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美 방위비 요구, 어마어마한 숫자…의미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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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31. 오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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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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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간담회서 방위비 협상 언급
"내년, 2년 후, 몇년새인지 불분명
뭐에 몇 억 세부내역도 제시 안 돼"
"북미 실무협상 결렬로 안 봐…
연내 양측 한 번쯤 만날 것" 전망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참석한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

미국이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에 요구한 증액 규모와 해당 기간, 세부 내역 모두 아직은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가 밝혔다. 이 신임 대사는 "지금까지 나온 숫자만 보면 어마어마한데,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이 숫자에 집요하게 매달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개시에 앞서 미국은 한국에 내년도 분담금을 50억 달러로 증액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분담금에서 5배로 인상한 액수다.

이 대사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제가 현재까지 이해하기로는 그러한 숫자의 정의가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내년에 그만큼 달라는 것인지, 2년 후에 그만큼 달라는 건지, 매년 합해서 몇 년 사이에 달라는 것인지 등에 대한 정의가 아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제시한 것으로 거론되는 분담금 액수에 매달릴 게 아니다"고도 했다.

한·미는 9월 서울, 10월 하와이에서 1, 2차 협상을 열었고, 11월 서울에서 3차 협상을 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SMA 적용 기간도 논의 대상이다. 한·미는 2009년 8차 협정과 2014년 9차 협정에서 유효기간 5년에 합의했으나, 지난 3월 서명한 올해 협정은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이 대사는 미국 측이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서 항목별로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항목별로 브레이크다운(세부 내역)해서 뭐에 몇억 달러, 뭐에 몇억 달러 이런 식으로 수치를 내놓은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양측 협상 대표가 막 상견례를 한 협상 시작 단계이고, 다음 달 열리는 3차 협상부터 윤곽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항목별로 협의하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너무 이르다”고 부연했다.

이 대사는 “(분담금) 규모를 놓고 설왕설래하는데 미국 측이 얘기하는 숫자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협상)해야 할지는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숫자이지만 숫자에 매달려 헉헉댈 일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진의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고,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증액이 불가피한 점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의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하는 등 다방면으로 협상하면 국민이 크게 실망하지 않는 숫자를 도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22일로 다가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시한에 대해서는 “우리는 원칙적인 문제에서 입장을 견지하지 않을까 싶고, 일본도 그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니 쉬운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문제 관련해서는 “현재 매우 엄한 제재 조치가 시행 중이기 때문에 미국이 판단할 때 아직은 남북 경협을 본격화할 시기는 아니다”라며 “정부는 충실히 제재를 이행하면서 그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비핵화 발전 단계에 따라 제재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인의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는 “북한이 철거를 요구한 이 시점에 관광 재개 논의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상식적으로 우리 기업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역점을 두고 이 문제를 검토하지 않겠는가”라고 언급했다.

북미 실무협상은 연내에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협상 당사자끼리는 결렬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협상 전술로서 결렬처럼 보이게 할 때도 있고, 협상이 어려운 국면인데 대외적으로 잘 된 것처럼 얘기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2003년 초대 북핵 6자회담 수석 대표를 맡았다. 그러면서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 시한으로 미국에 제시한 12월 말 이전에 양측이 한 번쯤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사는 31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그는 비건 대표의 국무부 부장관 기용설에 대해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싶다”면서 "부장관이 돼도 대북 특별대표직을 계속 맡는 쪽으로 본인이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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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 박현영입니다. 워싱턴과 미국 소식을 발빠르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깊이 있게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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