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 후배 장교에게 띄우는 편지

입력
수정2020.01.06. 오후 12:14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K소령! 오늘이 71주년 국군의 날이다. 먼저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선배 장교로서 진심으로 축하한다. 늘 전화로 안부를 묻곤 했는데 오늘은 편지로 축하를 해주려 한다. 올해 국군의 날 기념식과 행사는 대구 공군기지에서 하더구나. 공군 전투비행단에서 기념식이 열리는 건 창군 이래 처음이라 의미가 깊다.

‘국군장병 여러분! 대한민국이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병무청이 주최하는 올해 ‘군장병 감사편지 보내기’(2019년 8월 29일~10월 25일) 주제다. 올해가 벌써 10년째라는데 국민들이 많은 위문편지를 보내주고 있어 다행이다. K소령 등 후배 장병들에게 많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무려 75만여 명이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럼 예비역인 나도 당연히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편지를 쓴다.

병무청이 주최하는 ‘군장병 감사편지 보내기’(2019년 8월 29일~10월 25일)가 올해로 10년째다. 지난해는 75만여 명이 장병들을 위해 편지를 썼다.(출처=병무청)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1985년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당시에는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이 쓴 위문편지를 받았지. 소대로 배달된 위문편지를 무작위로 나눠주면서 나도 몇 통을 읽곤 했다. 삐뚤빼뚤하게 쓴 초등학교 위문편지였지. 하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큰 위안이 됐던 추억이 있다. 지금은 이런 위문편지를 받아보기 힘들지만 말이다.

친애하는 K소령! 자네를 처음 만난 것은 강원도 철원군 육군 백골부대였지. 백골부대는 1950년 10월 1일, 남침한 북한군을 반격한 끝에 38선을 최초로 돌파한 부대(23연대 2대대)다. 이런 전통과 명예가 빛나는 부대에 육군 소위 계급장을 달고 온 자네는 긴장한 듯 한 달 내내 적응하기 힘들어했지. 그러나 그 이후 곧잘 적응하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을 보고 선배로서 마음 든든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잘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2020년 국방 예산안을 보면 50조 원이 넘는다. 병 봉급도 병장 기준 월 54만1000원으로 인상된다. 병사들은 전역 후 학업 복귀, 취업과 창업 준비 등을 위해 봉급을 '장병내일준비적금' 등으로 저축하고 있다.(출처=국방부 블로그)


얼마 전에 2020년 국방 예산안을 봤다. 내가 처음으로 근무하던 1980년대와 지금의 우리 군을 보면 정말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예산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니 국방 예산이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국방 예산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병 봉급 인상이다.

지금 병장 기준 월 40만6000원이던 병 봉급이 내년도에는 월 54만1000원으로 인상된다. 군에 갓 들어간 이등병도 월급이 30만 원이다. 내가 1985년 처음 군에 갔을 때 병 봉급이 3000~4500원이던 시절에 비하면 100배 넘게 오르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청춘을 군에 바치는 장병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 봉급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병사들이 3000~4000원 봉급을 받을 때는 집에서 용돈을 받아서 PX에서 간식을 사먹곤 했지. 그런데 자네 얘기를 들으니 지금은 봉급으로 병사들이 ‘장병내일준비적금’에 70% 이상 저축한다니 부모님들이 참 좋아하겠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전역 후 학업 복귀, 취업과 창업 준비 등 사회 진출의 마중물로 사용할 수 있다니 군대 갈만 하겠어.

분단 1번지로 불리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남북 초소와 화기·탄약 철수작업을 완료했다. JSA 비무장화는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사항이다.


K소령! 지난 8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파주 ‘DMZ 평화의 길’에 다녀왔다. 그리고 9월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에 다녀왔다. 이곳은 내가 파주 인근 부대에 근무할 당시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다. 전역 후 1년 만에 가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먼저 파주 DMZ 평화의 길 철거 GP에 가보니 장병들 대신 첨단 CCTV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분단 1번지로 불리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남북 초소와 화기·탄약 철수작업을 완료했다. JSA 비무장화는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사항이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JSA 무장화 조치가 취해진 지 42년만에 비무장 상태로 전환된 것이다.

판문점에서 남북정상과 북미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이는 한반도 평화에 큰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이다. 그 역사적 현장을 방문해보니 감회가 새롭다.


2018년 4월 27일! 한반도 평화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를 했지. 그리고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기도 했다. 올해 6월 30일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하고 문 대통령과 똑같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땅을 밟았다. K소령도 이 장면을 봤겠지? TV로 생중계를 보면서도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

최근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판문점에 갔을 때 T2 회담장도 들어가 봤다. 이곳이 분단이 잉태된 곳이라 생각하니 빛바랜 휴전회담 사진이 떠올랐다. JSA에서는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T2 회담장 안에서는 군사분계선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다닐 수 있지. 그래서 나도 넘어봤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손을 잡고 판문점 MDL을 넘었듯이. 내가 현역시절에는 단 한 번도 넘을 수 없었던 선이었는데 말이다.

장단역에서 멈췄던 기차가 다시 개성과 평양, 신의주까지 달릴 그날을 기대해본다.


K소령! 전역한 지 1년 만에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내가 근무했던 파주 부대는 긴장과 대립이 아니라 이제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심는 곳으로 바뀌었다. 남북평화 분위기에 따라 임진각, 도라전망대, 제3땅굴 등에는 안보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었다.

지난 8월 임진각을 방문했을 때 장단역 증기기관차를 봤다. 임진각에서 서울까지는 53km, 개성까지는 22km다.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듯 언젠가는 장단역에서 멈췄던 기차가 다시 개성과 평양, 신의주까지 달릴 그날을 기대해본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그 말처럼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출처=청와대 홈페이지)


지난 9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 구상을 내놓았다. 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판문점은 정전협정 체결, 남북정상회담 및 남북미 3자 정상회동이 개최된 역사적 현장이 아닌가! 판문점 일대와 남북 상생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평화와 경제가 상생하는 국제적인 평화경제지대로 발전시키자는 것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대통령의 DMZ 국제평화지대 구상에 대해 K소령 등 후배 장병들이 해야 할 일은 뭘까? 지금 한반도는 남북한이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씨앗을 결실로 맺는 것은 이제 내가 아닌 K소령 등 후배 장병들 몫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묵묵히 국가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면 된다.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1일 오전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렸다. 시민들이 기지 밖에서 악천후 속에도 조국의 영공을 수호하는 대한민국 공군의 F-15K 비행 모습을 지켜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나라 지키는 데 고생이 참 많잖아요!”

일흔이 넘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강릉의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다. 작년 이맘때 병무청에서 실시한 ‘군장병 감사편지 보내기’에 동참한 분이다. 이 분은 또박또박 쓴 엽서를 보여주며 이 말을 하셨다고 한다. 이런 어르신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우리 장병들을 응원하고 있으니 뒤는 걱정하지 말기 바란다.

K소령! 나도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은 국군장병들을 한반도 평화시대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기대대로 K소령이 한반도 평화통일의 큰 주춧돌이 되길 기대한다. 건군 71주년 국군의 날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늘 헤어질 때마다 하는 말 있지? K소령의 무운장구(武運長久)를 기원한다.

2019년 10월 1일 건군 제71주년 국군의 날에 선배 장교가

☞ 병무청 군 장병 감사편지 보내기 https://tuney.kr/rWVwNG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는 발전이 없다!

이 자료는 언론사의 보도 기사가 아닌 각 기관에서 제공한 알림자료 입니다. 따라서, 네이버뉴스의 기사배열영역과 많이본뉴스, 댓글많은뉴스 등과 같은 랭킹뉴스 영역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