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의 민주화 열망…“中 공산당 통치 단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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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25. 오후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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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민주화 열망은 강했다. 6월 시작된 반(反)중국 시위가 홍콩 사회를 휩쓸고 처음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반중파인 범민주계가 친중파를 누르고 대승을 거뒀다. 홍콩 시민, 특히 젊은층이 중국 공산당의 통치를 단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의 승리는 투표율이 홍콩 선거 사상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부터 예견됐다. 일요일인 24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진행된 구의원 선거에서 투표 등록 유권자 413만 명 중 294만 명이 투표했다. 총 투표율은 71.2%로, 2015년 구의원 선거 투표율(47.01%)뿐 아니라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2016년 입법회(국회) 의원 선거 투표율(58%)도 넘어섰다. 해외에서 유학 중이던 학생 상당수도 투표 참여를 위해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두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권자의 표심은 민주화 후보에게로 향했다. 홍콩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범민주 진영은 25일 낮 12시(현지 시각) 기준 전체 18개 구 중 17개 구에서 승리했다. 개표 작업이 거의 끝난 가운데, 범민주계가 임기 4년 구의원 452석(당연직 27석 제외) 중 385석을 차지했다. 친중파는 58석 확보에 그쳤다.

이번 선거 전까진 친중파가 18개 구의 구의회를 모두 장악하고 있었다. 친중국계 정당 중 가장 규모가 큰 민건련(民建聯·DAB) 소속 115명을 포함해 친중파가 292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지난 6개월간 홍콩의 반정부·반중 시위에 앞장선 젊은층이 대거 당선됐다. 범민주 야권 단체 민간인권진선의 지미 샴 의장은 샤틴구 렉윈에서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샴 의장은 지난달 길거리에서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해 머리 등을 크게 다쳤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의 구의원 선거 출마가 금지되면서 대신 출마한 켈빈 람도 사우스 호라이즌스 웨스트 지역에서 당선됐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가운데)은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출마가 금지됐다. 조슈아 웡이 자신을 대신해 사우스 호라이즌스 웨스트 지역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켈빈 람(오른쪽)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조슈아 웡 페이스북

반면 친중파를 대표하는 후보자들은 대거 낙선했다. 투엔먼 록추이 구의원에 출마한 주니어스 호는 2278표를 얻는 데 그쳐, 3474표를 얻은 범민주 진영 캐리 로 후보에게 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홍콩 시위대 정리를 천명한 후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수세에 몰렸던 시위대는 다시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폭력 시위로 변질됐다는 비판 속에서도 홍콩 시민 다수가 시위대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반면 친중파의 대패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정치적 입지가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이달 초 경질설이 돌던 람 장관을 따로 만나 지지를 표하며 힘을 실워줬으나, 람 장관이 이번 선거 참패의 책임을 어떤식으로든 져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람 장관은 이날 낸 성명에서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홍콩 시민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람 장관은 "이번 선거 결과가 현재 홍콩 상태와 홍콩 사회에 뿌리 박힌 깊은 문제들에 대해 시민이 가진 불만족을 반영한다는 분석과 해석이 있다"고도 했다.

특히 이번 구의원 선거 결과는 내년 입법회 의원 선거와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 정부가 행정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 대의원 1200명이 투표하는 간선제(間選制) 방식으로 선출된다. 이번에 선출되는 구의원 452명 중 117명이 대의원 선거인단에 들어간다. 범민주계인 야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행정장관 선거인단 중 117명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시위대와 범민주 진영이 근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홍콩 시민이 1인 1표를 행사해 정부 대표를 뽑는 행정장관 직선제라는 것이다. 행정장관 직선제는 범죄인 인도법안 완전 철폐, 경찰 무력 사용 조사와 처벌, 시위대 폭도 규정 취소, 시위 중 체포된 시위자 석방과 불기소와 함께 시위 참여자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5대 소구(五大訴求)’ 중 하나다.

이번 선거에선 홍콩 중산층의 투표 참여도 두드러졌다. 샤틴구의 시티원에선 유권자 9744명 중 7922명이 투표해 투표율 81.3%를 기록했다. 이전까진 상위 단계인 입법회 선거 때만 투표장으로 향했던 상당수 중산층 유권자가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구의원 선거에서도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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