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기준, 20명에 이르는 승무원과 300명이 넘는 승객을 책임지는 기장의 역할은 늘 반복되는 비행이지만, 항상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항함과 동시에 탑승한 승객들과 동료 승무원들의 만족스러운 비행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그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A: 유럽과 미국의 대부분 대형 민간항공사는 조종사 대부분이 자국민이지만, 에미레이트항공은 외국인 조종사와 객실승무원이 자국민들보다 많은 독특한 환경으로 이는 회사에서 전세계 모든 국적의 사람을 골고루 채용하려는 열린 마음의 결과로서, 이는 승무원과 승객 모두 국적을 떠나 자유롭게 어울리며 비행을 하면서 인문학적 이해를 책이 아닌 실제 사람들을 통해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A: 기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나 커다란 선박의 함장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자라 비행기를 본적이 없어서 조종사는 꿈도 꾸지 못했지만, 성인이 되고 난 뒤에 우연히 공군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기회에 스스로에게 적성이 있음을 알고 지원해 공군 조종사가 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으며,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는 정말 운이 좋아 합격한 것 같다.
A; 하루에도 한번씩 “내가 지금 멋진 꿈을 꾸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에미레이트항공 B777 운항승무원 외에는 다른 일을 하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고, 여기에서 동료들과 승객들과 함께하는 비행생활을 사랑하고 있으며, 모든 비행은 늘 집중해야 하는 일이라 지루할 틈이 없다.
Q; 조종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종사가 되기 위해 꼭 가지고 가야 할 마음가짐, 조건, 자격 등 준비해야 할 것을 지금까지 경험에서 조언한다면?
A: 소방관, 경찰관, 군인 등과 같은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지만 400명에 가까운 승객과 승무원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합하면 제가 맡은 비행에서 책임지는 사람은 수 천명에 이르기에, 자신의 건강과 비행 교육 등에서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다면 중도에 탈락하거나 최종목표인 안전하게 정년까지 해낼 수 없는 일이 조종사라는 직업으로, 자기 절제와 긍정적인 마인드, 리더쉽의 바탕이 되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Q: 군 뿐만 아니라 민간항공사에 근무하는 모든 조종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그 사명감은 무엇인가?
A: 모든 조종사는 자기가 타고 있는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는 무한 책임감에 따른 철저한 희생정신을 가슴속 깊이 가지고 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언제든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군 조종사 과정을 거친 나의 경우에는 강인한 정신력과 승객과 승무원을 자신이 보호해야 될 민간인이나 부하장병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한 것 같고, 민간항공사 기장은 유사시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안전하게 탈출한 것을 최종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탈출하도록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사항으로 군 조종사들의 가치관과 일치하기에 전역한 이후, 민간항공사에서 비행생활도 공군에서의 10년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A: 과거 우리나리 국적항공사에서 근무할 당시 에어버스 A330과 보잉 B777을 타보았고, 공군에서는 다양한 훈련기와 CN235가 주 기종으로 그리고 C-130을 자주 탈 기회가 있었다. 모두가 좋은 항공기였지만, 단연코 B777은 군계일학이다.
A: 가까운 시간 안에 에미레이트항공은 세계 최초로 보잉 B777X을 보유하는 항공사가 된다. 에미레이트항공의 요청으로 보잉이 제작한 B777X는 접히는 윙팁과 더욱 업그레이드 된 최첨단 운항시스템을 가진 기체로서, 제가 현역 기장으로 비행하며 만나게 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운항승무원뿐만 아니라 객실승무원 그리고 승객들에게도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을 줄 명작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A: 공군에서는 수송기 조종사로서 2000년 태풍 상륙이 예보되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민간항공사가 모든 비행을 취소한 가운데, 그날 제주도에서 계획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위해 선배기장과 같이 태풍 속에서 제주도에 CN235를 안전하게 착륙 시켰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으며, 민간항공사에서는 에미레이트항공 기장으로 3년 전 봄에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정측풍 45노트/돌풍 65노트가 예보된 상항에서 안전하게 착륙 시켰던 날이 잊지 못할 순간이다.
A: 개인적으로 스위스 취리히와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를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에미레이트항공만이 가진 운항노선에서 두바이를 거쳐 브라질의 리오와 칠레의 산티아고에 이르는 대서양 루트 비행은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다니는 태평양과 달리 중동과 아프리카의 가로질러 대서양 상공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비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에, 기회가 된다면 경험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A: 지금까지 3번 정도 사고로 이어져 목숨을 잃을 뻔한 순간이 있었다. 모두 공군에서 비행하던 중에 발생했던 상황으로 열악하고 가혹한 기상 상황과 조건에서 경험이 많은 민간항공사 오래 근무한 운항승무원들보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젊은 조종사들이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군에서 비행생활을 하며 동료를 잃고 비탄에 빠져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제 자신 오늘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것은 천운이었다고 생각한 날도 있었다. 이런 모든 경험이 이제 25년간의 비행생활에서 흔들리지 않는 안전에 대한 강한 이해와 자기관리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A: 늘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비행에 임하고 있지만, 책임이 따르는 위치에 있는 기장으로서, 비행은 언제나 아주 쉽거나 아주 어렵다. 에미레이트항공이 B777 1대를 커버하고 있는 보험금이 1조원이다. 이는 나의 책임이 1조라는 뜻으로 비행을 위해 회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목적지 공항에 주기하고 엔진을 끄는 순간까지 지치지 않는 긴장 속에서 자신의 나태해짐을 누르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최선의 상태에서 비행을 즐기며 집중한다.
단 1명의 승객과 나의 승무원도 제가 기장으로 비행하는 항공기에서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정년을 마치는 것이 저의 목표이며, 아직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음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A: 딸아이가 어느 날 비행준비를 하는 나를 보고 “아빠도 항덕이네~” 하는 말에 받은 충격을 받았는데, 시골의 가난한 학생으로 이 자리에 오기까지 겪은 고뇌와 도전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혼자만의 생각 때문에 가족에게는 소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가족과 회사 생활에 밸런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는 않겠지만, 보다 더 가족들에게 그 동안 소홀했던 부분을 챙겨 평생 마음에 짐으로 남지 않게 하고, 무엇보다 회사와 동료들에게는 유쾌하고 책임감 있는 기장으로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조종사로 기억되기 위해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글: 강 헌 칼럼니스트, 사진: 에미레이트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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