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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뚝심…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FDA 시판 허가 ‘결실’
최태원 회장 뚝심…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FDA 시판 허가 ‘결실’
  • 이광희 기자
  • 승인 2019.11.22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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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100% 자회사 SK바이오팜 독자 개발 신약 '엑스코프리' FDA 시판 승인
올 3월 허가받은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 포함 FDA 허가 신약 총 2종 보유
1993년 신약개발 시작 이후 崔 회장 의지 따라 제약 사업 투자 지속 ‘결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SK바이오팜의 독자 개발 신약 뇌전증 혁신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SK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한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정)가 성인 대상 부분 발작(뇌전증) 치료제로 미국 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엑스코프리'는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마케팅 및 판매를 직접 맡아 2020년 2분기 미국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로써 SK바이오팜은 지난 3월 허가받아 7월부터 미국서 판매하고 있는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솔리암페톨)를 포함해 FDA 허가 신약 총 2종을 보유하게 됐다.

'엑스코프리'는 지난 2001년부터 기초 연구를 시작으로 임상시험과 인ž허가 과정을 거쳐 FDA의 신약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이러한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 승인을 받은 것은 국내 기업 중 SK바이오팜이 최초다. '엑스코프리'는 12.5밀리그램(mg) 투여를 시작해 2주 간격으로 용량을 조정, 복용하는 1일 1회 먹는 약이다.

SK는 지난 1993년 신약개발을 시작한 이후 최태원 회장의 의지에 따라 제약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다. '엑스코프리' 물질 개발을 위해 합성한 화합물 수만 2000개 이상, FDA에 신약판매허가 신청을 위해 작성한 자료는 230여만 페이지에 달한다.

개발부터 허가까지 진두지휘한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번 허가는 앞으로 뇌전증을 포함해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신약 발굴, 개발 그리고 상업화 역량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SK바이오팜의 연구개발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감격적인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환자 약 2만명이 매년 새롭게 뇌전증으로 진단 받고 있으며, 이 환자들의 약 60%는 치료제를 복용해도 여전히 발작이 계속되고 있다.

'엑스코프리' 임상은 1~3개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지만 부분 발작이 멈추지 않는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이뤄졌다. 무작위 시험에서 '엑스코프리'는 모든 용량별로 위약 투여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발작 빈도를 낮췄다.

6주간 적정 기간을 거쳐 약물치료 유지 6주 동안 진행된 첫 번째 임상시험(Study 013)에서는 '엑스코프리' 최대 200mg를 복용한 환자 113명의 발작 빈도 중앙값이 56% 감소해 위약 투여군 108명에서 22% 감소한 것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또 6주간 적정 기간에 이어 12주간 약물치료 유지로 이뤄진 두 번째 임상시험(Study 017)에서는 100mg(108명), 200mg(109명), 400mg(111명)에서 발작 빈도 중앙값이 각 36%, 55%, 55% 감소했다. 이 역시 위약 투여군(106명)이 24% 감소한 것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다.

특히 두 임상에서 약물치료 유지 기간에 '완전 발작소실'을 보인 환자들이 나왔다. 첫 번째 임상의 환자 28%(위약군 9% 발작소실), 그리고 두 번째 임상에서 100mg, 200mg, 400mg 복용환자들의 4%, 11%, 21%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는 수준이 된 것이다. 위약군의 경우 1%에 불과했다. 

임상에 참여한 마이클 스펄링 제퍼슨 종합뇌전증센터(필라델피아 제퍼슨 헬스 비키&잭 파버 신경과학 연구소 산하) 박사는 “엑스코프리의 승인으로 의사들은 부분 발작이 계속되는 환자들에 효과적인 치료요법을 고려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복용 환자들에서 발작 빈도가 의미 있게 감소했고 일부 환자들에서 발작이 완전 소실된 결과를 나타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엑스코프리'의 정확한 작용기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체내 감마 아미노뷰트릭 산(GABAA) 이온 채널의 양성 알로스테릭 활성화와 전압개폐성 나트륨 전류의 차단을 통해 신경 세포의 반복적인 발화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바이오·제약 사업 연혁
SK㈜ 바이오·제약 사업 연혁

한편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livan)에 따르면 2018년 61억달러(약 7조1400억원) 규모인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4년까지 70억 달러(약 8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SK는 엑스코프리로부터 발생되는 수익을 기반으로 제2, 제3의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바이오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소재와 함께 SK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사업이다.

SK는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산업에 발을 들였고, 2002년 최태원 회장은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케 하고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부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8년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 수출을 했던 SK의 첫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됐을 때도 최 회장의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해에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연구개발(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해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했다. 이때 역량을 강화했던 SK라이프사이언스가 이번에 FDA 승인을 얻은 엑스코프리의 임상을 주도했고, 발매 이후 미국 시장 마케팅과 영업까지 도맡을 예정이다.

이후 SK는 신약 개발 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SK 관계자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한 신뢰와 지원을 이어온 덕분에 FDA가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임상 전 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독보적인 노하우와 경험이 SK바이오팜에 축적될 수 있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공을 들였다. SK는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바이오텍의 전신인 원료의약품 생산사업부가 1998년부터 특허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온 경쟁력에 주목한 것이다.

SK바이오텍은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최초 사례였다.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서 국내 제약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인수 1년만인 지난 6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을 시작되면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SK㈜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포석이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Queen 이광희 기자]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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