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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힌 영화도 그의 리뷰 한 줄로 살아난다

`영화덕후 김거니` "비평이 아니라 영화 즐길 수 있도록 글쓴게 호응 얻어"

`영화덕후 김거니`는 팔로워 27만을 거느린 영화 인플루언서다. 밀레니얼들은 그의 영화 리뷰를 탐독한 뒤 영화를 보러 간다. [사진 출처 = 영화덕후 김거니 페이스북 캡처] "영화 '지랄발광 17세'와 '겟 아웃'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큰 호평을 받았지만 국내 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어요. 아쉬운 마음에 SNS에 예고편을 공유했더니 조회수가 무려 370만을 육박했고 결국 지난 2017년 국내 개봉을 했죠.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건 아니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했죠."

페이스북에 '영화덕후 김거니'로 글을 올리는 김건의 씨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믿고보는 김건의'로 통한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조커'의 한 포털 사이트 게시글의 좋아요는 1만4000여 개였는데,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조커 리뷰 좋아요는 1만5000여 개에 달할 정도다. 이들은 영화를 보기 전 먼저 김건의의 리뷰를 탐독한다. 벌써 그의 페이스북 팔로워만 27만여 명이다. 그는 어떻게 밀레니얼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영화 인플루언서가 된 걸까,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지난 6일 저녁 김건의 씨를 만나봤다.

―언제부터 영화가 좋았나요.

▷대학에 입학하고 친구들과 당구장도 가고 PC방도 가면서 많이 놀았어요. 매번 그렇게 놀다보니 점점 질리는거예요. 때마침 공강시간에 학교 근처 극장에서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혼자서 영화보는게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그냥 영화만 보면 심심하니까 블로그를 개설해서 독후감처럼 영화 리뷰를 쓰기 시작했죠. 그렇게 차곡차곡 쌓은 리뷰가 좋은 기회로 작용해 소셜미디어 콘텐츠 회사 'MAKE US'에서 영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죠.

―그런데 퇴사를 하셨잖아요. 그 덕분에 '영화덕후 김거니'가 탄생한 것 같은데.

▷영화는 개인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평가도 주관적일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그러지 못했어요. 감독은 누군지, 스토리는 어떻게 되는지 등 객관적인 사실만 다뤄야 했죠. 시간이 지날수록 즐거움은 사라졌고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들고 싶은 갈증이 커졌어요. 결국 지난 2016년말에 퇴사하고 '영화덕후 김거니'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다가 지금은 영화 리뷰를 중점으로 하고 있어요. 웬만한 기성영화는 모두 소개하는 편이고 독립영화도 꾸준히 다루고 있죠.

―영화 리뷰를 작성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다면.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예고편과 시놉시스를 보면서 감독의 의도를 먼저 생각하려고 해요. 영화에서 하고자했던 말을 함축시킨 장면을 제 나름대로 추론하죠. 그렇게 선정된 장면들을 토대로 리뷰를 작성해요. 그렇다고 매번 분석적으로 영화를 관람하진 않아요. '분노의 질주' 같은 상업영화를 볼 땐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생각없이 봐요.

김건의씨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영화 리뷰를 남길 땐 부담이 크지만 감독의 의도 등 최대한 객관적인 내용을 다루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리뷰는 좋아요 4만7천개를 받았다. [사진 출처 = 영화덕후 김거니 페이스북 캡처] ―최근 리뷰를 남겼던 '조커'와 '82년생 김지영'의 반응이 좋아요. 이처럼 사회적 이슈가 있는 영화 리뷰를 남길 때 부담이 크실것 같은데.

▷부담이 크죠. 그런 영화들은 사회·정치적 요소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끄집어내서 리뷰를 작성하면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어요. 그래서 저는 토론장의 사회자처럼 최대한 객관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해요. 흥미로운 건 영화를 관람한 구독자들이 댓글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토론을 한다는거예요. 이러한 과정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영화를 분석하면서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 수 있는 기회잖아요. 때론 감독의 의도가 왜곡돼 토론이 격앙되기도 하죠. 영화가 아무리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지만 관객을 모으기 위해 조금 더 자극적인 요소를 덧붙인 허구일 뿐이에요. 영화는 영화로 바라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은 왜 '영화덕후 김거니'를 사랑할까요.

▷평론가는 영화의 미장센, 카메라 각도, 배우 구성 등을 신랄하게 평가하죠. 그들에게 영화 비평은 예술이니까요. 그런데 일반 대중에게 영화는 삶에서 필요한 오락적 요소 중 하나에요. 야구장에 가서 선수들의 타율을 분석하지 않잖아요. 함께 온 군중들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에너지를 즐기는 거죠. 저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중의 한 사람이기에 영화를 조금 더 재밌고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글을 쓰려고 노력해요. 감사하게도 많이 공감해주셔서 지금까지 '영화덕후 김거니'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사랑하는 대중으로서 요즘 한국영화에 대해서 평가한다면.

▷올해 추석에 개봉한 3개 영화의 총 관객수가 1000만을 넘지 못해요. 비슷한 시나리오에 비슷한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가 많아지면서 대중들도 이제 피로감을 느낀다는 신호인 셈이죠. 이런 영화가 계속 개봉하는 건 투자자들이 시나리오보다 흥행할 수 있는 배우를 먼저 보기 때문이에요. 신선한 시나리오는 신입 작가들에게 나올 확률이 상대적으로 크잖아요. 최근 넷플릭스, 디즈니, 등 외국영화 플랫폼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점인 만큼 한국 영화계는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원색적인 질문이지만 좋은 영화란.

▷상영관을 나오고 난 뒤에도 계속 떠오르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지난 2018년 개봉한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사회적 현실을 다루면서도 결말을 맺지 않아 관객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어요. 적어도 하루 중 2시간을 사용한 것이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면 스스로에게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거죠. 그렇다고 상업영화가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프랑스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영화평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살아있어서 그 리뷰를 남기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진정한 '영화덕후'였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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