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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뉴의 '이기는 축구', 토트넘에서도 시작됐나

기사입력 2019.11.27. 오후 03:49 최종수정 2019.11.27. 오후 03:49 기사원문
2연승과 UCL 16강 확정... 토트넘의 부활일까, 일시적인 감독교체 효과인가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포르투갈 출신의 명장 조제 모리뉴 감독의 축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기는 축구'다. 빌드업이나 과정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최대한의 효율과 실리를 추구하며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가 지향하는 스타일이다.

모리뉴의 이기는 축구가 토트넘에서도 성공적인 연착륙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는 모리뉴가 부임한 이후 2연승을 내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데뷔전이었던 웨스트햄 원정에서 3-2로 승리한데 이어, 첫 홈경기였던 27일(이하 한국시각) 유럽 챔피언스리그 올림피아코스(그리스)전에서는 4-2로 승리하며 토너먼트 16강진출을 확정지었다.

특히 올림피아코스전은 전반 20분도 안되어 먼저 두 골을 허용하며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은 역전승이기에 더욱 빛났다. 올시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 체제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뒷심 부족으로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하거나, 한번 흐름을 빼앗기면 회복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지곤 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시의적절했던 에릭센 투입
 
 23일 오후 영국 런던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첫 골을 넣은 후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날 올림피아코스전에서 모리뉴 감독의 빠른 상황대처 능력은 단연 돋보였다. 준비했던 플랜 A가 통하지 않자 전반 28분 만에 에릭 다이어를 빼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투입하는 과감한 승부수를 펼친 게 적중했다. 전반이 끝나기 전 나온 알리의 만회골은 상대 수비의 실수로 인한 행운도 따랐지만 토트넘이 후반 기세를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

에릭센은 포체티노 감독 시절 부동의 주전으로 중용되었지만 이적 문제와 동기부여로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모리뉴 감독 체제에서는 초반 벤치멤버로 밀려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올림피아코스전만 보면, 상대가 라인을 내려 견고한 수비를 펼침에 따라 토트넘의 공격 전개가 답답해진 상황에선 '플레이메이커'로 경기를 풀어줄 수 있는 에릭센의 투입이 적절했다. 

전반에 부진하던 알리를 대신하여 에릭센이 볼배급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최전방의 손흥민, 해리 케인, 루카스 모우라가 전방에서 2선 지원에 대한 부담을 덜고 더 적극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일 수 있었다. 그 결과 후반 이른 시간에 동점골이 터지며 흐름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고, 이후 토트넘은 기세와 체력이 눈에 띄게 꺾인 올림피아코스를 밀어붙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에릭센은 후반 31분 특유의 정확한 프리킥으로 케인의 쐐기골까지 어시스트하며 모리뉴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손흥민은 모리뉴 감독 체제에서도 여전히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3일 에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1도움, 7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챔피언스리그 4차전 2골 1도움, 10일 셰필드전 1골, 23일 웨스트햄과의 프리미어리그 1골 1도움에 이어 이번 올림피아코스전에서도 도움 하나를 추가하며 최근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이어가고 있다.

빌드업을 중시하던 포체티노 감독 시절과 달리, 빠른 템포와 직선적인 공격루트를 더 강조하는 모리뉴 감독의 축구에도 손흥민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케인이 포스트플레이에 좀 더 집중하면서 모우라와 함께 좌우날개로 투입된 손흥민의 활동 범위와 공격 기회가 더 늘어났다.

살아나는 주축 공격진... 희망적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토트넘의 최근 반등은 역시 '감독교체 효과'라고도 볼 수 있다. 모리뉴 감독 부임 전까지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 3무 2패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클럽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업적을 이룬 포체티노 감독을 불과 반년만에 경질했을만큼 흐름이 좋지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과 그간의 전술이나 감독 경력, 지도스타일에서 대조적이 이미지의 모리뉴를 선임한 것은 또다른 모험이었다.

하지만 모리뉴 감독은 웨스트햄 원정에서 EPL 6경기 만에 첫 승리를 선사한데 이어 올림피아코스전 역전승으로 역시 '승리하는 법을 아는 감독'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상황에 따라 웨스트햄처럼 롱볼을 통하여 플레이를 전개하는 것도, 에릭센을 투입하여 다시 빌드업 위주의 전술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한 '전술적 유연성'을 보여주면서 승리했다는 점은 더 의미가 크다. 올시즌 부진으로 한동안 침체되어있던 토트넘 선수단의 자신감을 살리고 모리뉴 감독 체제에 대한 신뢰를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별다른 선수 보강 없이 기존 선수단을 그대로 유지했음에도 주축 공격진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2연승을 거두는 동안 케인이 벌써 3골을 터뜨리면서 간판 스트라이커다운 역할을 해주고 있으며 손흥민이 1골 2도움, 모우라가 1골 1도움이다. 올시즌 극도의 부진으로 비판의 중심에 섰던 델레 알리(1골)와 에릭센(1도움)도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2경기에서만 벌써 7골을 몰아친 화끈한 공격력은 특정 선수에게 편중되지도 않고 다양한 선수들이 고르게 공격포인트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현재 토트넘의 최대 장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다만 약점으로 거론되는 수비력이나 선수단의 집중력 부족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7골이나 몰아친 공격력 덕분에 묻혔지만 4골이나 허용한 수비력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웨스트햄전은 3골차까지 앞서고 있다가 후반 체력 저하와 함께 수비 조직력이 급격히 흔들리며 1골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올림피아코스전도 전반에만 두 골을 내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비수들의 실수였다.

감독 교체로 선수단에 잠시 긴장감과 경쟁의식을 고취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게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에릭센과 토비 알더베이럴트 등 주축 선수들의 재계약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형행이이고, 토트넘의 최대 불안요소인 측면 수비는 보강은 시급하다. 모리뉴 체제에서의 2연승과 챔스 16강 진출로 일단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토트넘으로서는 이제 본격적인 '모리뉴 축구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팀 개편을 준비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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