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번의 나날은 매일이 선물을 기다리는 설레는 작은 마음의 모양을 하고 있다.달력은 작은 주머니나 뚜껑, 종이 상자들을 열어보면 안에 무엇인가가 들어있거나 쓰여있는 기본적인 틀을 가진다. 스물 다섯 개의 종이로 된 창문 모양을 뜯으면 나오는 스물 다섯 개의 따뜻한 성탄 음악이 들려오는 달력, 앙증맞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작은 사이즈의 동화책 스물 다섯 개가 들어있는 달력, 스물 다섯 개의 작은 크리스마스트리 오너먼트가 들어있는 달력, 스물 다섯 개의 속담이 쓰여져 있는 달력 등 종류에 따른 디자인도 매우 다양하다.
크리스마스 달력과 함께, “Advent Kerzen” 라고, 크리스마스 촛불도 함께 준비한다. 올해 자신들의 탁자에 놓아둘 초를 고르는 일도 중요하다. 네 개의 초를 거실의 탁자 위에 두고, 12월 1일 Advent 첫 주부터 25일이 있는 마지막 주까지 한 주에 한 초씩 불을 밝힌다. 집집마다 초의 길이를 다르게 하기도 하고 같은 크기의 초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네 번째의 초에 불이 켜지면 드디어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간이 온 것이다.
사진출처 : https://de.wikipedia.org/wiki/Datei:Richard_Ernst_Kepler_-_Im_Lande_des_Christkinds.jpg
사진출처 https://www.selbst.de/adventskalender-aus-holz-30621.html
이 시대의 크리스마스가 모든 이에게 종교의 영역을 넘어 특별한 의미가 된지 오래이다.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달력을 사고, 하루 하루가 지날 때마다 동그래진 눈으로 오늘의 날짜를 들여다보고, 열어본다. 그리고 무엇인가에 대한 염원을 담아 촛불을 밝힌다. 무엇을, 누군가를 기다리는가. 기다리는 마음이 알알이 맺히는 날이 더해진다. 아이들의 작은 설렘과 바람, 어른들의 동심,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들, 그 가치 있고 쉽게 얻을 수 없는 마음이 매일 매일에, 스물 다섯 번 더해진다.
특별한 12월을 맞기 위한 기다림과 설레임은 그 동안의 쓸쓸함과 절망과 지나온 시간들에 반추하고 있는 모습이다. 누구든지 오늘이 오기까지, 언제나 평온만이 있지 않았을 터, 우리는 모두 서로 싸워왔고, 서로를 미워했고, 서로 서로 화해해왔다. 그러한 우리는 지금, 무엇을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 서로는 서로에게 자신의 세계만이 전부라 여기는 일종의 믿음을 갖고 있었다. 서로에게 서로가 공감할 수 없는 결론 같은 마침표에 이르렀을 때, 서로는 서로 서로 각자의 세계를 밖으로 꺼내 놓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얼굴을 붉혔고, 목소리를 높이려고 입술을 오므렸다 벌린다. 서로의 두 눈은 미안하다는 말 대신에, 그저 눈치를 줬다. 서로는 서로의 동요 앞에 서서 서로를 답답하게 꽉 움켜쥐는 공기를 느껴왔고, 그 공기는 너와 나를 넘어 사회와 세계를 가득 메웠다. 논쟁과, 투쟁과, 전쟁과, 싸움으로 계속해서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고, 입술을 움직였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서로는 서로에게 지금의 우리들의 삶에 대하여 묻는 때가 생길 것이다. 서로의 오늘을 다르게 살 수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이제 궁금증이 기대감으로 바뀌는 거다. 서로는 내일을 증명하기 위해 어제와는 또 다른 하루를 매일 맞을 것이다. 누군가를 향한 우리 각자의 믿음의 맥락의 여정을 따져볼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가끔 서로의 미움에 닿을 것이고, 가끔 서로를 향한 그리움에 젖을 테지만, 끝없이 사랑했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한 힘을 낼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격렬하고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지금의 우리는 내일을 기다리는 거다. 12월 1일을 열어보는 마음이다. 당신의 내일의 숫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 것인가? 네 번째의 초에 불을 밝힐 시간이다.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는가?
[박소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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