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대원군 별장’ 석파랑에 아트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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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왼쪽) 석파랑 대표와 개관전 주인공 김인순 작가가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석파랑 아트홀’은 암벽을 뚫고 만들어졌으며 전시된 작품 뒤편에 깎아낸 암벽 흔적이 보인다.


암벽 깎아 짓는데 15년 걸려

‘산그림’ 김인순 작가 개막전

“돌가루 기운 묘하게 어울려”


서울 종로구 홍지동에 있는 석파랑(石坡廊)은 궁중 한식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이다. 2019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됐다. 석파랑은 흥선대원군의 호 ‘석파’를 딴 이름이다.

이 한식집은 의미 있는 건물 두 채로 이뤄져 있다. ‘본채’는 옥인동에 있던 ‘순정효황후’ 윤 씨의 생가를 옮겨온 것이고, ‘별채’는 흥선대원군의 별장 ‘석파정(石坡亭)’의 일부를 옮겨온 것이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23호에 지정돼 있다.

두 건물을 같은 공간에 모은 이는 일제치하 최고의 서예가로 추사 김정희 ‘세한도’를 일본에서 찾아온 소전 손재형(1903∼1981)이다. 그리고 지금 석파랑의 주인 김주원(72) 대표가 소전의 후손들로부터 1989년 이 건물들을 매입해 1993년 한식당 영업을 시작했다.

이처럼 유서 깊은 건물 바로 옆에 전시, 공연 복합문화공간인 ‘석파랑 아트홀’이 최근 문을 열었다. 그리고 개관전으로 ‘산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김인순 작가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암벽을 뚫고 파내 만들어진 공간에 세워진 아트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 같다.

“15년 넘게 걸렸습니다. 허가받는 데 10년, 20여m가 넘는 암벽을 깎아 건물을 짓는 데 5년, 그렇게 시간이 흘러 탄생한 아트홀입니다.”

김주원 석파랑 대표의 설명이다. 5m 층고의 건물은 암벽이 보이도록 설계돼 들어서면 동굴에 들어선 것처럼 청량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전시장에 걸린 그림들도 200호에서 300호가 넘는 대작 산 그림 40여 점이다.

김인순 작가는 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돌가루로 드로잉한 후 캔버스를 눕히고 거기에 물감을 흩뿌려 골고루 밑칠한 후 유화 붓 터치로 형태를 잡아 마무리, 부조의 느낌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상일 바움아트갤러리 대표는 “원래 설치나 입체 작품이 어울리는 공간이지만 돌산의 암석 기운과 김인순 작가의 산의 기운이 맞아떨어져 볼 만한 전시가 됐다”고 설명했다.

석파랑 아트홀은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김주원 대표는 “미술 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도 다채롭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향후 구기동-신영동-부암동-평창동-홍지동 등지를 잇는 문화예술벨트의 한 축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석파랑은 인왕산 자락 풍광이 뛰어난 곳에 자리 잡은 문화유산”이라며 “소전 손재형 선생의 혼이 서린 이 곳에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더 추가한 김주원 석파랑 대표의 안목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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