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제조서 쌓은 위변조 방지 기술로 ‘돈 버는 곳’ 변신”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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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
화폐 외에도 주민증·상품권 등 만들어/ 정품인증 사업 등 새로운 먹거리 개발/ 지난해 매출 6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공공기업
국내 첫 공공분야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4개 지자체서 지역사랑 e상품권에 적용/ 모바일 시대에도 현금은 사라지지 않아/ 2030년 세계 최고 조폐·인증·보안 목표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지난 22일 대전 조폐공사 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모바일 시대에도 전통적 화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적 수준의 위변조 방조 기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빅 플레이어’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조폐공사 제공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공공기업.’

언뜻 한국조폐공사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표현으로 들린다. 잠시 지갑을 한 번 꺼내보자. 지폐,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백화점상품권, 혹시 해외에 나가는 길이라면 여권을 지녔을 것이다. 이 모든 걸 만드는 곳이 조폐공사다. 그만큼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 우리나라 339개 공공기관(공기업 36개·준정부기관 93개·기타공공기관 210개) 중 하나인 조폐공사 직원들은 그런 자부심으로 일한다.

1년10개월째 조폐공사를 이끌고 있는 조용만 사장은 ‘국민과 함께 하는 조폐공사’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누구든지 지갑 속에 조폐공사 제품 3∼5개를 지니고 있다”며 “국민을 최우선으로 삼는 경영방침을 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말한다.

조 사장은 지난 22일 대전 조폐공사 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조폐공사는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함께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봉사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며 “공기업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방법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0여년간 공직생활을 한 조 사장의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다음은 조 사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1년10개월이 지났다. 공사를 운영하는 데 역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지난 30여년간 공직에서 일하면서 ‘정부와 공기업은 국민에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삶의 철학이 됐다. 이런 신념 아래에 ‘국민 퍼스트(First), 품질 베스트(Best)’를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경영을 펼쳐왔다. 더불어 일자리 창출과 사회공헌 활동, 중소업체 상생 협력 등 공사 설립 목적에 맞는 공공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민에게 조폐공사는 ‘돈 만드는 곳’으로만 익숙하다. 공사 제품 중에는 실생활과 밀접한 것들이 많다고 들었다. 어떤 게 있나.

“조폐공사가 만드는 제품은 의외로 다양하다. 잘 알고 있는 은행권과 주화 등 화폐 외에도 주민등록증, 전자여권, 공무원증 등 국가 신분증을 제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표, 각종 상품권, 채권, 우표 등 생산 제품 수가 110여종에 달한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같은 대회 시상 메달과 각종 기념 메달도 만들고 있다.”
―기념주화, 메달 중에 현재 준비 중인 시리즈가 있나.

“우리 공사는 대한민국 고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K팝 스타 등을 주제로 한 브랜드 메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조선의 어보 기념메달’, ‘우리 품에 돌아온 문화재 시리즈’ 등 문화재 후원을 위한 사업을 지속 추진 중이다. 특히 서번트 증후군 디자이너 작품을 메달로 제품화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사업도 계획 중이다.”

―지난해 매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화폐 사용이 줄어드는 환경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동력은 무엇인가.

“조폐공사는 지난해 매출액 4806억원, 영업이익 95억원으로 6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동전 없는 사회’로 대변되는 화폐사업 부문의 정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이룬 성과여서 뜻깊다고 생각한다. 이는 전통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화폐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특수 압인 및 위변조 방지 기술과 공신력을 바탕으로 정품인증 사업 등 새로운 먹거리를 집중 육성한 덕분이다. 또 은행권 용지, 주화, 특수잉크 등 다양한 품목의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매출 4910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금 없는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전통적 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공사의 모습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할 때다. 어떤 대응책을 가지고 있나.

“위변조 방지라는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단순 제조업에서 ‘종합신뢰서비스 기업’으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맞춰 공사는 ‘2030년 세계 최고의 조폐·인증·보안 서비스 기업’을 새로운 비전으로 재설정했다. 화폐 제조과정에서 축적한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해 화장품, 홍삼, 나주 배 등 가짜 상품으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브랜드 가치를 보호해주는 정품인증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위변조 방조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것 같은데.

“대표적인 것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보호해주는 정품인증사업이다. 쉽게 말해 위변조 방지 기술을 적용한 라벨이나 포장패키지를 민간 기업에 공급해 ‘짝퉁’을 막는 사업이다. 대표적인 게 앞서 말한 화장품이다. ‘K-뷰티’로 불리는 국산 화장품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높지만 유사 상품으로 인한 피해 또한 적지 않다. 우리 공사는 AHC 브랜드를 가진 카버코리아를 비롯, 국내 여러 화장품업체와 유사 상품을 막을 수 있는 보안 라벨과 포장패키지를 공급하고 있다. 또 주유소의 주유기 조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보안모듈 등도 공급하고 있다.”
―카드 및 모바일 결제 시대에 굳이 화폐를 제조할 필요가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있다.

“기술 발전으로 현금 화폐 사용이 줄어들더라도 현금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심지어 국민들이 현금을 더 선호하고 있다. 덴마크나 스웨덴 등에선 현금 사용이 크게 줄었다고 하는데, 인구와 경제 규모가 적은 이들 국가와 우리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실물 화폐 사용량이 점차 줄어들겠지만 없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조폐공사가 해외 수출까지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수출 품목은 은행권 재료인 용지와 면펄프, 주화, 메달, 전자주민증, 전자여권, 특수잉크와 안료 등 다양하다. 2016년에는 인도네시아에 은행권 용지 4600여t을 공급했고, 2017년에는 태국 정부가 실시한 5바트와 10바트 등 주화 2종 입찰에 참여해 3억7000만개를 수주했다. 이 외에도 키르기스스탄에는 전자주민증 사업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는 전자여권을 수출하기도 했다. 주민등록증용 칩셋이나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는 특수잉크와 안료, 호랑이·치우천왕 불리온 메달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사업 매출은 사상 최대인 629억원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우리 공사는 해외 시장에서 ‘빅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공사에서 모바일 지역사랑 상품권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들었다. 어떤 서비스인가.

“우리 공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최초로 공공분야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플랫폼(콤스코 신뢰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현재 종이 형태로 발행되는 지역사랑 상품권을 위변조가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된 모바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는 사용이 쉽고, 가맹점은 수수료가 싸지는 효과가 있다. 이 플랫폼을 통해 현재 시흥, 성남, 영주, 군산 등 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모바일 지역사랑 상품권 발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2023년까지 54개 지자체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인데, 공사의 노력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채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에도 상반기에 50명을 채용했으며,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97명을 채용했다. 2014년 이후 올해까지 6년간 380명가량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는데, 이는 전체 직원 수의 약 27%에 달한다. 또 민간 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간접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민간 기업에 기술을 전수하고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을 통해 2년간 약 568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냈다.”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공공기관 모범사례로 꼽혔는데.

“2017년 7월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 발표 직후 전담조직을 설치했다. 지난해 콤스코시큐리티와 콤스코투게더라는 두 개의 자회사를 설립한 후 정규직 전환을 진행해 150명에 달하는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상태다. 정규직화를 신속하게 진행해 조기 완료함으로써 조직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협력 중소업체들과 동반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어떤 게 있나.

“협력업체와 함께 발전한다는 의미로 ‘점프 업!’(JUMP UP!, Join Us to Make Progress Up!)이라는 슬로건 아래 실질적인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째 ‘위변조 방지 신기술 나눔 설명회’를 개최해 기술 전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도 다음달 28일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외부 전문가와 조폐공사 품질 명장으로 ‘중소기업 지원단’을 구성해 협력사 품질향상을 돕고, 상생협력펀드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대담=박희준 경제부장
정리=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조용만 사장은… ●전남 순천(1961) ●순천고·서울대 무역학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석사 ●행시 30회 ●기획예산처 복지노동예산과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과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파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국내대책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기획조정실장 ●한국조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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