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로 처벌 피한 김학의… "과거 검찰이 제대로 기소했다면"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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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성접대까지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혐의 중 상당수가 공소시효가 완료됐고, 다른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013년 '김학의 성접대 사건'이 발생한 이후 6년만에 내려진 사법적 판단이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무죄가 나오면서 과거 검찰의 두 차례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처벌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서 김 전 차관은 이날 곧바로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우선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에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뇌물 수수 금액이 1억원 미만이어서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또한 김 전 차관이 2012년 사망한 저축은행 회장 김아무개씨로부터 1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기소된 것도 무죄로 판결했다. 5600만원은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고, 9500만원은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것은 모두 공소시효가 만료돼 면소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업가인 최아무개씨로부터 8년간 신용카드를 받고, 명절 떡값으로 상품권 등을 수수하는 방식으로 총 4000만원 가량을 제공 받은 것도 모두 무죄 혹은 이유 면소로 판단했다. 또 2000년부터 2009년까지 4785여만원을 받은 것은 뇌물 액수가 1억원 미만이어서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고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차관이 2008년 초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와 윤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한 후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1억원을 포기하도록 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윤씨가 1억원 상당의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억원 채무 면제나 부정한 청탁이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 전 차관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되면서 지난 2013년과 2015년 검찰의 두 차례 수사에서 제대로 기소가 됐다면 처벌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3년 경찰 특수수사과는 윤씨와 김 전 차관에 대해 특수강간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의 강요죄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성폭력 피해여성에게 성관계를 강요했고, 이에 따른 특수강간을 저질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여성 증언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013년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뇌물죄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가 있다고 수사 당시부터 판단했었다. 이 때문에 최대한 시효가 완료되지 않은 혐의를 적용했던 것"이라며 "당시 검찰이 제대로 기소만 했다면 이처럼 무죄가 나올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경찰 관계자는 또 "검찰이 과거에 있었던 뇌물수수 혐의까지 다 집어넣어 계속범 취지로 기소했겠지만 결국 법원에서 봤을 때는 시효 문제를 지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씨와 사업가 최씨로부터 총 1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2012년 사망한 저축은행 회장 김씨로부터 1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7억원을 구형했다. 또 3억3000여만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차관은 최후 진술에서 "동영상이라는 지리한 문제 제기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 공소사실은 정말 아니다" 고 주장했다.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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