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기주의에 '오리무중' 된 제주 2공항·동남권 신공항
포화상태인 기존 공항을 대체하기 위해 계획된 신공항 건설사업이 오리무중이다. 제주 제2신공항 건설 사업은 후보지 주민 등의 반대에 부딪혀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거꾸로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2년 전 결론났던 동남권 신공항은 6·13 지방선거 이후 부산·울산·경남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나서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며 기존 결론을 뒤흔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갈등조정 능력 부재, 정치권의 표퓰리즘, 지역이기주의 등이 맞물려 인프라 사업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국토 경쟁력 저하, 기회비용 상실, 사회적 갈등 비용 급증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제주 2공항 3년째 제자리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2015년 11월 계획안 발표 이후 정부와 주민 사이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다.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늘어나는 제주도 관광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신공항 건설이 필수”라고 주장하는 반면 후보지로 선정된 제주 성산읍 주민들은 “의견수렴이 전혀 없었고 타당성 조사가 터무니없이 이뤄졌다”며 반대하고 있다.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제주 성산읍 신산리 496만㎡ 부지에 활주로 1개(3200m×60m), 계류장과 터미널(국내선 9만2400㎡, 국제선 7만㎡) 등을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4조8700억원을 투입해 2025년 개항하는 게 당초 목표였다.

국토부는 계획안에 반대하는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주장을 받아들여 타당성 재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본계획을 세우겠다고 2일 발표했다. 포스코건설 컨소시엄과 이를 위한 용역 계약을 지난달 29일 체결했다. 아주대 산학협력단이 기존 타당성 검사가 제대로 수행됐는지를 이번달부터 3개월간 조사하고 그 결과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으면 포스코건설이 신공항 기본계획(안)을 내년 6월까지 내놓는 방식이다.

주종완 국토부 신공항기획과장은 “재조사 결과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도 열어놨다”고 설명했다.

◆반대 주민 “공론화 거쳐야”

주민들은 안개일수 데이터 오류, 오름 훼손, 지하 동굴로 인한 지반문제 등을 이유로 재조사를 주장해왔다. 이들은 정부의 타당성 재조사 계획이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강원모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재조사에서 중대한 오류라고 판단할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검토위의 구성과 권한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검토위의 구성과 권한이 주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느냐 여부다. 반대대책위원회는 주민과 정부 측 추천 인사를 동수로 검토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안했다. 특히 검토위가 용역을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하고, 재조사 결론도 검토위가 내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대책위는 재조사 결론이 나온 뒤 제주도민의 의견을 듣는 공론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산 넘어 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현 제주공항 확장’이 43.6%로 가장 응답률이 높았다. 그 뒤를 ‘성산읍 제2공항 건설’(25.9%), ‘한진그룹 정석비행장 활용’(10.8%), ‘새 공항부지 확보’(8.3%) 등이 이었다.

◆김해공항 확장안 흔드는 정치권

동남권 신공항은 정치권이 뒤늦게 논란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2006년 처음 공론화된 뒤 부산·울산·경남 지역과 대구·경북 지역 간 유치 경쟁이 고조됐고 뜨거운 논란 끝에 2016년 ‘김해공항 확장, 대구통합공항 이전’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여권이 승리한 뒤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달 26일 울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장 정책간담회에서 ‘신공항 건설을 위한 전담팀(TF) 구성’을 포함한 ‘동남권 상생 협약문’을 체결하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오거돈 부산시장(당선인)이 언급해서 내부적으로 점검했지만 현재 공항 위치를 바꾸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현재 포스코건설이 기본계획 용역을 하고 있는 단계다.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원칙대로 집행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여권의 실세인 지자체장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기열/양길성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