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윤정희 "배우로 인생을 마치겠습니다"

송고시간2010-04-14 21:52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15년만에 컴백한 배우 윤정희
15년만에 컴백한 배우 윤정희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배우 윤정희가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정희는 이창동 감독의 5번째 영화 '시'를 통해 15년만에 영화에 복귀한다. 영화는 내달 13일 개봉한다. 2010.4.14 << 문화부 기사 참조 >>
srbaek@yna.co.kr

15년 만에 이창동 감독의 '시'로 복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예전에 감독하라는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저는 배우입니다. 배우로서 제 인생을 마치겠습니다."

배우 윤정희의 말은 우아하면서도 느렸지만, 그 속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이창동 감독의 5번째 장편 영화 '시'로, 15년 만에 영화 배우로 복귀한 윤정희는 14일 저녁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배우는 너무 매력있는 직업"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일본의 어떤 대학에서는 한국영화를 강의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죠. 꿈이 대학교수였지만 지금은 제 직업에만 충실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가르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웃음)

40여 년간 배우라는 외길을 걸어온 묵직함이 느껴지는 말이다.

윤정희는 긴 설명이 필요없는 1960년대 최고의 배우다.

그는 1966년 1천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인 배우 오디션에 합격, 영화 '청춘극장'의 여주인공으로 화려하게 은막에 데뷔했다.

한국영화의 황금기로 불리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연 그는 단역 혹은 조연부터 시작한 문희, 남정임과는 달리 첫 영화부터 주연을 꿰차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15년만에 컴백한 배우 윤정희
15년만에 컴백한 배우 윤정희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배우 윤정희가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정희는 이창동 감독의 5번째 영화 '시'를 통해 15년만에 영화에 복귀한다. 영화는 내달 13일 개봉한다. 2010.4.14 << 문화부 기사 참조 >>
srbaek@yna.co.kr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그녀는 지금까지 330여 편에 출연했다. 그동안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 24차례에 걸쳐 각종 영화상에서 여우 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1994년 그녀에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안긴 '만무방'을 끝으로 스크린 활동에 긴 휴지기를 둬온 윤정희는 작년 연말부터 '시' 촬영에 임하고 있다.

"복귀라는 말은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동안 영화제 심사위원, 시상식 등을 통해 꾸준히 영화와 인연을 맺어왔어요. 그냥 15년 만에 촬영했다는 말이 더 적확한 것 같네요." (웃음)

영화 '시'는 생활보조금을 받아가며 딸이 맡긴 10대 외손자를 기르는 60대 중반 여성 '미자'가 문학강좌 수업을 받으며 생전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너무 즐겁게 찍었어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감독님의 주문도 그랬고요. 예전 연기할 때는 감정을 더 넣어 조금 과장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최대한 담백하게 하려고 했죠."

그는 물건이나 재산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연기 욕심은 많다고 했다. '미자'가 어떤 일을 해결하러 밭에 나가는 장면은 무려 35번이나 다시 찍기도 했다. 윤정희는 "다시 찍는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함께 작업한 이창동 감독을 두고서는 매우 뛰어난 감독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와 작업하면서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모습이 이 감독과 포개질 때도 있었다고 했다.

"굉장히 철저한 사람이에요. 하나를 파는 힘이 정말 대단해요. 그런 점은 제 남편과 비슷한 것 같아요. 영화를 찍으면서 '내 남편과 똑같은 사람과 촬영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 감독과 다시 작업하겠느냐고 묻자 "다른 일을 다 제쳐 놓고라도 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남편 연주 여행 때문에 3차례 자리를 비워야 할 때도 감독님이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윤정희가 복귀작으로 '시'를 택한 건 이처럼 이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2년 전쯤 이 감독님이 나를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을 때,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나중에 시나리오를 보니 참 잘 썼다고 느꼈습니다. 기술 시사에서 영화를 봤는데, 영화는 시나리오보다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이 영화에 나온 여배우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낄 정도예요."

영화 '시(詩)'로 컴백 하는 배우 윤정희
영화 '시(詩)'로 컴백 하는 배우 윤정희

(서울=연합뉴스) 유용석 기자 = 14일 오전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시'(감독 이창동)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윤정희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0.4.14
yalbr@yna.co.kr

'시'의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섣부르게 예단하지 않았다. 만약 상을 받더라도 여우주연상보다는 작품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정희는 결혼한 지 34년이 됐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아내로, 한 명의 어머니로, 그리고 영화배우로 1인 3역을 해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자신을 더 좋은 연기자로 만들어줬다고 그는 말했다.

"딸은 지금 바이올리니스트가 됐어요. 프랑스에서 자랐지만, 저보다 한국말이 더 능숙해요. 어렸을 적부터 한자도 읽어주고 그랬더니 나중에는 한국어도 잘하더라고요. 또 제가 음악을 무척 좋아하니까 남편을 도와주는 일도 행복해요. 물론 당연한 일이기도 하죠. 음악가는 곡을 연주하기 전에 자신이 연주할 곡에만 집중해야 하거든요. 한국에서 인터뷰는 제가 다 조율하죠.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동안 바빴지만 그렇다고 제안받은 영화가 마음에 들었을 때는 한 번도 가정생활 때문에 거절한 적이 없었습니다."

결혼은 또 그녀를 한 뼘 더 여유 있게 해 주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모임에 나가지도 않았어요. 촬영을 제외하고 집 밖을 나간 적도 거의 없었죠. 무언지 무서워서 움츠렸던 것 같아요. 결혼하고 나니까 조금 더 사교적이 됐죠. 누가 나를 유혹할 일도 없잖아요. (웃음) 그냥 결혼하니까 편안해 졌습니다."

남편 백건우에 대해서는 "제 남편은 절대로 남을 비평하지 않아요. 음악을 제외하고는 매사에 긍정적이에요. 음악회를 앞두고는 긴장을 하지만 평상시에는 정말 태평해요. 그래서 "태평"이라고도 부르죠. 제 성격이 좀 급한 편인데, 오랫동안 같이 살다 보니 닮아가는 점도 있어요."

한국에서 남편 매니저 일을 도맡아 하던 윤정희는 5월에 있을 백건우 씨의 내한 공연에 대한 홍보도 주저하지 않았다. 백건우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요즘 나오는 여배우들에 대해 물었다.

"남자 배우들은 롱런하는 것 같은데 요즘 여배우들은 60년대와는 달리 빨리 바뀌는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아쉽죠. 그래도 전도연이나 문소리는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퇴한 심은하는 참 아까운 재목입니다."

'시'를 어떤 영화냐고 물어봤다.

"주인공 미자는 고통 속에서도 시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꿈을 잊지 않으려고 그러죠. 우리 영화를 보면서 꿈을 가지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buff27@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