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퇴근 도장 찍고 속초로 달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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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24. 오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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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속초

동서고속도로·고속화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갖춰가는 속초
수도권 당일치기 여행지로 손꼽혀
‘속초 리턴족’이 만든 그윽한 문화공간 가득
바다, 산, 호수, 둘레길 등 갈 곳 많아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칠성조선소 살롱’. 옛 조선소를 카페 겸 전시공간으로 개조했다. 박미향 기자




여름은 갔다. 농익은 가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은 계절의 작은 틈. 코스 요리로 치면 입맛 돋우는 주전부리쯤 되겠다. 붉게 물든 완연한 가을을 맛보기기 전에 먹는 간식 같은 때다. 간식용 여행지로 속초만 한 곳도 없다. 2년 전 개통한 서울~양양 동서고속도로는 속초 여행길을 당겼다. 2026년엔 춘천~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가 완공될 예정이다. 교통 인프라를 갖춘 속초는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대표적인 수도권 당일치기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더구나 속초는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명소가 많다. 산(설악산)도 있고, 바다(동해)도 있다. 호수도 두 개다. 영랑호 자전거도로와 둘레길은 호젓해서 매력적이고, 짙푸른 청초호엔 유람선이 뜬다. 밤이 내려앉으면 유난스럽지 않은 소도시 불빛이 수면에 떨어진다. 이국적이다. 아담한 절, 보광사도 구경거리다. 영화 세트장 같은 동명동성당은 유일하게 한국전쟁 당시 지은 종교 건축물이다. 외지인은 모르는 해맞이 장소다.

먹거리도 넘친다. 닭강정만 있는 게 아니다. 회국수, 홍게찜, 오징어물회, 메밀국수, 오징어순대, 방풍죽, 장칼국수 등 꼽을수록 더 많은 먹거리가 튀어나온다.

속초는 본래 수산업으로 흥한 도시다. 1960년대엔 전국 어획고 2위였다. 문어 통조림을 캐나다로 수출할 정도 가공 기술이 발달했다. 수산업이 발달한 데는 함경도 피난민들의 공이 컸다. 속초시립박물관 정종천 학예연구사는 “때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피난민이 정착하면서 인구가 늘었다. 가난했던 그들은 주로 노동이나 배 타는 일을 했다.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 것”이라고 말한다.

65년간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다가 지난해 개방한 ‘바다향기로’. 박미향 기자


관광지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때는 1960년대 설악산을 개발하면서부터다.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많았다. 대표적인 수학여행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속초의 관광산업은 제주 등이 뜨면서 1990년대 말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속초의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완벽한 날들’이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동명동에 있는 서점 ‘완벽한 날들’은 갈채 받기 충분하다. 속초에 대한 호기심을 부푼 빵처럼 커지게 만드는 공간이다. 한국전쟁 때 문 연 동아서점, 문우당서림과 함께 ‘속초 서점 여행’ 3종 세트다.”

서점 ‘완벽한 날들’. 박미향 기자


매자식당. 박미향 기자


구시가지 동명동 일대 골목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유쾌한 청춘들의 찬란한 젊음이 가득하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 달려가는 20~30대가 많다. 설치미술 전시장 같은 매자식당, 카페 옥남, 꽃 카페 띠앗 등의 사연을 들으면 흐뭇해진다. 주인 대부분은 ‘속초 리턴족’들이다. 밀레니얼 세대인 그들은 서울을 버리고 고향 속초를 선택했다. 바닷가 목재 덱(데크) 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을 호시탐탐 넘보는 파도도 매력적이다. 속초의 새 얼굴을 만든 일등공신은 칠성조선소 살롱. 생경한 풍경이 가슴을 파고든다. 서핑이 유명한 속초지만, 자신의 살집을 타박하는 사람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서핑복은 꿈도 못 꾼다. 걱정하지 마시라. 미니 골프가 준비돼 있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에 더없이 좋은 속초는 ‘완벽한 날들’의 모음집이다. 우리는 이미 낙원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SC가 속초 ‘완벽한 날들’을 속속들이 여행하고 왔다.



속초(강원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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