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상 전 유전병·염색체 이상 진단해 건강한 자녀 출산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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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유은정 교수는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은 자녀에게 유전병을 물려주지 않는 최선의 검사”라고 말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은 자녀에게 유전병을 물려주지 않게 해주는 최선의 검사입니다."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유전학연구실에서 착상 전 유전자 진단(PGD) 분야를 담당하는 유은정 교수(산부인과)의 말이다.

2016년 기준 국내 출생아 수는 40만6000여 명이다. 이중 2%인 8000여 명이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난다. 유전병은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고, 재활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 유전병을 대물림해주는 부모의 고통은 크다. 최근에는 의학이 발전하면서 유전병 대물림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유전병이나 염색체 구조 이상이 있는 아이를 출산할 위험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이다. 국내에는 1994년 도입됐다.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시술)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기 전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병이나 염색체 이상을 진단해 건강한 자녀 출산을 돕는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여성에게서 10~15개의 난자를 채취한다. 미세조작을 통해 정자를 만나게 해 수정란을 만든다. 3일간 배양된 수정란의 배아에서 세포 1~2개를 떼어낸다. 여기서 얻는 소량의 DNA를 증폭시킨 뒤, 유전자를 분석해 유전자나 염색체 이상이 있는지 살핀다. 5일 배양한 배아의 바깥 세포(나중에 태반이 될 세포) 일부만 떼어내기도 한다. 검사 후 건강한 배아만 골라 자궁에 착상시킨다. 염색체 수나 이상만 볼 수 있는 착상 전 유전자 선별 검사(PGS)와는 달리, 유전자 이상 자체를 판단할 수 있다. 유은정 교수는 "본인을 포함해 가계에 유전병이 있거나, 첫 아이가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염색체 검사 후 착상 전 유전자 진단 검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3회 이상 유산을 경험해도 고려한다. 부부 중 염색체 수나 구조에 이상이 있지만 유전병이 발현되지 않은 '보인자(保因者)'가 있으면 임신이 잘 안될 수 있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 검사의 오진율(위양성·위음성)은 1~2%로 낮다. 또한 임신 후 융모막 검사와 양수검사를 통해 유전 문제를 다시 확인할 수 있어 문제 없다.

배양 5일째인 배아를 대상으로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을 하고 있는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유전학연구팀의 연구원. /차여성의학연구소 제공

착상 전 유전자 진단 검사는 이론적으로 6000종 이상의 유전병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 보건복지부는 160여 개 유전병에 대해서만 진단을 허용한다. 헌팅턴병, 혈우병, 골형성부전증, 듀센씨 근이영양증, 신경섬유종 등이 해당한다.

병원을 찾자마자 곧바로 유전자 진단이 가능한 건 아니다. 유은정 교수는 "단순히 유전병 가계력이나 특정 증상으로 유전병이 의심된다고 곧바로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이 가능한 건 아니다"며 "부모 자신에게 무슨 유전자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알아내는 유전자 검사가 먼저다"고 말했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 검사 기계를 설정할 때 목표 유전자를 정확히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병원에서는 유전자 이상을 알아내는 검사를 하기 어렵다. 유은정 교수는 "기본 유전자 검사 없이 찾아온다 해도 괜찮다"며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에서는 기본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의료기관과 연계, 진료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난소기능이 떨어지므로, 유전병이 있으면서 임신을 원한다면 최대한 빨리 의료기관을 찾는 게 좋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 검사는 난임 전문 병원을 중심으로 시행된다. 차병원은 국내에서 착상 전 유전자 진단 검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대표 병원이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 검사 건수는 한 해 400건 이상이다. 최신 염기서열 분석기, 이미지 분석 장비, 자동 DNA추출기 등 관련 의료장비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진단 시 각종 외부 DNA 오염을 막기 위해, 진단 작업 공간에 유입되는 외부 공기는 헤파 필터로 거른다.

/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s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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