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산행, 한박자 늦어도 좋은 이유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 설악산 7만, 북한산 5만 명
이번주부터 1주는 저지대 단풍 볼만
남쪽 지리·한라·주왕·강천산은 절정
지난달 마지막 주말인 26일.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 분소 앞 교통상황은 ‘주황색’이었다. 정체라는 뜻이다. 실제 단풍객이 몰리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량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서울 서북부에서 아침 일찍 평소 2시간 20분이면 도착했는데, 이날은 5시간이나 걸렸다. 외설악 소공원 쪽은 인산인해였다. 신흥사 입구에서부터 차량이 1㎞ 가까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지난달 20일 설악산국립공원 천불동 계곡을 찾은 탐방객들이 단풍 산행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3호선 구파발역에서 북한산에 가기 위해선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일요일인 지난달 27일 버스는 이미 불광·연신내역에서 갈아타고 온 탐방객들로 꽉꽉 찼다. 구파발역에서 북한산성 입구까지 8000원 ‘정액제’로 운행하는 ‘셔틀 택시’는 1년 중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단풍이 절정이다. 한국인들의 단풍 사랑은 대단하다. 1년 중 가을철에 산행객이 가장 많이 몰린다. 그것도 10월 하순, 11월 첫 주가 가장 많다. 지난해 10, 11월 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1045만 명. 상춘객이 몰리는 4, 5월의 825만 명을 훌쩍 넘었다.

설악산이 가장 인기다. 10월 마지막 주말인 26, 27일에 7만여 명이 몰렸다. 약 한 달 전 가을 문턱인 9월 21, 22일 1만9833명의 3.5배다. 북한산도 같은 기간 1만6500명에서 5만1700명으로 역시 3배 넘게 급증했다. 설악산·북한산보다 탐방객 수는 적지만 일교차가 큰 내륙에 위치해 단풍이 고운 내장산의 경우 2405명에서 3만2988명으로 14배나 늘었다. 지난달 27일 북한산에 만난 한 등산객은 “사람에 치여 피해 다니느라 비교적 한산한 코스를 찾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북한산 의상봉에서 국녕사를 통해 하산하고 있는 등산객들. 진관동 북한산성 입구를 들머리로 한다면 서암문~아미타사~옛 식당가~국녕사~가사당암문~백화사 계곡 코스를 추천한다. 한적한 구간에서 저지대 단풍을 한껏 즐길 수 있다. 김홍준 기자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단풍객이 유난히 많은 이유는 일상으로부터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관계 형성을 위한 동호회·친목회 형태로 많이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체 단풍객들은 버스를 대절해 고속도로 휴게소나 졸음 쉼터에서 취사하며 술을 마시기도 한다. 버스에 화기를 싣고 다니는 것은 불법이다. 질주하는 버스 안에서 음주·가무를 하기도 한다.

단풍은 속도를 내며 남하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이번 주말에 중부 이남의 지리산·한라산·주왕산 등의 단풍이 절정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절정’은 산의 80% 이상이 단풍이 들 때를 일컫는다. 월출산·대둔산·강천산도 단풍 나들이 명소로 꼽힌다.

전북 순창 강천산은 지방산의 강자다. 단풍이 빼어나 가을철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중앙포토
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단풍이 이번 주말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신인섭 기자
수도권·강원도·충청도 내륙 일대가 단풍 시즌의 꼭짓점에서 조금 내려서 있다고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명종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 계장은 “오히려 이번 주말을 포함해 1주 정도는 북한산·설악산의 저지대(해발 300m 이하) 단풍이 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많이 찾는 만큼 1년 사고의 20%가 단풍 시즌에 일어난다”며 “평소 산행을 안 하는 사람들은 심장·근육·관절에 신경 써야 하고 낙상·저체온증 대비를 위해 등산화·재킷·간식을 꼭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중앙SUNDAY [페이스북] [구독신청] [PDF열람]

ⓒ중앙SUNDAY(https://news.joins.com/sunday) and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