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과 수원화성을 판타스틱한 예술로 펼쳐낸 작품들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수원아이파크미술관에서 열린 '셩: 판타스틱 시티' 전 아티스트 토크

[오마이뉴스 김소라 기자]

수원은 정조(正祖, 1752~1800)의 도시다. 정조는 자신의 왕권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정치공간으로 당시의 수원부에 조선 최초의 신도시인 수원화성(水原華城)을 축성하였고, 이는 오늘까지도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아 역사와 전통의 도시가 되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는 정조가 꿈꾼 이상향의 도시인 수원 그리고 수원화성을 동시대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셩: 판타스틱 시티' 전이 열리고 있다. 수원이라는 도시가 지닌 과거의 유산을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아, 열 명의 참여 작가들이 작품을 창작했다.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셩 : 판타스틱 시티'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와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10월 12일(토), 10월 19일(토) 총 2회에 걸친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해보았다.
 
▲ 수원화성을 동시대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셩: 판타스틱 시티》전이 열리고 있다 수원화성을 동시대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셩: 판타스틱 시티》전이 열리고 있다
ⓒ 김소라

 
1회는 10월 12일(토) 오후 2시 '니은서점×미술관'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사회학자이자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노명우가 운영하는 니은서점의 '니은 하이엔드 북토크'와 연계한 독특한 자리였다. <정조평전>(2018, 민음사)의 저자 여주대학교 박현모 교수, 전시 참여 작가인 안상수, 김성배, 이이남이 함께하여 정조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역사와 미술을 논하는 기회를 가졌다.

2회는 10월 19일(토) 오후 4시에 <전시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이루어졌다. 김준혁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교수와 전시 참여 작가인 민정기, 나현, 최선이 함께하여 작품 속 정조와 수원화성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관람객은 참여 작가로부터 직접 작품 구상, 제작 과정을 들어 봄으로써 작품이 담은 역사적 배경, 작가의 의도에 보다 쉽게 다가가는 기회가 되었다.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아티스트토크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아티스트토크
ⓒ 김소라

  
전시의 제목 '셩'은 적의 습격에 대비하여 구축한 방어시설을 총칭하는 '성(城)'의 의미와 밝게 살펴서 헤아린다는 뜻을 지닌 정조의 이름 '셩/성(?)'을 모두 포함하는 중의적 표현이다. 이번 전시는 수원이라는 도시를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두 개의 성, 바로 수원화성과 정조에 대한 이야기다.
 
▲ 아름다움은 적에게도 두려움을 준다  아름다움은 적에게도 두려움을 준다고 말한 정조의 사상이 담긴 수원화성을 걸으며...
ⓒ 김소라

 
두 번의 아티스트 토크에 모두 참여해 보니 수원화성 및 정조의 역사를 작가들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표현한 예술작품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2회차 아티스트 토크의 진행방식 및 작가들의 해설이 와 닿았다.
 
민정기 작가는 수원 도심의 모습과 지역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수채화 같은 맑은 색감과 자유로운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반계서당', '서장대에서 본 광교산', '봉수당을 복원하다'와 같은 작품을 그렸다.

작가는 "유형원의 '반계수록'에 수원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서장대에 올라가 광교산을 바라보니 반계서당에서 바라본 느낌과 비슷했어요. 이것을 같이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신읍지 수원에 대한 역사를 다시금 이해하고 작품을 그리니 수원과 정조가 달리 와 닿았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작가와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김준혁 교수는 감칠맛나는 역사 해설로 청중들에게 이해를 도왔다. 정조가 외래 문물을 수용하고 포용하고자 했던 의도를 역사에서 밝힌 내용이 의미 있었다.
 
▲ 김준혁 교수와 3인의 예술가  김준혁 교수와 3인의 예술가가 함께 만나 역사와 예술을 논하다
ⓒ 김소라

  
"정조대왕은 1786년 1월 화성축성이 되기 3년 전 바로 자신이 왕이 된 지 10년 되던 해 신하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개혁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하라고 합니다. 이 때 많은 실학자들이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 서양의 학문까지도 수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정조는 이미 1776년 즉위하자마자 이덕무, 박제가와 같은 사신을 중국에 보내어 '고금도설집성' 등 10만권의 책을 사갖고 오게 했습니다. 압록강 의주에서 587마리의 말이 책을 싣고 줄지어 조선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 안에 '기기도설'도 들어 있었습니다. 정조는 다산에게 '기기도설'을 보내었고, 칼릴레오 갈릴레이가 크레인을 만들었던 부분을 통해 거중기를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작가의 작품 의도를 역사적으로 재해석한 강의는 예술과 역사를 연관짓는 탁월한 해석이었다. 또한 김준혁 교수는 작품을 꼼꼼히 관람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서 청중의 호기심까지 채워주었다. 최선 작가에게는 "잘 모르겠지만, 대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48개의 침대시트로 만든 '성'과 같은 작품을 어떻게 구상했나요?"라고 물었다.

최선 작가는 "한국에 148명의 미네르바 대학의 학생들이 와서 공부를 했습니다. 미네르바 대학은 전 세계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이 공부를 합니다. 그때 한국에 왔던 학생들이 깔고, 자고, 덮었던 이불이 있어요. 저는 이것을 정조가 꿈꾸던 국제도시의 이상과 연결지었습니다. 그래서 정조의 꿈이 있는 팔달산이 연상되어 작품을 창작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 화성을 모티브로 한 예술작품, 난해하고도 의미가 깊었다  예술가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하는가를 알게 된 시간
ⓒ 김소라

 
화성성역의궤에 정조는 '미려함은 적에게 두려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미 200년 전에도 아름다움의 힘을 알고 있었다. 디자인의 힘을 강조했다. 화성의 구조물은 똑같은 건물이 단 하나도 없다. 오히려 현대보다 훨씬 조선의 건축 기술은 예술적인 아름다움이 컸다. 성냥갑처럼 찍은 건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 중 하나다.
 
이날 아티스트 토크에 참여한 이윤숙 작가는 "너무 뿌듯한 전시입니다. 정조의 개혁정신과 위민정신, 글로벌한 생각까지 가졌다는 게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행궁동벽화마을을 전세계 작가들의 창조신화를 행궁동에 만들고 싶다는 것과 일맥상통한 것 같아요. 앞으로 화성을 홍보하려면 전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오게 하고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정조, 화성, 나혜석 등 수원을 상징하는 강력한 콘텐츠를 통해 문화예술도시로 발돋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11월 3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이어진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어요
▶네이버에서 오마이뉴스 채널을 구독하세요
▶끝나지 않은 싸움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