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는 영화일 뿐… 수원·부천 ‘치킨집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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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6.03. 오전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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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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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수 1600만명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 한 장면.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수원왕갈비통닭'도 인기를 끌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올해 초 개봉해 1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에 나온 이 대사 하나로 ‘수원왕갈비통닭’은 이른바 ‘대박’을 쳤다. ‘원조’ 매장에는 손님들이 줄을 섰고, 서울 백화점에 팝업스토어까지 냈다. 각종 치킨 프랜차이즈도 경쟁적으로 유사 메뉴를 출시했다. 국민 메뉴인 치킨과 영화의 인기가 어우러진 덕분이었다. 실제 한국인 1명 당 연간 치킨 소비량은 지난해 14.1kg나 된다. 오는 2028년에는 16.4kg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대박’의 꿈은 과연 얼마나 현실과 가까울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3일 발표한 자영업 분석 보고서 ‘치킨집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에 따르면 매년 전국에서 6000곳의 치킨집이 생기지만, 동시에 8000곳이 폐업하는 곳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로 신규 창업자가 물밀듯이 이어지면서 기존 치킨집과 새로운 창업자 간의 각축전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치킨집 신규 창업은 6200곳으로 2014년 9700곳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폐업은 2015년 이후 매년 평균 8000곳 넘게 이어지고 있다.

치킨집은 사업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초보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대표 업종이다. 창업 비용과 운영 부담이 낮다는 장점 덕분이다. 올해 2월 기준 전국의 치킨집은 8만7000곳에 달한다. 전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10곳 가운데 2곳이 치킨집(21.1%)인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숫자도 409개나 된다. 신규 창업자의 연령대도 확대되고 있다. 50, 60대 은퇴 세대에 이어 30대 미만 젊은층의 창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에서 치킨집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1만9253곳)로 조사됐다. 서울(1만4509곳)보다 많은 규모다. 인구 1000명당 치킨집의 수는 전남(2.43개), 광주 및 제주(2.34개), 충북(2.18개) 순으로 비수도권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 기준으로 치킨집이 가장 많은 곳은 수원(1879개)이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등 공장과 연구소 등이 밀집한데다 1인 가구의 거주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수원 팔달구는 치킨집 평균 면적(83.4㎡)이 가장 넓고 인구 1000명당 매장수(3.04개)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창원(1688개), 부천(1683개), 청주(1644개)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치킨의 성지’인 수원에서 치킨집은 창업보다 폐업이 많았다. 최근 5년간 수원 인계동에서는 62개 매장이 새로 생기는 대신 78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이렇게 폐업한 치킨집의 67%는 5년 넘게 장사를 해오던 매장들이었다. ‘터줏대감’이 사라지고 신규 업체가 꾸준히 개·폐업을 반복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부천도 최근 5년간 창업보다는 폐업이 많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지역 치킨집 창업은 2014년 205개에서 2018년 98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폐업은 226개에서 156개로 소폭 감소했다. 지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창원도 2015년 164곳의 치킨집이 새로 문을 열었지만 2018년애는 111곳으로 줄었다. 반대로 폐업하는 치킨집은 2015년 115개에서 2018년 161개로 크게 늘었다. 연구소 측은 “경쟁 심화와 지역 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치킨집의 수익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킨집의 영업이익은 2011년 2000만원에서 2017년 1400만원으로 32% 감소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전체 가맹점수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신규 브랜드의 진입 경쟁이 치열하다. 매출 상위 3개 브랜드 점유율이 절반 이상인 버거(72%), 피자(50%) 업종에 비해 치킨은 상위 3개 업체 매출액 비중이 29%에 불과하다.

KB금융 연구소 측은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전체 치킨 시장 규모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영업이익 하락, 경쟁 심화 등으로 영업 여건은 당분간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치킨집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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