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국제

美국적기 탄 김영철…트럼프, 18일 미북회담 발표 가능성

신헌철,김대기 기자
신헌철,김대기 기자
입력 : 
2019-01-17 17:53:08
수정 : 
2019-01-18 06:14:48

글자크기 설정

막오른 미북고위급회담

WP "3~4월 다낭 유력" 보도
김영철, 베이징 출발 공항서
보안검색 놓고 한때 실랑이

워싱턴 체류늘려 2박3일 일정
김정은 친서 메시지 `촉각`
펜스 "핵무기 해체" 압박
사진설명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일행이 17일 오후 6시 25분(중국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미국 워싱턴DC행 비행기(UA808)에 예정대로 탑승했다. 지난해 5월 말 방미 때 수차례 비행편을 변경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전날 공개된 동선대로 움직인 셈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방문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합의에 이른다면 미·북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는 이번주 말을 전후해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오후 5시 30분께 베이징 서우두공항 3터미널 귀빈실에 도착했으며 그가 탄 유나이티드항공은 오후 6시 38분께 이륙했다. 앞서 출국장에서는 보안 관계자가 김 부위원장에게 보안 검색을 받을 것을 요구해 북한 수행원들이 언성을 높이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존에 중국 항공사를 통해 방미할 경우 보안검사를 그냥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미국 항공기를 이용해 보안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결국 소지품만 검사받고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미단에 포함된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과 함께였다. 이어 언론 접촉 없이 낮 12시 11분 신속히 공항 밖으로 빠져나가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이동했다.

당초 워싱턴DC행 비행편도 함께 예약했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같은 날 오후 1시 50분 스웨덴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15일 베이징에 도착한 뒤 이틀간 행적이 묘연했던 그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은 채 출국장으로 향했다. 최 부상은 이번주 말 스웨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고위급 회담에 이은 후속 실무협의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이 '키맨'인 최 부상을 방미단에서 뺀 것을 두고 고위급 회담에선 실질적 의제 협상을 제외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이 끝까지 '정중동' 행보를 보인 것도 김 부위원장이 가져올 '보따리'에 대한 의구심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오찬을 함께하며 고위급 회담을 위한 마지막 협의를 마쳤다.

하지만 백악관과 국무부는 김 부위원장이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도 이례적인 침묵을 이어갔다. 일단 김 부위원장은 17일 오후 6시 50분(미국 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공항에 도착해 1박을 한 뒤 18일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18일 늦은 오후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날 하루를 워싱턴DC에서 더 묵은 뒤 19일 오후 3시 35분 에어차이나 비행편으로 귀환하는 일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김 위원장이 방미 기간에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CIA는 국무부 협상 라인이 개점휴업 상태인 동안 북한과 비밀 접촉을 진행해왔다.

WP는 또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접견한 뒤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이뤄진다면 시기는 3~4월, 장소는 베트남 다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2월 중순께 베트남 하노이 개최가 유력하다는 기존 예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앞서 베트남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면서 대표적 관광지인 다낭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하노이와 다낭 모두 가능한 옵션으로 보인다.

고위급 회담이 개최된 뒤 곧바로 정상회담 무드로 이어지는 데 대한 워싱턴 조야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실질적 성과가 부족했던) 싱가포르 회담을 반복할 순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의 핵 은닉처에 대한 신고서를 얻기 전까진 2차 정상회담을 보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우리가 매우 긍정적인 증거(positive proof)를 얻기까지 완전한 제재는 유지된다"고 말했으나 그가 언급한 긍정적인 증거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연구원은 WP에 "북한은 자신들이 협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트럼프뿐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의제 협상을 지연시키는 전술을 쓰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일대일' 협상으로 판을 만들어가는 데 대한 우려다.

한편 그동안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으로 '배드 캅' 역할을 해온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16일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를 약속하고 있지만 우리는 북한이 우리 국민과 역내 동맹들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해체하는 구체적 조치에 나서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과 달리 북한의 행동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분석된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