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연기·노래… 뮤지컬 매력에 빠져든다

입력
기사원문
박성준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흥행가도 달리는 국내 신작 공연 / 2013년 초연 이후 다섯 번째 무대 올려… 엄기준·신영숙 등 실력파 포진 / 천장에 달린 거대한 미로 눈길… 무대 둘러싼 스크린 속 영상 몰입 도와 / 일제시대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 그린 ‘팩션’… 믿고 보는 스테디셀러

연말 공연 대목을 앞둔 국내 뮤지컬 무대에 신작이 풍성하다. 새 안주인을 받아들인 대저택의 비밀, 그림자를 판 남자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가 김유정을 모델삼은 창작 뮤지컬이 관객을 부르고 있다.
◆다섯 번째 공연 시작된 흥행작 ‘레베카’

2013년 국내 초연된 뮤지컬 ‘레베카’는 이미 네 번이나 국내 무대에서 작품성이 검증된 흥행작이다. 지난 16일 시작된 다섯 번째 무대 역시 첫 공연부터 객석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가 1938년에 ‘레베카’란 소설을 썼고, 1940년 이를 바탕으로 스릴러 영화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를 다시 유럽 뮤지컬 명콤비 미하엘 쿤체(대본·작사)와 실베스터 르베이(작곡)가 2006년 뮤지컬로 만들었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영국 신사 ‘막심 드 윈터’가 몬테카를로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아름다운 저택 맨덜리에서 함께 생활하는데 저택 곳곳은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집사 댄버스 부인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며 ‘나’에게 경계심을 드러내고 오해로 결혼 생활도 위태로워질 무렵 레베카의 보트와 시신이 우연히 발견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과 반전으로 향해간다.

이번 무대는 초연부터 ‘레베카’를 전두지휘한 로버트 요한슨이 다시 한 번 연출을 맡았다. 김문정 음악감독,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등 ‘레베카’를 흥행 가도에 올려놓았던 제작진 역시 다시 모였다.

출연진은 더욱 화려하다. 주인공 ‘막심 드 윈터’는 단연 뮤지컬계 최정상 남자배우인 류정환, 엄기준, 카이, 신성록이 맡는다. 류정환은 3번째 출연이다.

‘댄버스 부인’ 역은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20년 뮤지컬 내공의 신영숙과 옥주현, 장은아, 알리가 출연한다. 신영숙은 초연 때부터 줄곧 이 역을 맡아오며 ‘레베카’를 자신의 대표작으로 만들었다. 옥주현 역시 네 번째 출연인데 2013년 공연 때는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조연상을 받은 바 있다.

막심의 새 부인 ‘나’ 역에는 신성 박지연과 이지혜, 신예 민경아가 출연한다. 박지연은 2010년 뮤지컬 ‘맘마미아’로 데뷔한 후 ‘레 미제라블’, ‘시라노’ 등 주요 뮤지컬에서 안정된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준 실력파 배우다.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2020년 3월 15일까지.
◆창작뮤지컬 명가의 신작 ‘그림자를 판 사나이’

지난 19일 정식 첫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창작 뮤지컬 명가로 자리 잡은 제작사 알앤디웍스의 새로운 뮤지컬이다.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란 소설이 원작이다. 주인공 페터 슐레밀은 회색 양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팔고 그 대가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고 결국 도시에서 추방당한다. 페터는 정상적인 사회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되찾아야 함을 깨닫는다. 이때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 그림자를 되돌려주겠다며 페터에게 두 번째 거래를 제안한다.

이처럼 원작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자기기만으로 인한 비인간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를 시인으로 등단한 후 연극 ‘알앤제이’와 뮤지컬 ‘국경의 남쪽’, ‘신과 함께-저승편’ 등의 제작에 참여한 정영 작가와 오루피나 연출, 뮤지컬 ‘더데빌’의 우디 박 작곡가가 뮤지컬로 만들었다.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세트로 천장에 달린 거대한 미로를 자랑하며 무대를 둘러싼 스크린 속 영상들은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 중요한 장치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페터 슐레밀’은 양지원, 장지후, 최민우가 출연하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 ‘그레이맨’은 김찬호, 조형균, 박규원이 맡는다.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에서 2020년 2월 2일까지.
◆팩션 뮤지컬의 매력, ‘팬레터’

뮤지컬 ‘팬레터’는 객석의 열렬한 지지로 지난 7일 세 번째 시즌이 시작된 뮤지컬 분야 스테디셀러. 탄탄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등장인물, 빼어난 음악이 고루 균형을 이룬 뮤지컬로 흥행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문단 실제 일화를 바탕으로 당시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더한 ‘팩션(Faction)’뮤지컬로 실존 인물인 이상과 김유정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와 함께 순수문학단체 구인회를 모델로 한 문인들의 모임 ‘칠인회’를 등장시켜 당대 시대 분위기와 예술적 감성을 재현한다.

무대 역시 ‘칠인회’가 머무르는 명일일보 신문사를 주축으로 꾸려진 무대는 재연과 동일하게 2층으로 분리, 인물 동선을 다양하게 하면서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또 각 등장인물 심리 상태를 깊이 있게 표현하는 조명도 볼거리다. 무대 위에 비치는 원고지 조명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그림자를 통한 연출이 특징이다.

천재 소설가 ‘김해진’역에 김재범, 김종구, 김경수, 이규형이, 그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정세훈’ 역에 이용규, 백형훈, 문성일, 윤소호가 나온다. 비밀에 싸인 천재 여류작가 ‘히카루’는 소정화, 김히어라, 김수연이 맡는다.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2020년 2월 2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