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여수=이재호 기자] “저는 또 2주후에 경기가 있어서 부상을 입지 않으려고 했다. 조심하는 경기를 해서 죄송하게 됐다.”

경기 후 샤밀 자브로프의 승리 소감이 통역되자 장내는 순간 침묵에 빠졌다. 말 그대로라면 권아솔과 로드FC는 성대한 이벤트로 생각했던 경기를 샤밀은 그저 스파링 상대로밖에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2주 후에 바로 경기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권아솔전을 가볍게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샤밀의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로드FC 제공
권아솔은 9일 오후 6시부터 전남 여수시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056 라이트급(-70kg) 샤밀 자브로프와의 경기에서 3라운드 종료 후 판정에서 심판전원일치로 판정패했다.

권아솔은 지난 5월 제주도에서 열린 100만불토너먼트 최종전에서 만수르 바르나위에게 2년여만의 복귀전에서 어이없게 패하며 잠정 은퇴에 돌입했었다. 다시 복귀를 선언한 권아솔을 위해 로드FC는 샤밀 자브로프전에서 권아솔이 승리할 경우 다시 만수르 바르나위와 대결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없게 됐다. 권아솔은 경기 내내 상대의 그라운드 공격에 빠져나오지 못하며 고전하다 판정패했기 때문이다. 분명 만수르 바르나위전만큼 맥없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좀처럼 그라운드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던 경기였다. 권아솔 스스로도 경기 후 “제가 파이터 자격이 없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괴감을 밝혔을 정도.

로드FC는 권아솔 복귀를 위해 정문홍 전 대표는 물론 김대환 대표 등 모든 이들이 동원돼 권아솔을 설득했고 그가 복귀를 결정하자 기자회견까지 열어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또한 사상 처음으로 전라도에서 열리는 대회에 전라도 출신인 권아솔을 메인 이벤터로 내세웠고 이 대회에 밴텀급 타이틀전이 있음에도 타이틀전을 코메인 이벤트로 내릴 정도로 각별히 신경쓰기도 했다.

권아솔 역시 6개월만에 복귀전을 위해 원주 치악산에 들어가 집중훈련을 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로드FC 제공
그러나 샤밀이 이겼고 이기고 난 후 소감을 밝힌 것은 더 충격적이었다. 샤밀은 “저는 또 2주후에 경기가 있어서 부상을 입지 않으려고 했다. 조심하는 경기를 해서 죄송하게 됐다”고 했다. 일단 2주 후에 시합을 잡아 놓은 것도, 그 경기를 위해 부상을 방지하는 조심스러운 경기를 했다는 것만으로 권아솔전을 로드FC나 권아솔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2주 후 경기를 위해 권아솔을 스파링 파트너로 삼은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부러 이런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진심인지는 모르지만 샤밀의 발언은 분명 장내가 조용해질정도로 충격적인 말이었다.

로드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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