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늦가을 인사태풍-확 젊어진 이마트…턴어라운드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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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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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석 파트너를 나타내는 이미지는 ‘스마트(smart)’다.”

최근 이마트 수장에 오른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자·유통 부문 파트너(50)에 대한 단적인 평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룹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관료 출신의 젊은 컨설턴트를 주력 계열사 신임 대표로 영입한 것. 창립 26년 만에 첫 외부 CEO 발탁 사례다. 통상 12월 1일 단행하던 임원 인사 관행도 깼다. 아울러 이마트 임원 40명 가운데 11명을 한꺼번에 옷을 벗겼다. 향후 강 신임 대표가 짊어지게 될 역할이 막중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 신임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뿐 아니라 국내 컨설팅 업계를 통틀어 ‘브레인’으로 손꼽힌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일한 공무원 출신. 2004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뒤 2005년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로 자리를 옮겨 10여년간 이마트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1969년생인 그는 전임 이갑수 대표보다 12살 어리고, 정용진 부회장보다는 1살 아래다.

강희석 대표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을 연구해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글로벌 트렌드에 정통하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이마트 사업 컨설팅을 여러 건 맡아 내부 사정에 비교적 밝다.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삐에로쑈핑 등 이마트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전문점 사업 컨설팅, 스타필드 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 설립과 관련 컨설팅을 진행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젊은 강 대표를 발탁한 데는 그의 ‘스마트함’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이마트를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이마트 앞에는 ‘위기’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신세계그룹 인사 중 이마트만 한 달 앞서 낸 것도 조직 내 위기감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99억원 적자를 냈다. 3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줄어들 전망이다. 어닝쇼크에 주가도 큰 폭 떨어졌고,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을 연이어 하향 조정했다.

신규 사업을 뜯어봐도 딱히 효자가 없다. 에브리데이, SSG.COM, 이마트24, 스타필드(프라퍼티) 등 다양하게 확장했으나 매출 증대 효과는 미미했다. 영업이익을 따지면 적자투성이다.

특히 온라인 사업 확장에서의 손실이 컸다. 이마트 종속법인 중 상반기 가장 큰 순손실을 기록한 법인은 SSG.COM이다. 온라인 시장 확보를 위해 SSG.COM을 앞세웠으나 시장 분위기를 뒤집지 못했다. 출발이 늦어 경쟁 업체 대비 뒤처지며 174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이마트24는 163억원, 제주소주는 6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스타필드, 일렉트로마트, 삐에로쑈핑, 노브랜드 등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마트의 장점인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한 전략도 약했다. 정 부회장이 ‘초저가’를 내세웠지만 가격 경쟁력이 없었고, 온라인몰 상품 구성은 신유통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쇼핑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강 대표 고민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강 대표는 월마트 성공 사례를 이마트에 접목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강 대표는 이마트 의뢰로 최근 침체 일로였던 월마트가 어떻게 아마존이라는 온라인 절대 강자의 공세에서 살아남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는지 분석했다.

월마트는 2014년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디지털 전환’과 ‘신선식품’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월마트는 2016년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전자상거래 업체 제트닷컴을 33억달러에 인수했다. 아마존프라임 서비스를 겨냥한 ‘이틀 내 무료배송’을 도입했다. 온라인 상품군을 기존의 세 배 이상으로 늘리고 일부 상품 가격은 아마존보다 더 낮췄다.

그 결과, 2017년 전년보다 10%나 줄었던 월마트 영업이익이 이듬해 다시 플러스로 바뀌어 반전을 이끌어냈다. 올해 2분기 56억달러 영업이익으로 시장 컨센서스(55억달러)를 맞췄다. 아울러 북미 지역 할인점 실적도 20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용진 부회장은 월마트 부활을 이끈 맥밀런 CEO와도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강 대표에게 월마트,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대형 유통업체와 소통하며 글로벌 유통 트렌드를 이마트에 접목시켜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서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식품)와 비식품본부로 나누는 한편, 신선식품 담당을 두 개로 나누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강 대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다. 외부 인사라지만 강 대표는 이미 컨설팅 파트너로서 이마트 신사업 전략에 상당 부분 관여해왔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강 대표 조언을 토대로 추진한 사업 중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한 사업이 적지 않다. 노브랜드·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으나, 헬스앤드뷰티(H&B)스토어인 부츠, 삐에로쑈핑 등에서는 적자가 커졌다. 이마트 컨설턴트로서 이미 한 번 체면을 구겼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오프라인 유통사 전체가 불황에 빠진 터라 강 대표가 쓸 카드가 많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강 대표가 컨설턴트 CEO가 주로 써왔던, 안 되는 사업을 접고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 전략을 앞세워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강 대표의 조직 장악력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강 대표는 컨설턴트로서 이마트 사정에 밝지만 유통 현장 경험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부 조력자와 경영자는 확연히 다르다”며 “순혈주의가 흐르는 보수적인 유통 조직에서 외부 컨설턴트가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지, 현실에서 맞부딪치는 다양한 장애 요인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측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채양 부사장 조선호텔로 이동 발령

그룹 컨트롤타워 전략실도 연쇄 이동

이주희·허병훈 부사장 지원·경영총괄

이마트 임원 인사와 함께 주목받는 곳이 신세계그룹 컨트롤타워 전략실이다. 이마트 부문에서 그룹전략실로 소속이 바뀐 이주희 신세계 부사장이 전략실 내 지원총괄을 맡는다.

기존 지원총괄이던 허병훈 신세계 부사장이 경영총괄로 자리를 옮긴다. 전략실 경영총괄을 맡았던 한채양 신세계 부사장이 신세계조선호텔 대표이사로 발령 난 데 따른 전략실 후속 인사다.

경영총괄은 재무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굵직굵직한 M&A(인수합병) 거래를 검토하는 것도 경영총괄의 주요 업무다.

지원총괄은 기획 업무·그룹 인사 등에 관여한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주희 부사장은 2017년 당시 기획총괄(현 지원총괄) 소속으로 일했다”면서 “이번 인사로 전략실로 돌아오면서 이전에 맡았던 업무를 계속 담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1992년 신세계 경영기획실에 입사한 이래 신세계와 이마트, 조선호텔베이커리 등 계열사에서 30여년 가까이 재무 업무를 담당해온 ‘재무·기획통’이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7월 호텔신라에서 신세계그룹으로 영입됐다. 2000년대 중후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 허 부사장은 현 전략실장인 권혁구 신세계 사장의 추천으로 전략실로 영입됐다.

한편, 자동차·전자·화학 등 산업 판도 변화가 심한 업종에서도 이마트 같은 파격적인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부 영입, 세대 교체, 수시인사가 연말 인사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미 연말 정기인사를 해오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4월 연중 수시인사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연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선임처럼 LG그룹도 외부 경영진을 스카우트할지 관심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49), 구광모 LG그룹 회장(41) 등 주요 대기업 총수가 40대에서 5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임원들의 연령대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1호 (2019.10.30~2019.1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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