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산길숲길]양양 흘림골, 그림속으로 걸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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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 유인근 선임기자]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에 올라 백두대간의 웅장함을 눈에 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게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해발 1708m나 되는 대청봉에 오르기는 만만치 않다. 여차하면 산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그런 이들에게 좀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설악의 멋과 풍광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추천하라면 설악이 품은 또하나의 작은 설악 ‘흘림골’을 꼽고 싶다.

양양 흘림골은 서두르면 서울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다. 흘림골에서 주전골을 거쳐서 오색약수 쪽으로 내려오는 총 6.2㎞ 코스는 길지 않지만 깊은 숲과 기암괴석, 코스 내내 이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가 설악의 정수를 옮겨다 놓은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흘림골은 산이 크고 계곡이 깊어 안개가 끊이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갯속에 숨어있던 흘림골이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1985년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됐다 무려 20년 만인 2004년 가을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06년 기록적인 폭우로 산은 만신창이가 됐다. 오랜 복구공사를 마치고 다시 개방된 것이 2008년이다.

흘림골 입구는 그 유명한 한계령 아래에 있다. 한계령휴게소에서 양양 방향으로 2㎞쯤 내려오면 국도 오른쪽으로 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계단으로 시작되는 탐방로에 들어서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등선대까지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지루하지 않다. 오르는 중간 첫 번째 명소인 여심폭포는 예전에 신혼부부가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로 통했다. 이 폭포의 물을 받아 먹어야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 옆으로는 칠형제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칠형제봉은 등선대에 오르는 내내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길동무가 돼준다. 큰 숨을 몰아 쉬는 깔딱고개를 넘으면 등선대다. 등선대는 신선이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이 있는 의자모양의 바위봉우리로 정상에 올라서면 서북능선의 줄기와 함께 대청봉, 귀때기청봉, 점봉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멀리 동해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내리막. 한결 수월한 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바위를 타고 흘러 내리는 물길이 이곳 저곳에 작은 폭포를 만들어 놓아 지루할 틈이 없다. 등선대 아래 등선폭포는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하얀 물줄기가 시원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경쾌하다. 폭포 아래에는 작은 소도 있어 지친 발걸음을 쉬어가는 쉼터가 되어주기도 한다. 조금 더 내려가면 십이폭포가 길게 이어지고 그 아래는 용소폭포가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외설악의 웅장함을 연상케 한다면 이제부터는 내설악의 포근함을 감상할 차례다. 길은 물길을 따라 평탄하게 이어진다. 시원한 물소리를 벗삼아 걷다보면 어느새 계곡 아래다. 내려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그야말로 선경이 따로 없다. 반대쪽 오색마을에서 이제 막 계곡으로 접어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마치 그림 속으로 걸어가는 것만 같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서너 시간의 흘림골 탐방은 계곡 아래 오색약수터에서 마무리 된다. 철분이 섞여 톡 쏘는 맛이 나는 오색약수 한 모금은 산행으로 쌓인 피로를 털어내기에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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