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잃지 않겠습니다" 어느 교장선생님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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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세월호 참사3주기 추모리본 퍼포먼스' 벌인 홍성여고 유병대 교장의 편지

[오마이뉴스 글:신영근, 편집:김예지]

 지난 10일 홍성여고에서는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리본 퍼포먼스'가 열렸다.
ⓒ 신영근

15일 이른 아침, 필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지난 10일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리본 퍼포먼스'를 벌였던 홍성여고의 유병대 교장 선생님이다. 교장 선생님은 필자에게 "혹시 우리 학교 학생들 추모 리본 퍼포먼스' 영상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드려야지요"라고 답하자, 교장 선생님은 "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필자는 홍성여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리본 퍼포먼스'를 취재했다. 이 기사가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관련 기사 : "세월호 엄마아빠 함께할게요" '노란 리본' 교복에 단 학생 550여 명). 독자들은 기사를 보고 "감동이다", "정말 착한 학생들이다","역시 홍성여고다" 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유 교장은 세월호 참사 3주기 하루를 앞둔 15일 밤, <오마이뉴스> 기사에 대한 감사의 말과 함께 SNS 편지글을 올렸다. 유 교장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옮긴다.

"다시는 잃지 않고,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10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전교생 550여명이 운동장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리본 퍼포먼스'와 함께 추모를 하고 있다.
ⓒ 신영근

<다시는 잃지 않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4·16을 하루 앞둔 오늘입니다>

"4월 10일. 이날은 세월호 유가족 합창단인 4·16 합창단이 우리 홍성여고를 방문하여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부둥켜안고 서로 눈물을 닦아주기로 한 날입니다. 그러나 3년간 차디찬 바닷속에 외로이 잠겨 있던 세월호가 뭍에 안착한 날이기도 합니다. 만남은 다음으로 미루어졌습니다.

소녀들은 눈물을 참았습니다. 그리고 힘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슬픔도 아픔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정성껏 눈물로 리본을 그리고 배를 그리고 아픈 마음을 파르르 글로 옮겼습니다. 리본으로 배를 묶어 올리는 그림도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란 글도 새겼습니다. 고래를 타고 하늘의 별이 된 언니 오빠도.

'Remember 2014 04 16' 다짐도 했습니다. 교실 복도와 식당으로 가는 통로에는 소녀들의 눈물로 쓴 엽서와 쪽지가 천 개의 바람으로 흐느낍니다.

그중에 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슬픔은 가슴이 미어집니다. '너는 돌 때 실을 잡았는데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걸 놓아서 이리되었을까 엄마가 다 늙어 낳아서 오래 품지도 못하고 빨리 낳았어. 한 달이라도 더 품었으면 사주가 바뀌어 살았을까 엄마는 모든 걸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벌어보겠다고 일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에 갈게 딸은 천국에 가', 꽃이 된 아이가 답장을 하는 '나 떠났다고 슬퍼 말아요 나 없다고 울지 말아요. 봄이 오면 나 항상 찾아오리다. 그대 못 잊어 그대 보고파서 꽃이 되어 찾아오리다. 그대 숨결 느끼며 옛 추억 기억하며 살아서 못 전한 사연들 향기를 전하리라' 노래는 봄에 찾아온 하늘에 떴던 노란 리본이 떠오릅니다.

 지난 10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리본 퍼포먼스'를 하기전 학생들이 교정에 모여 있다.
ⓒ 신영근

전교생이 노란 리본을 교복 가슴에 달았습니다. 그리고 노란색 도화지 한 장을 모두 준비했습니다. 하나둘씩 모인 노란색은 천 개의 바람을 타고 530개의 노란 물결이 되고 운동장은 바다가 되었습니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눈물로 부르는 노래에 항공 촬영하던 드론도 숨을 죽입니다. 노래하며 소녀들이 웁니다. 선생님들이 웁니다. 그러나 울지 않습니다. 천 개의 바람이 지켜주니까요.

다음 날 언니 오빠들이 그렇게 가고자 했던 제주도를 우리 2학년 학생들이 떠났습니다. 떠나는 날 아침 비가 내립니다. 어제의 슬픔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릅니다. 아! 비행기가 그곳을 지나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처럼 하늘은 맑게 개고 3일 내내 화창하게 아름다운 추억을 새겼습니다. 꽃이 되고 별이 된 그리운 언니 오빠들이 웃으며 함께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제주도를 떠나는 날 아쉬운 바람이 붑니다. 천 개의 바람이 기억해 달라고.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아이들 애틋한 마음이 지금 인터넷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추모 열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4·16을 하루 앞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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