는 데에 합의해 이뤄진 마을이라고 한다.

3층에 위치한 옥외 전망대에 올라가 보니 이미 많은 관람객이 개성 쪽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망원경을 이용해 보니 더욱 선명하게 북녘땅을 볼 수 있었다.

관람객들이 옥외 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 산 아래에 개성공단이 있고, 오른쪽 세 개의 봉우리가 있는 산이 송악산이다. 저 멀리 가운데에 개성시가 보인다.


다음 행선지는 JSA에 들어가기 전에 거치는 안보교육관이었다. 강의장으로 입장한 우리는 한 장병의 간단한 설명을 시작으로 영상을 시청했다. 남과 북이 갈라진 배경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담은 영상이었다.

판문점이 원래 ‘널문리’ 라는 지명에서 유래됐다면서 1951년 10월 25일 이곳에서 휴전회담이 시작되면서 중요한 장소로 부각됐다고 한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이곳에서 조인됐고, 그 당시 포로 교환도 이곳에서 이뤄졌다는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안보교육관 2층엔 전시관이 있었으며, 1976년 ‘8.18 도끼만행사건’ 외에 그동안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사진과 설명이 기록돼 있었다. 그밖에 여러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다.

JSA 안보교육관에 들어서자 왼쪽부터 태극기, 유엔기 및 성조기와 함께 양쪽에 헌병 인형이 서 있다.


안보교육관 관람이 끝나고 JSA로 향했다. 대성동을 지나 판문점으로 들어가기 위한 신분 확인 및 판문점 출입 시 주의사항을 듣고 검문소 통과 후 자유의 집 앞에 도착했다.

잠시 주변을 보니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던 평화의 집이 바로 옆에 보였다. 자유의 집에 들어간 일행은 안내병의 안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잠시 후 자유의 집의 문이 열리자 제일 처음으로 TV를 통해서만 보던 판문각과 T2 회담장이 눈에 보였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JSA의 장병들은 모두 비무장이었다. 영화 ‘JSA’에서 본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긴장감이 흐른 분위기지만 한편으론 평온해 보였다. 맑은 하늘 역시 평화로워 보였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 땅에도 전쟁 없는 평화가 찾아오길 바랐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회담 및 선언을 했던 평화의 집 전경. 그 위 가을 하늘이 파랗다.


자유의 집에서 바라본 판문각과 T2 회담장 모습.


T2 회담장 안으로 직접 들어가봤다. 회담장 안에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고,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장소라고 한다.

한가운데에 있는 책상 위의 선이 남과 북의 진영을 나타내지만 회담장 안에는 남북의 경계가 없어 이동이 자유롭다고 했다. 오랜 세월 동안 평화를 향한 움직임이 쌓여 있는 역사의 현장에 서보는 경험을 했다.

T2 회담장 내부의 가운데에 가로놓여있는 책상. 가운데 선이 남측과 북측으로 나눈다.


회담장에서 나와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도보다리’였다. 이 다리는 정전협정 이후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요원들이 판문점에 다닐 때 동선을 줄이기 위해 습지 위에 만든 다리로 길이는 약 50m 정도 된다. 안내병사에 따르면 원래 유엔사령부에서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불리다가 직역해서 도보다리라고 칭했다고 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리이다.

도보다리.


T2 회담장과 도보다리 사이에는 ‘4.27 기념식수’가 자라고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었다. 나무가 더 자라기 전에 얼른 통일이 이뤄져 평화가 오기를 염원했다.

이번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DMZ를 국제평화지대화 하자는 제안은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를 향한 경각심을 일으켜 세우는 발로가 될 것이다.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며 2018년 4월 27일에 심은 기념 식수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언급했다.

아직 분단을 알리는 철책선이 놓여 있지만 그 위 하늘엔 철책선 없는 청명한 가을 날씨를 뽐내고 있었다. 국제평화지대로 가는 길목에서 다시 한 번 통일과 평화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정책기자단|이순풍lsp63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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