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방송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의 일대기가 소개돼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방송된 MBC '서프라이즈' 코너 '언빌리버블 스토리'에서는 에피소드 '여자, 감독을 꿈꾸다' 편이 전파를 탔다. 

1923년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에서 10남매 중 셋째딸로 태어났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나 어려서부터 영화에 관심을 보였으며, 체육 방면에도 소질을 보여 일제강점기의 전국체육대회(당시의 명칭은 전조선종합경기대회)에서 포환던지기 종목에 출전하여 3회 연속 한국기록을 갱신하였다.

1943년 이화여전(지금의 이화여자대학교) 가정과에 입학하였다가 이듬해 중퇴하고 대구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영화평을 썼다. 광복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조선영화사 광희동 촬영소에서 편집을 배우면서 영화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으며, 신경균 감독의 《새로운 맹세》에 스크립터로서 촬영 현장에 참여했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국방부 촬영대에 입대하여 뉴스촬영반에서 활동하였다. 1953년 부산에서 만난 극작가 이보라와 결혼하였으며, 출산 직후인 1954년 7월부터 남편이 쓴 시나리오로 영화 《미망인(未亡人)》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16㎜ 흑백 장편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제작비 부족 등으로 어렵게 완성되어 1955년 3월 말에 서울 중앙극장에서 개봉되었으나 흥행에 실패하여 며칠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다. 이후 《시네마팬》이라는 월간 영화잡지를 운영하다가 1957년 동아출판사에 입사하여 23년 동안 재직하였으며, 1992년 이후로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았다. 2017년 4월 8일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단 한 편의 영화만을 남기고 영화계에서 잊혀졌던 그녀는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를 계기로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으로 재조명되었다. 이 영화제에서 한국영상자료원에 네거티브 필름으로만 보관되어 있던 《미망인》을 복원하여 개막 초청작으로 상영했다.

이민자, 이택균, 최남현 등이 출연한 《미망인》은 6·25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어린 딸과 살아가는 여성이 매력적인 청년과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갈등을 그린 영화로, 1950년대 중반에 급증한 전쟁 미망인의 문제를 여성의 시각으로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구조를 따르고 있지만 전통적인 유교의 윤리가 강하게 남아 있던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한 남성을 둘러싸고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여성들 사이의 관계와 내면에 잠재된 성적 욕망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포착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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