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드라마 쪼개기와 중간광고, 적자 해소 근본 해결책 아냐"

지상파 방송사가 정부에 대한 중간광고 허용 압박 카드로 월화드라마 종방을 내세웠다. 50~60분 분량의 기존 드라마는 현행 2부에서 최대 3부로 쪼갠다. 사라진 월화드라마 빈 자리는 예능·시사 프로그램이 채운다.

하지만 법 개정 키를 쥔 국회는 지상파가 월화드라마를 없애는 대신 쪼개기 편성을 늘리는 것이 적자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국회와 사업자들 사이에 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9일 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월화 드라마를 월화 예능으로 바꾸는 것, 쪼개기 편성을 늘리는 것 모두 지상파가 겪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반영한 일이다"며 "많이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중간광고를 도입해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말했다.

리틀포레스트 포스터./ SBS 제공
리틀포레스트 포스터./ SBS 제공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평소 시청률이 높은 황금 시간대(오후 10시)에 드라마를 편성하는 대신 예능이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SBS는 8월부터 예능 프로그램 ‘리틀포레스트'를 월·화 오후 10시에 편성했다.

뒤이어 MBC는 9월 24일 종영한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를 끝으로 월화드라마 편성을 잠정 중단한다. MBC는 8월 파일럿 방송 당시 호평을 받았던 예능 프로그램 ‘편애중계’를 22일부터 월화 예능으로 정규 편성한다. 현재는 시사·교양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월요일)와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화요일)를 방영 중이다.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을 방영 중인 KBS 2TV도 해당 드라마가 끝난 후 동 시간대 편성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지상파 3사의 편성 변화 이유가 ‘광고(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입(제작비) 대비 산출(시청률, 광고수익)이 나오지 않는 드라마 대신 상대적으로 제작비 부담이 적은 예능·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셈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 제작비 부담은 케이블이나 종편 사업자보다 높다. 2018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지상파는 매출의 74.5%(KBS 72.2%, MBC 87.9%, SBS 61.2%)를 콘텐츠 제작에 사용한다. 이는 CJ 계열(45.6%)이나 JTBC 계열(22%) 대비 많게는 3배 수준이다.

베가본드 포스터./ SBS 제공
베가본드 포스터./ SBS 제공
정부가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지상파 방송사의 편성 변화 이유 중 큰 요인이다. 드라마 시청률 저조와 광고주 선호 시간대·타이밍을 광고 방송에 쓰지 못하는 것은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수익 악화는 제작비 확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이는 콘텐츠 질 하락을 부추긴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정부와 방송업계에서는 지상파가 유사 중간광고를 시행중인 만큼 아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중간광고를 도입 하더라도 지상파의 체질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지상파는 2017년부터 중간광고와 유사한 프리미엄 광고(PCM)를 도입했지만, 광고 매출 하락은 막지 못했다.

지상파는 경영위기 상황과 비대칭 규제 등을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을 요구하지만,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내부에서도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린다. 야당 측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야당 국회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쪼개기식 프리미엄CP(PCM)이 콘텐츠 경쟁력 상실 극복을 위한 근본적 자성적 노력이 아닌 광고 수익만을 노리는 꼼수다"며 "(야당은)지상파 중간광고를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하며 검토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최근 광고 매출을 늘리기 위한 궁여지책을 내놓았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SBS 금토 드라마 베가본드의 경우 드라마를 기존 드라마들처럼 2부가 아닌 3부로 쪼개 방영한다. 한 편을 여러개로 쪼개 내보내면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SBS를 정부를 향해 시위를 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는다.

베가본드는 제작비로 200억원을 쓴 드라마다. 넷플릭스에 판권을 팔아 절반쯤의 제작비를 충당했지만, 광고 등 별도 수익으로 100억원 이상을 벌어야 손익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