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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욕망이 충돌하는 '순수의 시대'

송고시간2015-02-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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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조선 건국 7년째인 1398년에 대해 역사는 '제1차 왕자의 난'이 벌어진 해로 기록하고 있다.

조선 건국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세자 책봉에서 제외된 태조 이성계의 5번째 아들 이방원(태종)이 사병을 동원해 정도전과 남은 등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배다른 동생인 세자 방석과 그의 형 방번을 살해했다는 내용이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적 사실이다.

영화 '순수의 시대'는 여기에 정도전의 사위인 '김민재'(신하균)와 정도전의 외손자이자 태조의 딸 경순공주의 남편인 '김진'(강하늘)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해 보탰다.

<새영화> 욕망이 충돌하는 '순수의 시대' - 2

외세의 침략과 세자 책봉 문제로 혼란스럽던 1398년, 조선의 국경선을 지킨 공로로 군 총사령관이 된 김민재는 연회에서 어릴 때 여읜 여진족 어머니와 닮은 기녀 '가희'(강한나)를 보게 된다.

권력을 향한 욕망을 잠시 감춘 오랜 벗 '이방원'(장혁)과 이방원을 견제하며 김민재를 이용하는 장인 '정도전'의 팽팽한 기 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김민재는 능욕당할 위기에서 가희를 구한 뒤 그녀를 집으로 들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사실 가희는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것도 모자라 어머니까지 억울하게 잃은 슬픔에 복수를 하고자 김민재에게 접근한 것. 복수의 대상을 향해 한 발씩 다가갈수록 김민재가 보이는 진정한 사랑에 흔들린다.

<새영화> 욕망이 충돌하는 '순수의 시대' - 3

시작부터 유혈이 낭자한 전투 장면과 격정적인 베드신을 교차해 보여주는 영화는 '순수의 시대'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바와는 달리 격정 멜로물에 가깝다.

'아랑'·'블라인드'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안상훈 감독은 최근 시사회 후 가진 간담회에서 "욕망이 뒤엉킨 가운데 한 남자의 한 여자에 대한 감정과 한 여자의 한 남자에 대한 감정이 가장 순수하고, 수많은 욕망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욕망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수한 사랑이라고 치부하기에 영화는 꽤나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다. 서로 다른 욕망이 난삽하게 뒤엉켰기 때문이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았던 굳건한 남자가 자신을 유혹하려 접근한 여자 때문에 끝내 무너지는 줄거리는 리안 감독의 '색, 계(色, 戒)'를 연상하게 하나 정교함이나 예술성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엉덩이 골'을 노출하는 파격 의상을 선보여 화제가 됐던 신인 배우 강한나는 첫 주연작인 이번 영화에서 거침없이 노출신을 소화했다. 때로는 한 남자의 연정 앞에 순수한 모습을, 때로는 복수를 위해 남자를 유혹하며 속으로 칼을 가는 독한 모습을 선보이는 그녀는 각기 다른 욕망을 지닌 세 남자 주인공과의 베드신을 선보인다.

강한나는 간담회에서 "복수하고 싶은 증오심과 사랑의 마음이 드는 애정은 사실 한 끗 차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했던 것은 김민재와의 베드신이었는데 비단 남녀의 베드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순수한 한 남녀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감정 변화와 교감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1998년 데뷔한 이래 처음 사극에 도전한 신하균은 '신경질적인 근육'과 역동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엄친아' 이미지가 강했던 강하늘의 변신은 놀랍다. 원하지 않았던 부마 자리에 앉으면서 벼슬길도 막혀 버린 김진의 비뚤어진 욕망을 비열하고 몽환적인 눈빛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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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작 시나리오는 "시대가 모호하게 처리된 멜로 중심의 얘기"였다고 한다. 안 감독은 "그 감정을 다루기 가장 극적인 시대가 조선 건국 혼란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역사적 배경을 끌고 왔지만 정작 이런 역사적 사건은 난세 속에서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한 남성의 연정과는 어우러지지 않고 갈수록 겉도는 느낌이다.

다양한 체위로 화제가 됐던 '색, 계'의 정사신이 농밀했다면 '색, 계'의 체위를 일부 차용한 듯 보이는 '순수의 시대' 속 정사신은 극의 흐름을 위해서라기보다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 커 보인다. 감정선도 그다지 세밀하지 않다. 순수한 사랑이라기보다 욕망의 또다른 모습으로 읽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순수의 시대'라는 제목도 선뜻 와 닿지 않는다.

3월 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113분.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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