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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서태지와 심슨 가족(The Simpsons)과의 기묘한 관계???
저는 서태지의 오래된 팬입니다. 그의 '울트라매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그의 여러 앨범들을 많이 듣곤 하죠. 서태지와 아이들의 초기 앨범 중, 1992년에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Techno Mix & Live"라는 음반이 있습니다. 그중 '환상 속의 그대'는 리믹스라는 생소한 개념을 대중화시킨 획기적인 히트넘버로, 원곡보다 리믹스버전이 현재까지 많이 기억되고 있지요.

'환상속의 그대'에서 두번째 리믹스 버전을 들어 보면, 처음에 국악의 전통악기 소리가 들리고, 그 다음에 어떤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죠. 뭐라뭐라... 처음 이 부분을 들었을 때는 (당시 고등학교 때라)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어요.

그리고 한참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 뒤로 저는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면서, 저는 'The Simpsons' - 우리 나라에서 '심슨 가족'이라는 만화의 매니아가 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EBS에서 여러 차례 방송된 것으로 아는데, 심슨 가족은 현재까지도 북미 지역에서 매우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뭐랄까요, 심슨의 유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선에서 굉장히 미국적인 시니컬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중 아버지 호머 심슨의 아들인 바트 심슨을 저는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바트 심슨은 2000년인가...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바트 심슨은 학교에서는 낙제생이고 문제아지만, 어른들이 갖지 못하는 재기발랄함을 갖고 있지요. 바트 심슨이 미국 어른들의 허상을 꼬집고 기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에피소드가 참 많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서태지의 '환상 속의 그대'를 우연히 듣다가 저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노래의 오프닝 부분은 바로,

바트 심슨의 목소리였던 것이지요!

Hey, it's me. Bart Simpson!

이럴수가... 저는 그때 정말 뛸듯이 기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두 대상이 오버랩되는 것을 발견해서였을까요? 서태지의 노래에서 바트 심슨의 목소리를 듣다니..

그리고 저는, 서태지가 과연 우연히 바트 심슨의 목소리를 넣었는가 하는 의문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치밀하고 꼼꼼한 서태지는 어쩌면 이미 바트 심슨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러고보니 서태지와 바트 심슨은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기존 사회질서에 속하지 않으면서 주류 질서를 전복시키는 위치에 서 있다는 점, 굉장히 재기발랄하면서도 위트가 넘친다는 점, 기존의 도덕적 가치를 부정하고 항항상 새롭고 창의적인 영역에 도전한다는 점... 심슨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서태지를 오랫동안 좋아하신 분들이라면 아실 수 있을 듯 합니다.

과연, 서태지는 바트 심슨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일까요, 그래서 1992년 당시 앞으로 한국 음악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것은 우연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는지...

서태지 / 심슨 매니아들의 많은 답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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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pu****
작성일2005.02.17 조회수 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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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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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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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R&B, 해외가수, 록, 메탈 음악 분야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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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버전의 환상속의 그대를 듣고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그 버전이 part 몇인지가 잘 기억이 안나네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처음에 무슨 사물놀이 하는 듯 하다가 뭔가 평화로운(?)음악이 흐르고(새가 지저귀는 소리까지;;) "Hey you it's me Bart simpson."라는 말이 나오고 빰빠빰빠거리고 태지가 환상속의 그대 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뮤직비디오 지금보면 좀 어이없죠) 여기에 나오는 바트 심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태지가 공개적으로 밝힌 일이 없으며 여기에 대해 따로 언급한 적도 없습니다. 다만 일부 매니아들 사이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떠돌았을뿐이죠. 태지가 유난히 환상속의 그대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은 태지의 음악을 어느정도 접해 봤다면 알 수 있습니다.(버전이 part4까지 나왔죠) 태지에게서 빼놓을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실험정신'입니다. 사실 바트 목소리 넣은게 그다지 거창하게 실험정신이라고 할 정도로 큰건 아니지만 90년대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심슨(물론 지금도)의 바트라는 약간은 반항적이면서도 엉뚱한 호기심 많은 소년이 웬지 자신과 닮은것도 같아 호감이 갔을 듯 합니다. 결국 저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자신의 여러가지 실험을 투영해 본 환상속의 그대라는 곡에 또 하나의 작은 실험 하나를 해본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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