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인들은 '컨테이너'를 타고 英으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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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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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보다 남는 사람 장사"
2000년 58명 중국인도 컨테이너에서 참사
中환구시보 "英 책임있어"…중국대사관은 "아직 신원 확정 안돼"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에식스주에서 중국인 39명의 시신이 발견된 화물 트럭 컨테이너를 영국 경찰 등이 조사하고 있다.[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사람을 거래한다는 것은 마약보다 남는 장사이다”

버논 코커 영국 국회의원은 25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이미 커다란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중국 출신으로 추정된 밀입국자 39명이 냉동트럭 컨테이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며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추적해온 이들은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밀입국 주선은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연간 2만~4만명 사람들 英밀입국”

데이비드 우드 전 출입국 관리국장은 “연간 2만~4만명의 사람들이 영국으로 밀입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조직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며 “그들은 그 나라에서 취약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우유와 꿀’이 흘러넘치는 땅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또 높은 임금을 통해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고 말했다.

물론 현실은 다르다. 가디언에 따르면 불법 밀입국을 원하는 피해자들이 브로커에게 7000~1만 4000파운드(10000만~2111만원)에 달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밀입국에 성공하더라도 당장 이들 앞에 놓여있는 것은 엄청난 빚더미다. 던컨로이스의 술라이하 알리 변호사들은 “불법 입국자들은 입국 후 바로 일을 하기로 돼 있는 가게나 식당으로 간다”며 “그들은 매우 두려워하고 권위에 대해 불신한다. 브로커들은 이를 악용해 이들을 착취한다”고 말했다.

유럽형사경찰기구(유로폴)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2016년 유럽연합(EU)에서 인신매매 피해자가 발생한 상위 5개 비(EU) 국가 중 하나이다. 난민여성을 위한 모임이 밀입국을 한 중국인 여성 14명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일부는 매춘업소와 안마시술소에서 구금당한 채 성적인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의 밀입국은 2000년대 초까지 기승을 부렸다. 2000년 영국 남서부 도버에서 중국인 58명이 컨테이너 안에서 숨진 사건 역시 이 시기다. 당시 수사 결과 유럽 전역의 범죄조직과 협력·활동하는 밀입국조직 ‘스네이크 헤드’가 1인당 2만 파운드를 받고 중국인들을 베이징으로부터 동유럽을 거쳐 네덜란드로 이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중국인 밀입국자는 중국경제가 성장에 따라 차츰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일을 통해 여전히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컨테이너 박스에 갇혀 사망한 중국인 39명을 추모하는 모습[사진=AFP제공]


◇사망자들 10시간 넘게 냉동 컨테이너에 갇혀있었을 가능성

벨기에 정부와 영국 정부는 컨테이너 이동 경로를 탐색하며 이들이 어떤 경위로 밀입국해 사망에 이르게 됐는지 조사 중이다.

디르 드 포 벨기에 제브뤼헤 항만청 회장은 22일(중부유럽 현지시간) 컨테이너가 항구 후문에 도착했을 당시 밖에서 밀봉된 상태였던 점을 봤을 때 이들이 항구에 도착하기 전 이미 컨테이너에 숨어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항구 당국이 봉인이 파기된 화물은 페리에 싣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제브뤼헤 항구를 출발한 컨테이너는 이튿날 0시 30분(영국 시간) 영구 남서부 그레이스에 있는 퍼블리트 페리터미널에 도착했다. 이후 오전 1시 5분, 북아일랜드 아마 카운티 출신 운전기사 모 로빈슨이 페리터미널레서 컨테이너를 수령, 스카니아 트럭에 연결했다. 그는 1시 10분 페리터미널 근처 산업단지에 정차한 후 컨테이너를 열고서야 39명이 모두 숨진 것을 인지하고 구급당국에 신고했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냉동 컨테이너에서 동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제브뤼헤 항만당국에 따르면 냉동 컨테이너 내부는 영하(-) 25℃의 극저온을 유지한다. 만약 이들이 항구에 도착하기 전에 컨테이너 박스에 숨어들었다면, 적어도 10시간 이상 어둡고 추운 공간에 갇혀있었던 셈이다.

영국 언론들은 퍼블리트 페리터미널 같은 소규모 항만과 냉동컨테이너가 밀입국 조직의 범죄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우려가 나왔는데도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더타임스는 무더기로 버려진 여권이나 밀입국자들을 실어나르는 버스를 봤다고 신고를 해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고 불평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영국으로 돌렸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평(社評)에서 “이들 중국인이 영국에 입국하는 방식이 정당하지는 않다”면서도 “이처럼 심각한 인도주의적 재난이 영국과 유럽사람들의 눈 앞에서 일어났다. 영국과 관련 유럽국가들은 이 사람들을 비명횡사하지 않게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집단 사망 중국인 희생자들이 밀입국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단 사망 자체를 희생자들의 잘못으로 인한 것으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경제가 더 발달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싶어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그러면서 “유럽 국가들은 현재 보편적으로 외국인 이민자들을 배척하고 자국의 노동시장을 이방인에게 개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 같은 선택을 하다가 죽음에 이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이 신문은 “국경을 넘나드는 것에 대한 종합적 관리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해당국들은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특히 영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 노력을 해야 한다. 영국이 최대한 빨리 범죄자를 잡고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주런던 중국대사관은 사망자들이 아직 중국인이라는 점이 확인되지는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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