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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건설문학상> 소설부문 심사평 - 은희경ㆍ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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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12 12:00:07   폰트크기 변경      
”작품 대부분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건설 녹아있어“
   
    은희경(소설가)
   
    신경숙(소설가)

건설을 주제로 쓴 작품들을 읽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았다. 주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글을 쓰다 보면 억지스러운 작품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얼마간 있었으나 대부분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건설이 녹아 있어 꼼꼼한 필독이 필요했다. 초등학교 부문에서는 최우수와 우수, 장려 등 4편을 뽑을 수 있었는데 의외로 작품 수가 6편뿐이어서 비교적 수월했다. 주최 측에서 원하는 대로 최우수, 우수, 장려로 나누긴 했으나 글쓰기에 대한 우열의 차이라기보다는 초등학교 학생의 시각으로 건설을 바라보는 관점을 더 우선시했다. 최우수를 받게 된 ‘건설의 힘’ 은 디자인 수업을 받게 되면서 조원들과 함께 협동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는데 읽는 사람을 미소 짓게 하는 긍정적인 힘에 이끌렸다. 게임 속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작품들이 눈에 띄었는데  초등학생에게 일반인과 같은 80매 정도의 소설을 써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하게 했다.

 가장 뽑기 어려웠던 부문은  중고등부였다. 결국 어떤 작품을 뽑는다는 것은 어떤 작품을 떨어뜨려야만 하는 일이라 수준이 비슷할 땐 난감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그중에서 ‘리버’, ‘A.I의 도시건설’, ‘쇠는 날았다’를 뽑았다. 어떤 작품들은 일반인 부문으로 넘겨도 될 만큼 수준이 높았다. 고민을 하며 골라 놓은 작품 중에서 최우수작으로 ‘리버’를 뽑으면서도  화자가 경험하는 건설에 대한 생각과 체험이 중고등학교 학생의 일반적인 경험으로 보기엔 한참 넘어서 있었으나 장르가 소설이란 것을 감안했다. “

  일반부로 넘어온 작품 편수는 70여 편에 이르렀다. 작품 수준도 비교적 고른 편이라서 고민이 많았음을 밝혀 둔다.  건설이란 주제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부의 작품에서 두드러진 점은 대를 이은 관계들이 상당했다. 이야기가 삼대로 이어지거나 부자지간의 이야기가 적지 않았고 오래된 집에 대해 깊이 새겨봄직한 내용의 작품도 여럿이었다.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할 수 없이 일반부에선  특별히 주최 측이 요청하는 심사 주안점을 유심히 살펴 ‘섶다리 부수기’와 ‘나흘째, 낮’ 그리고 대상으로 ‘최 대리의 고민’을 뽑았다. 심사 주안점을 기준 삼았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들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섶다리 부수기’는 기억 속의 아버지와 현실 속의 나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부자는 모두 다리로 인해 상처를 입고 아버지는 고향을 떠났고 아들은 고향에 가질 않다가 다리로 인해 결국 화해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나흘째, 낮’은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내가 아버지 장례식에 와서 겪는 이야기인데  아버지가 재혼한 가족과의 조우나 장례식에 대한 묘사들이 상투적이지 않고 세심하고 따뜻하게 묘사되는 점을 높이 샀다. 대상으로 선정된 ‘최대리의 고민’은 균형감각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다. 건설회사 다니는 민철씨가 만약에 적극적으로 아파트를 짓는 회사 쪽 입장을 대변했다거나 반대로 습지보전운동협의회 편을 들었다면 유지되지 않았을 균형감각이 이 작품에 가독성을 부여한다. 그 균형감각 덕분에 우리나라의 어느곳이든 아파트를 지을 때 서로 이 정도로만 고민을 하고 짓는다면 믿을 수 있겠다는 미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최대리의 이런 고민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대상으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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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
서태원 기자
taej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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