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해외 전문가 인터뷰>진짜도전은 美·日 아닌 北 韓, 동맹국과 함께 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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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 소장

韓·美·日 공동목표는 北관리

힘 합쳐야 진전 이룰 수 있어

日과 지소미아 종료에 실망

남북·미북 정상회담 했지만

北비핵화 가져왔나? 아니다!

‘싱가포르’ 이후 더 요원해져

北속내, 核논의 원치않는 듯

내년초 핵·ICBM도발 가능성

그때는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


“미국과 한국, 일본은 서로에게 도전이 아닙니다. 큰 도전은 북한입니다.”

리처드 폰테인(44)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장은 30일 워싱턴DC 맥퍼슨 스퀘어 인근에 위치한 CNAS 사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간 대북정책 및 방위비 분담금 갈등, 한·일 간 역사문제 갈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폰테인 소장은 무엇보다 “우리는 모두 같은 목표, 북한 문제 관리를 이루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폰테인 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는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현 정부가 비핵화 상응 초기 조치로 제시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기존 행정부와 다른 대북 정책을 펴왔는데.

“외교적 노력이 시작된 이후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위기를 가라앉히는 데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정책의 최고 목표는 비핵화다. 그리고 이 목표 달성에 있어서는 성공적이지 않다.”

―미·북 정상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합의했다. 북한이 이후 비핵화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졌나.

“그렇지 않다. 점점 더 멀어졌다. 북한은 서로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비핵화는 핵무기를 포기하거나 폐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북한은 어떠한 핵무기도 포기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추가 시설을 만들고 있으며, 핵분열 물질을 추가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비핵화는 가까워진 것이 아니라 더 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말해왔는데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는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외부의 영향력과 침략에 대한 마지막 억제력이다. 비핵화는 보상을 대가로 30년간 해온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것이다. 북한은 제재 해제와 같은 거래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다 포기하지 않고도 제재 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10월 초 스웨덴에서 재개됐던 미·북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3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첫 번째는 북한이 비핵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순서상 문제다.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고 난 뒤 제재 해제를 해주는 것을 원한다. 그런데 북한은 제재 해제를 받은 다음에 일부 비핵화에 들어가는 문제를 논의하기를 바란다. 미국과 북한은 그 차이를 메울 수 없었다. 세 번째는 북한이 실무급 협상팀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더 나은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무협상이 어렵다. 북한은 실무급으로부터 얻는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더 좋은 합의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실무급에서 뭔가를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장이 30일 워싱턴DC CNAS 사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비핵화에서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또 다른 정상회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 북한이 그렇게 해봤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것은 양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동의했다. 그러니 북한 입장에서 왜 ‘노(NO)’라고 말할 사람들과 협상하겠는가. 그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이 ‘예스(Yes)’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게 진짜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북 실무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은 어떤 안을 내놓아야 하나.

“비핵화를 협상하겠다는 용의를 보여야 한다. 이전에 그들이 테이블에 올린 것은 핵무기의 포기나 폐기 없는 영변 핵시설의 부분적인 폐쇄였다. 미국과 한국, 일본 모두가 신경을 쓰는 것은 북한 핵무기다.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에 대해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는 실무급에서 진전을 이루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항상 영변 시설 일부 (폐쇄)에 대한 부분적인 합의를 하고 나서 핵무기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로 가려고 한다. 북한이 핵무기에 대해 기꺼이 논의하려 하지 않는다면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 나는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에 대해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협상 재개 조건으로 ‘생존권’과 ‘발전권’을 요구하는데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안은 무엇인가. 협상이 재개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안전보장과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 경제 지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노’라고 말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장을 떠났다. 북한은 대가를 먼저 얻은 다음에 미사일과 핵무기를 넘겨주고 싶어 한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먼저 준 다음에 대가를 받아가기를 원한다. 그런데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거나 폐기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괴롭히는 것이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북한은 현재 단거리 미사일, 중거리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모든 것을 시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연말까지 협상 진전을 기다려보다가 안 되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시작할 것이다. 어쩌면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시작되면 우리는 시작했던 지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한국 정부는 미·북 협상 진전을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 과정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인데 현재는 과거 정부와 비교해 볼 때 개선되긴 했다. 내가 지난 6월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는데 그 전과 비교해보면 긴장감이 줄었다. 북한 군인은 중국인 관광객들과 잡담하고 있었다. 이렇게 남북관계가 개선됐는데 그것이 비핵화를 가져왔나? 아니다. 아마 ‘조금만 더하면 비핵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이러한 관계 개선이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려는 의지를 심어준다는 어떠한 증거도 보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이 비핵화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북핵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은 한국 내에서 동맹국인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지 우려를 낳고 있는데.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동맹국들의 (대미) 신뢰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쿠르드족은 한국처럼 조약을 맺은 동맹국이 아니다. 미국과 쿠르드는 미국과 한국이 맺고 있는 것과 같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은 매우 오랜 기간 동맹이었으며 상황 또한 아주 다르다. 그래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쿠르드족에 대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나중에 한국에 대해 비슷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상황이 한국과 같은 동맹국, 대만과 같은 우방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문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정책’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양국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 기억해야 할 것은 미국과 한국, 일본은 서로에게 도전이 아니라는 점이다. 큰 도전은 북한이다. 그리고 중국도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목표, 북한 문제를 관리하는 것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미국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지난번에 상당히 어려운 협상이었던 점을 알고 있다. 나는 미국과 한국이 상대방을 대할 때 적대자가 아닌 서로 함께하는 동맹으로 대하기를 바란다. 이런 협상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종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부문은 내가 기억하는 한 어느 때보다 나쁜 한·일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미국이 아시아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간 갈등 해결을 중재하지 않고 관망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미국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일본과 한국 카운터파트를 한데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다정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또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조용하게 한·일 합참의장과 회의를 했다. 미국의 손길이 없었다면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관계는 더 파괴적인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한국에 위협은 북한과 중국이지 일본이 아니다. 또 한국은 일본에 위협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어느 쪽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좀 더 관여해서 우리 동아시아 동맹국에 북한과 중국에 집중해야 한다는 더 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정상 단계부터 실무급 단계까지 한국과 일본의 관계 회복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동맹과 함께 일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역내에 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이들과 함께 일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툴레인대 국제관계학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석사 △조지타운대 국제학부 조교수 △상원 외교위 중동·남아시아 담당 연구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근동 부문 부국장 △2008년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 캠프 외교정책 보좌관

워싱턴=글·사진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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