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부터 플러스 사이즈까지… '모델'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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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29. 오전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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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젝시믹스 인스타그램

광고모델이 달라졌다. 젊고 날씬하기만 하던 모델에서 나이가 지긋하거나 체격이 있는 모델이 늘고 있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의해서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통업체들은 광고모델을 다양화하면서 마케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연령·성별·사이즈를 넘어 

최근 광고계는 시니어 모델이 물들이고 있다. 주로 젊음과 패기를 주제로 광고를 해온 스포츠 브랜드와 아웃도어 브랜드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코오롱스포츠는 가을·겨울(F/W)시즌 배우 김혜자(78)를 모델로 발탁해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대개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는 젊은 모델을 기용해 ‘더 젊어지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면서 “하지만 나이가 많아도 자연을 즐기고 싶고 꿈을 가진 노인이 많다. 하반기 광고는 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는 최근 ‘아빠의 그레이’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장년층을 마케팅에 동원했다. 평범한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뉴발란스 아이템으로 스타일링하고 이들의 인생 사진을 찍어준 것. 이 캠페인은 온라인상에서 젊은층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화제를 모았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이번 시즌 ‘국내 최초 시니어 모델’ 김칠두(65)를 기용했다. 패션그룹 세정이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 패션 편집숍 웰메이드도 이달 김칠두와 함께한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다. 주 타깃인 4050세대는 물론 젊은 소비자층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그를 모델로 채택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이달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와 함께한 CF 2탄을 공개했다. 2030세대가 좋아하는 박막례 할머니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젊은 고객들에게 다가가고자 함이다.

국내 최초 시니어 모델 김칠두. /사진=밀레

연령뿐 아니라 체형도 다양화 추세다. 패션업계엔 마른 몸매가 아닌 비교적 통통한 몸매를 가진 모델들이 많아졌다. 특히 날씬한 몸매만을 강조했던 요가복 브랜드의 변화가 돋보인다.

요가복 브랜드 젝시믹스는 지난달 현실감 있는 모델의 레깅스 착용 사진을 공개했다. “미의 기준이 대체 뭐죠? 내가 예쁘면 그만”, “나의 가치가 왜 몸매로 평가돼야 하나요? 더 이상 자존감을 낮추고 싶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다” 등의 설명도 덧붙였다. 이는 소비자들의 공감과 호평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다양성은 세계적인 추세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지난 6월 런던 플래그십스토어에 기존 마네킹보다 통통한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선보였다. 나이키는 “스포츠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며 “전세계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4월에는 스포츠 브라 모델로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가수 아나스타샤 에누케를 발탁, 겨드랑이 제모를 하지 않은 화보를 촬영해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미국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은 지난달 트랜스젠더 모델인 발렌티나 삼파이우를 카탈로그 모델로 선정했다. 지젤 번천, 미란다 커 등 소위 말하는 ‘8등신 미녀’ 여성 모델을 앞세워 섹시 코드를 고집했던 빅토리아시크릿의 파격 변화였다.

반대로 남성성을 강조해왔던 기업도 트랜스젠더를 기용했다. 미국 면도기 브렌드 질레트는 지난 6월 트랜스젠더를 모델로 한 광고를 선보였다. 지난 30여년간 ‘남자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것’이라는 슬로건으로 광고를 이어온 질레트의 의미 있는 변화다. 앞서 캘빈클라인, 갭, H&M 등 의류업체들도 트랜스젠더 모델을 기용한 바 있다.

/사진=나이키위민 인스타그램

◆왜 ‘다양성’에 주목하나

최근 유통업체들은 획일성에서 벗어나 인종, 나이, 성별 등 다양성을 가진 모델을 속속 기용하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체들이 사회적 분위기를 읽은 것으로 분석된다. ‘자기 몸 긍정주의’(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나 성소수자 존중과 같은 이른바 PC(political cor rectness·정치적 올바름)를 의식한 것.

소비자들은 이런 변화를 반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지난 6월 일반인 모델 콘테스트 ‘에잇 바이 미’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인스타그램 ‘좋아요’ 개수를 통해 최종 8인을 선정했는데 소비자들은 국적과 성별, 나이, 피부색이 다른 다양한 모델들에 투표권을 행사했다. 다름의 가치에 대한 호응이 나타난 셈이다.

나아가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에 지갑을 연다. 여성의류쇼핑몰 로미스토리는 올 봄 개그우먼 홍윤화를 플러스 사이즈 뮤즈로 선정했다. 이후 홍윤화가 착용한 아이템들은 온라인몰에 공개되자마자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또한 홍윤화 인스타그램에 올린 화보는 ‘좋아요’ 수가 2만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일반 패션 시장은 1.6% 성장한 데 비해 플러스 사이즈 패션 시장은 6% 증가했다. 모델 사이즈가 아닌 평균 여성 사이즈에 맞출 경우 240억달러(약 28조7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열린다고 의류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모델보다 현실적인 모델이 느는 추세”라며 “요즘 소비자들이 그런 모델을 원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동시에 자신감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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