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엔 검은 비닐… 쿠션에 시신 구겨넣어” 처제 살인사건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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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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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하는 유가족 중 유일하게 멀쩡했던 한 사람
중부매일 제공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지나서야 범인의 실체가 드러났다. 유력 용의자 이모(56)씨는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징역으로 20년째 수감생활 중이었다. 그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한국일보는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의 전언을 19일 보도했다. 그의 말을 토대로 청주 처제살인 사건을 재구성했다.

1994년 1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이씨의 집에서 일이 벌어졌다. 당시 30대였던 이씨는 경제적인 문제로 부인과 자주 다퉜다. 사건이 발생 무렵 부인은 불화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홀로 집에 남겨져 있던 이씨는 자신의 처제 A씨에게 빵 굽는 토스트기 줄 테니 집에 놀러 오라고 꼬드겼다. 평소 A씨는 조카를 보기 위해 이씨의 집을 자주 찾았다.

당시 A씨는 갓 스무살이었다. 이씨는 A씨를 유인한 뒤 그의 특성을 교묘히 이용했다. A씨는 조카를 보기 위해 이씨의 집을 찾을 때마다 델몬트 유리병에 있는 오렌지주스를 한 잔 마신 뒤 손을 씻고 아이를 보는 습관이 있었다.

이씨는 이 주스에 수면제를 탔다. 최소 40알로 추정된다. A씨는 곧 잠들었고 이씨는 성폭행했다. 깨어난 A씨가 울음을 터트리며 반항하자 이씨는 망치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어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씨는 A씨의 시신을 자신의 아들 유모차에 실어 1㎞ 떨어진 철물점 야적장에 유기했다. 이튿날 철물점 주인이 물건을 덮어놓는 파란색 천막 안에서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시신의 상태는 참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신은 아이들이 잠잘 때 안고 자는 대형 쿠션 안에 구겨진 채 유기돼 있었다. 얼굴은 검은 비닐로 싸여있었고 쿠션 입구는 청바지를 뒤집어 씌워놓았다. 당시 수사관은 “피가 안 나도록 하려고 한 것 같았다”고 추측했다.

이씨는 사건 직후 바로 붙잡혔다. 당시 경찰들은 시신에서 방어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면식범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수사팀은 유가족이 모여 있는 A씨 부모님의 집을 찾았다. 가족 모두 통곡하며 슬퍼하는데 유독 멀쩡한 사람이 있었다. 감정적인 동요가 전혀 없는 듯 보였다고 한다. 그가 이씨였다.

이씨는 검거 당시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가 돌연 부인하고 나섰다. 검찰 공소 유지에 제동이 걸리자 경찰은 다시 증거를 찾기 위해 수사력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인근 주민으로부터 사건 당일 이씨의 집에서 새벽까지 물소리가 났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씨의 집 욕실 세탁기 밑 쪽에서 희미한 혈흔을 발견했고 피해자 유전자를 검출했다. 결국 그는 1심과 2심에서 사형선고 받았다가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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