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32세.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영화 제작에 들어간 감독이 있다. 등에 갓난아기를 업은 채 한 손엔 카메라 한 손엔 기저귀 가방을 들고 매일 레디고를 외친, 아침마다 장을 봐 스태프 밥을 지어 먹인, 치맛단이 해어지는 줄도 모르며 녹음실 계단을 오르내린,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 아이를 업고 팔도를 돌아다닌 감독. 바로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의 이야기다.
단 한 편의 영화 [미망인]을 남기고 사라진 이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은, 1997년까지 그 존재가 잊혔다가 서울여성영화제가 그의 존재를 추적해 [미망인]을 재개봉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후 임순례 감독의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여생을 보내는 그의 모습이 공개됐지만 관심은 잠시였고, 그의 삶과 예술은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는 2017년 4월 LA에서 아흔다섯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책 박남옥은 박남옥 감독이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쓴 자필 원고를 그 딸 이경주가 매일 밤 컴퓨터로 옮겨 저장해두었다가 올해 글의 순서와 사실 관계를 또 한 번 정리해 세상에 내보인 것이다. 당대 영화계의 분위기와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사와 현대사의 소중한 사료이나, 비범한 필력과 삶을 돌아보는 애수 짙은 시선은 한 편의 곡진한 문학작품에 가깝기도 하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추천사를 쓰고, 소설가이자 전 한국영상자료원장이었던 조선희가 서문을 썼다.
목차
[박남옥]
서문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분투기_조선희
어린 시절 1923~1942
이화여전 1943~1950
한국전쟁 1950~1953
영화계 1954~1957
동아출판사 1957~1980
미국에서의 여생 1980~2002
발문 나의 어머니, 박남옥_이경주
저자소개
박남옥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1923년 경상북도 하양에서 태어났다. 경북여학교를 졸업하고 1943년 이화여전 가정과에 입학했다가 중퇴, 대구로 내려가 [대구일일신문]기자로 일하며 영화평을 썼다. 광복 후 서울로 올라와 조선영화사 광희동 촬영소에 들어가 편집을 배우며 영화와 본격적 인연을 맺었다. 1953년 극작가 이보라와 결혼하고 이듬해 딸 이경주를 낳았다. 출산 직후 남편이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16mm 흑백영화 [미망인]을 촬영했다. 1960년 도쿄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아 영화제에 참가했다. 동아출판사 관리과에서 일하다 80년대에 미국 LA로 정식 이민을 떠났다. 1997년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가 [미망인]을 상영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인 그의 존재가 널리 알려졌다. 2001년 여성영화인모임이 미국에서 그를 인터뷰하고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에 그의 모습을 담았다. 2008년 여성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상인 ‘박남옥 상’이 제정되었다. 2017년 4월, 95세의 나이로 미국에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