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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 나아가는 스타들, ‘아트테이너’의 행렬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스경X분석]

자신이 참여한 전시회에서 설명에 나선 가수 지드래곤. 사진 경향DB
지난달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 그의 첫 대외일정은 콘서트도 음반과 관련한 쇼케이스도 아닌 한 스포츠 브랜드의 행사장이었다. 그는 스포츠 브랜드와 스스로 만든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PEACE MINUS ONE)’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스니커즈를 한정 수량만 발매했다. 복잡한 절차를 걸쳐야만 겨우 응모할 수 있는 스니커즈를 타낸 이후에는 온라인에서 22만원짜리 신발이 3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오갔다. 지드래곤은 이 행사장에 참석해 직접 자신의 아트워크를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한 자동차 업체와 협업해 전시회를 열었던 배우 하정우. 사진 경향DB
1990년대 가수로도 이름을 날렸던 배우 이혜영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23일 유화 작업사진을 올렸다. 그는 “요즘 패션피플이 못 되네요. 그래도 내년 봄 기획한 개인전을 위해 어깨를 주물며 애써봅니다”라면서 그림을 그리는데 열중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개인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한 화가 프리다 칼로의 미술에 감동을 받고 본격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대중의 너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넘거나 여기서 영감을 받은 예술작품들로 예술가로서의 칭호를 획득하려는 경향이 최근 짙어지고 있다. 이를 ‘아트테이너(ATRTAINER·아트 엔터테이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예술에 대해 대중이 가진 인식을 넓혀주는 예술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스스로의 이미지 고취를 위해 예술을 이용하고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자신이 회화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배우 이혜영. 사진 경향DB
이러한 아트테이너의 개념을 처음 정립한 이로는 배우 하정우가 자주 꼽힌다. 그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작업에 도전해 2010년 닥터 박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호림아트센터, 까르띠에,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이어갔으며 프랑스 아트페어, 한국국제미술제, 화랑미술제 등에 참여했다. 그의 그림은 잭슨 플록, 베르나르 뷔페, 장 미셸 바스키아 등 미술작품이나 미술가를 다룬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가수 솔비의 활약도 눈에 뛴다. 원래 그룹 타이푼의 보컬리스트로 데뷔했던 그는 악성루머로 인한 공백기에 심리치료용도로 미술을 배웠다가 본격적으로 미술가로서의 작업에 돌입했다. 2012년 첫 개인전 ‘세상을 바라보는 개인의 방식’을 열었고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미술축제 ‘뉘 블랑쉬 파리(Nuit Blanche Paris)’를 통해 K팝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아티스트 ‘권지안’으로 더 알려져 있다.

가수 겸 화가 솔비(권지안)가 경기 양주시 장흥면 빌라빌라콜라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경향DB
이밖에도 코미디언 겸 배우로 알려져 있던 임하룡은 평소 틈틈이 집 근처 화실에서 그리던 작품들을 모아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원래 미술을 전공했던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멤버 나얼 역시도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한 아티스트다. 이들의 작품은 개인전으로 공개될 뿐 아니라 미술시장에서 적지 않은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솔비의 그림은 1300만원, 하정우의 그림은 1400만원에 팔렸다.

이러한 스타들의 ‘아트테이너’로서의 도전은 스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하고 예술계의 입장에서는 유명인의 참여로 대중으로 하여금 예술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순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이 마냥 순기능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타와 예술이라는 서로 맞지 않는 모순의 파열음을 내기도 했다.

자신의 화투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한 가수 조영남. 사진 경향DB
1973년 화가로서 전시활동을 시작한 가수 조영남은 화투를 색다르게 해석한 그림으로 ‘아트테이너’ 1세대에 꼽히곤 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7년 동안 자신의 그림을 무명화가에게 그리게 한 후 자신의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해 논란이 됐다. 그는 이 과정에서 “대작이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말해 많은 미술 관련 종사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으며, 아트테이너가 왜곡돼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업계 관계자는 “신진작가의 경우에는 유력한 장소에 개인전을 연다거나 이 작품을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타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아트테이너들에게는 이러한 관문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부분은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자신의 예술세계에 매진하는 다른 작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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